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 죽은지 만 1년이 지났지만, 최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44년전 광주진압작전의 실질적 명령권자가 전두환이었다고 밝히면서 그 이름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1980년 국보위 상임위원장 전두환은 최규하가 하야한 뒤 9월 1일 통일주체국민회의를 주체로 실시된 간선제에 따라 제11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10월 27일에는 임기 7년의 단임제 대통령제 등을 골자로 하는 국보위 입법회의가 기초한 제8차 헌법 개정을 했으며, 이 제5공화국 헌법에 따라 1981년 2월25일 대통령 선거인단에 의해 다시 한 번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합법적인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히틀러도 푸틴도 네타냐후도 시진핑도 모두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된 독재자들이었다.

ⓒ광주인
ⓒ광주인

그로부터 40여년 후 5·18유공자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공법단체화를 맞이했고, 부상자회, 공로자회, 유족회는 저마다 설립준비위가 만든 정관과 그들이 선임한 임원진을 세워 출범했다.

출범 후 바로 온갖 잡음에 시달리며 지금까지 왔다.

그리고 다시 총회와 선거의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5·18부상자회는 2년 전 대의원 선거가 잘못된 선거인 명부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판명되어 법원에서 선거무효 판결을 내렸다.

2175명의 선거인 명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불확실하며 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명단에 포함돼 있어 정상적인 선거인 명부라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러한 선거인 명부에 의해 진행된 선거에 의해 뽑힌 대의원들도 모두 무효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 대의원들이 모여서 진행한 총회의 모든 의결사항도 자동으로 무효가 된다.

이로써 5·18부상자회는 총회가 없는 단체가 되었다.

현재 5·18부상자회는 임원을 구성하고 있는 회장은 직무정지, 2명의 감사는 사퇴, 이사회는 3월말까지가 정관상 임기다.

이사회가 임명한 징계위원회에서 회장 직무정지를 결의했는데, 원래 시민사회단체 사단법인에서 회장의 거취를 결정하는 징계는 총회에서 결의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데 현재 총회가 없으니 그 징계를 승인할 기관이 없다.

총회의 구성이 부정당했으니 당연히 소집할 총회가 없고, 총회 소집권자도 법적으로나 정관상으로나 명확히 지정된 바가 없는데, 감독주무관청인 보훈부의 승인 없이 회장 직무를 대행하는 자가 총회를 소집했다.

공로자회 역시 이정호씨와 친척 관계라는 소문이 있는 이경헌씨를 포함한 34명을 내세워 총회를 소집한다고 한다.

현재 황일봉 5.18부상자회장과 정성국 5.18공로자회 회장이 두 회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고 회에는 손해를 끼쳤으며 그럴 만한 직위도 권한도 없는 자가 회의 운영을 전횡했다는 이유로 이정호씨를 고소해놓은 상태다.

ⓒ광주인
ⓒ광주인

정성국씨는 본인이 바지사장이었다고 양심고백을 하며 누구나 알고는 있었지만 드러내놓고는 말하지 못했던 그 존재에 대해 명확하게 알렸다.

그렇다면 회의 전반적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두 단체의 이사회는 모두 배임이 된다.

회의 이익이 되어야 할 금전이 특정인의 사적 이익으로 그것도 불법적으로 전용되고 있었으니 예산안을 결의하고 집행에 책임을 지는 이사회는 책임을 해태하고 직무를 유기한 셈이 된다.

다른 단체들 같으면 이미 이사회 전원에 대해 배임으로 고소가 되었을 사안이다.

현재 두 단체 모두 이정호씨 일파가 장악했다고 알려진 이사회가 만든 징계위원회에 의해 직무정지 상태인데, 공문의 효력을 입증하는 회장 직인은 직무정지당했다고 하는 회장 측에 있다고 한다.

이 와중에 뜬금없이 5·18부상자회 차현국 선거관리위원장이 대의원 선거 공고를 냈다.

왜 그랬을까?

2년 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들이 종신직도 아니고 4년 임기 보장도 아닌데 지금까지 권한이 유지된다고 하는 근거는 어디에서 왔을까?

총회의 의결도 없이 갑자기 이사회와 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서서 이리도 급하게 선거를 진행하는 것일까?

선거인 명부가 확정되지도 않은 채 선거가 공고되는 희한한 선거다.

선거권자들은 누가 입후보했는지 어떤 생각으로 입후보했는지도 모른 채 깜깜이 투표를 해야 하고, 후보자들은 자신을 알리고 선거운동을 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상태다.

이전의 명부를 볼 수 있는 측은 사전정보를 독점하여 선거운동 및 조작을 시도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했으니 나중에 선거결과를 승복하지 않을 원인을 제공하는 셈이다.

ⓒ광주인
ⓒ광주인

뒤늦게 선관위에서 선거일을 늦추겠다고 하는데, 이런 선거 역시 흔치 않다.

공로자회에서는 1월 12일 부회장이 심정보씨 혼자 입후보했다며 대의원 총회에서 선출해야 하는 부회장을 총회 전에 무투표 당선을 공고하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졌다.

13일에는 중앙총회를 열어 정성국 회장과 최병진 사무총장, 강웅식 감사, 박민서 이사를 불신임 결의했다.

