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8월 24일)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의원들이 주관하는 '<전라도천년사>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위한 국회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에서 모여든 많은 참여자를 보고 놀랐습니다.

2명의 참석을 요청했던 <전라도천년사> 편찬위원회 측은 결국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편찬위원회 측의 몰상식이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전라도천년사,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 ⓒ광주인
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전라도천년사,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 ⓒ광주인

편찬위원회의 불참으로 반쪽짜리 토론회가 되고 말았지만, 1부 2부를 마치고 3부(?)에서는 가칭 '식민사관청산 전국연대'를 구성하자는 합의를 도출하기도 했습니다.

민형배 이용빈 의원을 비롯하여 토론회를 주관해주신 광주 전•남북 의원들께 고마운 뜻을 전합니다.

그런데 점심 식사 중에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전라도천년사> 편찬위원회 측은 이번 토론회에 그냥 불참만 한 것이 아니라, 제출해달라는 일체의 서류를 제출하지도 않으면서 국회의원 보좌관들에게 거의 협박에 가까운 자세로 폭언까지 퍼부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을 하고도 감당할 수 있겠느냐', '국정교과서 출판을 반대한 우리를 식민사학자로 몰고 있는데, 당신들도 한 편이냐', 등등.

왜 지역민들의 문제 제기에 답변은 하지 않으면서, 이처럼 협박성 언사를 서슴치 않는지 이해할 수 없군요.

더군다나 어느 의원에게 했다는 발언은 참으로 어안이 벙벙해지는 내용이었습니다.

"34권이나 되는 책을 누가 보겠습니까?

책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는 e-book인데, 그동안 제출된 공람의견서 내용을 본문에 주를 달아서 알리고, 별도로 별책부록으로 만들어 출판하면 어떻겠습니까?"

이런 제안을 하더라는 것이지요.

국회의원의 입장에서는 지역민들과 편찬위원회의 현격한 의견 차이를 조율해보려고 하겠지만, 편찬위원회가 저런 식의 우스꽝스러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면 조율은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전라도천년사>는 그야말로 공식적인 '관찬사서'이기 때문에 일본 극우파들이 악용할 것이 확실하고, 앞으로 사서를 만들 때도 계속 인용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책임에서 벗어날 생각만 하고 책 출판이 가져올 엄청난 후유증을 전혀 고려치 않는다면, 이들이 어떻게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집필진 속에는 그동안 진보적인 활동을 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자신들에게 식민사학자라는 오명이 씌워진 것에 대해 심히 모독감을 느끼실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라도천년사> 문제는 '전라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매국적 양태들도 모두 잘못된 역사를 과감히 청산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광주인
ⓒ광주인
ⓒ이용빈 의원실 제공
ⓒ이용빈 의원실 제공

어제 후쿠시마에서 핵 오염수가 태평양에 방류되고, 육군사관학교에서는 홍범도를 비롯한 독립 영웅 다섯 분의 흉상을 철거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모든 사태는 바로 역사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우리 자신들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역사학자들도 일부 친일사관에 찌든 매국사학자들의 무리에서 어서 벗어나길 기대합니다.

그들과 한편이 되어 똥물을 뒤집어 쓸 필요가 없습니다.

진보적인 역사학자들은 이번 사태를  모두 긴 역사적 안목으로 직시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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