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윤의 '전라도천년사' 톺아보기(14)] 주류강단사학계, 김현구의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 맹목적 추종

고려 현종 이후 전라도 정명 1천년을 맞아 2018년 광주ㆍ전남ㆍ북도가 24억원을 들여 편찬한 '전라도천년사'(전 34권)가 친일식민사관이 짙게 배어 있다는 비판과 폐기여론이 거센 가운데 평소 한국고대사 분야에 깊은 연구를 해온 김상윤 선생이 최근 자신의 SNS에 연재한 '<전라도천년사> 무엇이 문제일까요?'를 본지에 18회 연속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전라도천년사>의 집필자들은 <일본서기>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가야 7국을 정복한 것은 야마토왜가 아니라 백제였다는 사실을 밝혔기 때문에, 자신들은 식민사학자가 아니라 '식민사학을 극복한 학자들'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류 강단사학계는 스승이나 선배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무턱대고 추종하는 경향이 아주 강합니다.

위와 같은 주장도 사실은 해방 후 일본 유학생 1호 역사학자라는 김현구가 <임나일본부는 허구인가>에서 주장한 내용입니다.

김현구는 <임나일본부는 허구인가>를 쓸 때, 스에마츠나 쓰다 소키치처럼 <일본서기>를 사실로 전제하고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김현구는 철저히 <일본서기>의 시각으로 한일 고대사를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덕일은 <우리 안의 식민사관>에서 김현구의 주장을 식민사관이라고 했다가 명예훼손으로 재판을 받아야 했습니다.

재판부는 학술적인 논쟁으로 풀어야 할 내용이라면서 이덕일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김현구의 <임나일본부는 허구인가>에 대해 이덕일이 가한 비판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1, 한반도 남부에는 실제로 임나일본부가 있었다.

2, 그런데 임나일본부는 일본의 야마토 정권이 지배한 것이 아니라 백제가 지배했다.

"탁순에 집결하여 가야 7국을 평정하는 군대의 책임자는 야마토 정권의 아리타와케, 가가와케가 아니라 증원군이라는 형태를 띠고 등장한 백제장군 목라근자였다고 생각한다."(<임나일본부는 허구인가>, 47쪽)

이처럼 김현구는 임나를 실재로 지배한 것은 백제라고 한 후, 그 '백제를 지배한 것은 야마토 정권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야마토왜가 임나가 아니라 백제를 통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논리라는 것입니다.

"<일본서기>에는 407년에서 462년 사이에 백제가 야마토 정권에 파견한 23회의 사자 중에서 백제의 요구가 명확히 적시되어 있는 경우는 14회라고 되어 있다.

그중에서 임나에 관한 내용은 4회이고 나머지 9회는 전부 원군이나 군수 물자를 요청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당시 야마토 정권과의 관계에서 백제가 일관되게 추구하던 것은 군사 원조였다고 볼 수 있다."(<임나일본부는 허구인가>, 142-143쪽)

김현구에 의해 백제는 졸지에 야마토 정권에 군사 원조를 구걸하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이 이덕일의 비판입니다.

김현구는 고려대 재직시 최재석 교수를 왕따시킨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고대 한일관계사에 대한 최재석 교수의 논문을 고려대 내의 학술잡지에 '게재 불가' 판정으로 싣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기 주장에 배치되기 때문이었겠지요.

최재석은 일찌기 '백제가 왜를 지배했다'는 주장을 해온 학자인데, 식민사관을 극복했다는 김현구는 왜 최재석을 계속 왕따시켰을까요?

그런데 김현구의 와세다대학 학위논문인 <야마토 정권의 대외관계 연구>를 보면 '고대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였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현구의 지도교수였던 미즈노 유는 '일본의 신공황후가 삼한을 점령하였으며 서기 1세기 때부터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였다'고 만화 같은 주장을 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미즈노 유는 김현구에게 '일본 고대사를 바르게 이해한 사람이니 한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바른 교육을 시켜달라'는 당부의 말을 김현구의 책에 써주었다고 합니다.

김현구의 뒤를 따라 일본에서 유학한 7명의 역사학자들이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일본서기>를 번역하고 주를 달았습니다.

마지막 참고 문헌에 엄청난 자료를 실었는데, 한일 고대사에 대해 가장 많은 논문과 책을 쓴 최재석의 자료는 하나도 게재하지 않았다는군요.

김현구의 뜻이 후배들을 통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겠지요.

이것이 주류 강단사학의 '실증적인' 모습입니다.

이덕일의 주장에 따르면, '이론이 다른 학자 죽이기, 이것이 식민사관의 주요 생존술 중 하나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전라도천년사> 집필진은 김현구와 같은 주장을 하면서, '<일본서기>의 잘못된 내용을 걷어내고 보니 가야 7국을 정복한 것은 백제더라',라고 하면서 자기들이야말로 식민사관을 극복했다니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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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천년사> 누리집: http://www.jeolladoh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