2022년 5월 13일, 5·18공법단체라는 부상자회, 공로자회, 유족회가 모두 출범하며 5·18유공자단체들의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설립준비위원회의 구성과 진행을 지켜본 광주 전남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기대보다 우려가 더 많았다.

총회와 선거과정에서 5·18정신과 부합하지 않는 수많은 행위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2월 19일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앞 거리에서 광주시민사회단체가 이날 오전11시에 예정된 5.18부상자회(회장 황일봉), 5.18공로자회(회장 정성국)가 특전사동지회(총재 최익봉)가 공동 주최하는 '5.18민주화운동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공동선언식'을 저지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행사장 입장을 대기 중인 특전사동지회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대국민선언 무효'를 주장했다. ⓒ광주인
지난 2023년 2월 19일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앞 거리에서 광주시민사회단체가 이날 오전11시에 예정된 5.18부상자회(회장 황일봉), 5.18공로자회(회장 정성국)가 특전사동지회(총재 최익봉)가 공동 주최하는 '5.18민주화운동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공동선언식'을 저지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행사장 입장을 대기 중인 특전사동지회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대국민선언 무효'를 주장했다. ⓒ광주인

그리고 그 우려는 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현실이 되었다.

'폭거'라고 불리는 1년전의 2·19 가짜 화해 쇼가 바로 그것이다.

가짜쇼의 명분은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2019년 국회앞 장기농성의 결과로 출범하면서 5·18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라고 여겨진 상황에서 조사위원회는 이미 광주의 피해자들은 증언과 구술을 할 만큼 했으니, 가해자 측에서 진실고백과 양심선언을 통해서 사실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과거 계엄군으로 광주에 출동했던 사람들의 고백을 촉구했던 것이다.

그동안 신군부나 특전사동지회에서 40여년간 진실고백을 조직적으로 막아왔으므로 고백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역시 인정하기에 익명 진술과 비밀엄수 및 보호에 준하는 조치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공개적인 독려에 의해 수많은 새로운 계엄군 측의 고백과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는 곧 공개될 개별사건 조사보고서와 6월말의 종합보고서에 담겨서 나올 것이다.

1년전 2·19 가짜 화해 쇼는 이러한 배경 아래 갑자기 튀어나와 5·18 당사자들뿐 아니라 민주시민 사회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광주 전남의 모든 시민사회 단체가 반대하는 가운데 특전사 군복을 입은 채 기습적인 참배는 그들의 의도를 의심받게 했다.

특전사동지회 총재라는 자는 그 용서와 화해 선포식에서 그들의 잔인한 살육행위는 상부의 지시에 따른 질서유지 행위라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알다시피 그 이후 광주 전남의 시민사회단체 약 200개 단체가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금까지 용서와 화해 선언의 폐기를 요구하며 활동해 왔다.

당연하게도 특전사동지회는 군홧발로 5·18민주묘지를 밟은 후 그 어떠한 추가적인 고백이나 화해의 제스처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무수한 반대를 무릅쓰고 이 행사를 주도한 세력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당시 2월 13일 오월어머니집의 반대에 이어 다음날 유족회도 불참선언을 했으며, 지난해 공로자회 정성국 회장은 회원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용서와 화해 선언을 인정하지 않음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이 가짜 화해 쇼를 주도해 밀어붙인 황일봉 부상자회 회장은 지금까지 이 사안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고 있지 않다.

정 회장은 자신을 바지 회장으로 앉혔다고 자백한 이정호 세력과 공로자회 내부의 권력다툼을 하는데 정신이 팔려 이 문제를 돌아볼 여유가 없기도 할 터이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했던 선열들의 뜨거운 피 덕분에 대한민국이 독립을 하고 그 자유로운 나라를 모든 국민이 누리고 있듯이, 오늘날 2024년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 역시 4·19혁명과 5·18민중항쟁, 6월 항쟁과 촛불혁명의 유산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독립이 독립유공자들만의 것이 아니며 민주주의 수호가 6·25 참전용사들만의 것이 아니듯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인권도 5·18유공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5·18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된 것은 민주주의 세계 모두에 민주주의의 영감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심사위원회가 밝힌 바 있다.

유공자라는 훈장은 5·18정신을 수호하라고 있는 것이지, 사유화하고 특정 세력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5·18을 사유화하고 사적 이익에 이용하려는 자들이야말로 5·18을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려고 하는 5·18의 역적이다.

1년 전의 가짜 화해 쇼를 주도했거나 거기 부역한 자들이 5·18 영령들 앞에 최후의 양심이라도 있음을 증명하려면 스스로 용서와 화해 선언을 폐기하고, 가해자들의 진실 고백과 사죄를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광주 전남의 시민사회단체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과 역사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그것이 당신들이 팔아먹는 대신 지켜야 하는 5·18정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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