해임이 아니라 불신임이라는 정관에도 없는 용어의 결의를 한 것은 그만큼 해임이라는 확실한 정관상의 용어를 쓸 수 없음을 주도자들이 알고 있었다는 것의 반증이다.

심정보씨는 국고보조금 횡령 등으로 고소된 상태인데 선거관리위원회가 자격심사를 하지 않았다면 선관위의 직무유기가 되고 심사를 했다면 무자격자를 통과시킨 부실심사가 된다.

이 총회가 과연 효력을 갖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 총회의 참석자였던 임장철씨는 이전 설준위에서 이사에 선임되어 부회장이 되었는데, 서울지부장을 하기 위해 이사.부회장을 사퇴했다고 본인이 주장했다.

그리고 지부장으로서 급여를 받아갔는데, 공로자회의 등기부에는 아직 부회장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부회장이라 주장한다면 스스로 사퇴한 자가 아직 행세를 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지부장 급여를 받아간 것은 국가보조금 횡령이 되며 총회의 정당성이 의심받는 상황으로 연결된다.

지부장이라 주장한다면, 법인 등기부가 변경되어 합법적인 조건이 획득되기 이전에 지부장에 취임하여 역시 지부장의 법적 자격에 문제가 생긴다.

한편 국고보조금 횡령의 공범으로 해임당하고 이정호씨 측 이사들에 의해 복직되었다는 박상혁씨가 선거관리위원회 간사로 공문을 발행했는데, 이 역시 누가 그를 임명했는지 불확실하다. 모든 것이 상식적이고 합법적이지 않다.

3월의 정기총회를 앞두고 이정호-심정보 연합세력이 미리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평가하는 공로자회 회원들이 여럿 존재한다.

8차 유공자 심사에 1982명이 신청했는데, 1980년 당시 해직언론인들 수백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대부분은 공로자가 될 것으로 보여서 이들이 대거 회원으로 진입하면 이정호-심정보 측이 더 이상 수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어 이번 총회는 그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하고도 절박한 기회가 된다.

양 단체의 쇄신파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이렇게 전두환 시대에도 없던 불법적이고 탈법적이며 편법으로 가득찬 선거는 보이코트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다는 것을 알고 있다.

ⓒ광주인
ⓒ광주인

그러나 자신들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가 진행이 되고 특정세력이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만 대의원 총회 및 이사회를 구성했는데, 이를 보훈부가 승인을 해버리는 경우 단체의 정상화는 몇 년간 지연되고 그 사이 온갖 비리들이 일어나 5·18을 욕보이고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

그러나 선거에 참여하는 경우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결국은 탈법과 편법으로 얼룩진 선거에 대한 정당화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상존한다.

이번 총회 시즌에서 패배하는 경우 쇄신파의 동력 역시 상실될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

결국 쇄신파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지는 경기에서 출발선마저 다른 불평등 시합을 치러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또다른 변수는 감독주무관청인 보훈부다.

유공자단체의 감독권을 가진 보훈부는 정관개정이나 선거에서 당선된 회장, 이사 등 임원진의 취임승인을 보류함으로써 총회의 결의를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다.

나아가 자격을 갖춘 임원을 다시 선출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지난해 정기감사를 진행한 후 올해 6월까지는 감사결과와 행정처분을 공시하게 되어있다.

이것 말고도 보훈부는 유공자단체를 사고단체로 판정 후 기존의 임원진을 해임하고 관선이사를 파견해 정상화를 진행할 수도 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하고 후임 장관이 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면 보훈부 역시 일처리가 빠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쇄신파들이 짧은 시간 안에 선거를 통한 반전을 이루어내기 어렵다면 보훈부와의 연합전선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변수들을 고려하더라도 현재까지의 5·18유공자단체들이 총체적인 난국에 처해있음은 분명하다.

설립준비위 시절부터 지금까지 온갖 추문이 난무하고, 부상자회는 지금도 용역들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그들은 누가 동원했고 비용은 누가 지불하는지도 모른다.

ⓒ광주인
지난해 2월 19일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8부상자회, 5.18공로자회, 특전사동지회가 '용서와 화해를 위한 대국민공동선언문'과 '행동강령'에 각각 서명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 황일봉 5.18부상자회장, 정성국 5.18공로자회장, 전상부 특전사동지회장. ⓒ광주인

그러나 이것이 부상자회에서 직인이 찍힌 법적으로 유효한 계약서에 의해 동원된 것이 아니라면 그 비용을 부상자회에서 지불할 수 없고, 누군가 회에게 지불하도록 한다면 지불에 관여한 사람은 배임이 된다.

5·18유공자단체들의 총회 시즌이 어떻게 될지 지역의 모든 시민과 시민단체들, 그리고 나아가 전국의 민주화운동 진영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주목하고 있다.

5·18이 밥그릇을 둘러싼 개싸움으로 전락하느냐 정상화되어 민주 인권 평화 통일의 5·18정신을 지켜낼 수 있는, 예우를 받을 만한 유공자로 인정받느냐가 앞으로 두 달 안에 진행될 총회에 달려있다.

전두환 시절에도 없던 선거를 다시 보게 될 것인가, 아니면 대동정신을 증명해낼 기회가 될 것인가?

슬프게도 전자의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 5·18의 현주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