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사관 청산을 주장하는 것은, 주류강단사학계가 일제시대 조선사편수회가 주장했던 그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기 때문"
"민족사학자,매우 큰 영역을 가진 '대고조선' 주장 vs 주류강단사학자. 고조선 건국되자마자 위만조선에 망했고, '소고조선' 주장"

고려 현종 이후 전라도 정명 1천년을 맞아 2018년 광주ㆍ전남ㆍ북도가 24억원을 들여 편찬한 '전라도천년사'(전 34권)가 친일식민사관이 짙게 배어 있다는 비판과 폐기여론이 거센 가운데 평소 한국고대사 분야에 깊은 연구를 해온 김상윤 선생이 최근 자신의 SNS에 연재한 '<전라도천년사> 무엇이 문제일까요?'를 본지에 18회 연속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에서 국사를 전공하는 학자 그 누구도 자신이 식민사학자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국사를 전공하는 학자에게 '식민사학자'라고 하면, 이는 참으로 모멸적인 욕설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식민사학자 또는 식민사관이라는 말은 끈질기게 국사학계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김상윤
ⓒ김상윤

이번 <전라도천년사> 역시 식민사관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뿌리깊은 문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조선총독부는 1925년에 조선사편수회를 조직한 후, '국사의 일부가 된 조선사'를 편찬하는 사업을 벌여 1938년에 <조선사> 35권을 완성합니다.

이때 조선총독부가 <조선사> 편찬을 위해 세운 내부 기본 방침을 거칠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조선 역사의 출발을 늦출 것.

둘째, 조선의 강역은 모두 압록강 두만강 이남으로 할 것.

셋째, 조선의 북쪽은 한사군의 지배를 받고 남쪽은 임나일본부의 지배를 받은 것으로 할 것.

넷째, 조선은 역사의 출발부터 외세의 지배를 받았으며 따라서 역사 발전이 정체되었다는 이른바 '타율성'과 '정체성'을 강조할 것 등이었습니다.

박은식이나 신채호, 정인보 등의 '민족사학'자들은 이에 맞서 우리 역사를 깊게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마르크스 이론에 입각한 '사회경제사학자'들도 일제의 역사 왜곡에 치열하게 맞섰다고 합니다.

해방 후 사회경제사학자들은 대부분 북쪽으로 갔고, 민족사학자들도 6•25 전후에 납북되거나 월북한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결국 남한에는 조선사편수회에 참여했던 '식민사학자'들만 이른바 '실증사학'이란 탈을 쓴 채 남게 되었고, 이들이 대학을 비롯한 역사 교육 현장을 모두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해방 후 일제 청산 작업이 실패하게 되자 사회 전반을 친일 세력이 다시 장악하게 되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아마 역사학계에 친일 식민사학이 계속 위세를 부리게 된 배경도 그러한 사태와 깊은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김상윤
ⓒ김상윤

그러나 역사학계는 모두 '식민사관'을 청산해야 한다는 일치된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표적 식민사학자인 이병도나 신석호도 식민사관의 청산을 주장했을 것입니다.

다만 식민사관은 이미 그들에게 체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그들은 식민사관을 답습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식민사관의 청산을 주장하는 것은, 주류강단사학계가 일제시대 조선사편수회가 주장했던 바로 그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류강단사학계는 조선의 역사를 매우 늦게 시작된 것으로 기술하고, 조선의 역사는 두만강과 압록강 아래에서 이루어졌으며, 한사군은 평양 근처에 있었고, 임나일본부는 부인하나 임나일본부를 주장한 일제 식민사학자들의 위치 비정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라도천년사>의 문제는 '일본서기를 인용했으니 식민사학자'라고 매도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제 식민사학자들이 주장한 내용을 대부분 수용하고 있기 때문에 식민사학자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민족사학자들이 고조선은 역사가 유구하며 매우 큰 영역을 가진 '대고조선'을 주장하는데 반해, 주류강단사학자들은 고조선이 건국되자마자 위만조선에 망했고 영역도 아주 조그만 나라였다는 '소고조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고조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라도천년사> 여러 곳에 드러나 있는데, 일제 식민사학자들이 주장하던 내용과 대동소이한 주장이 그대로 용인되고 있기 때문에 <전라도천년사>가 식민사학으로 도배되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식민사학자의 대표격인 이병도까지도 자신을 식민사학자라고 여기지 않았듯이, <전라도천년사>에 참여한 '일부' 학자들도 자신들이 식민사학자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라도천년사' 표지그림.
'전라도천년사' 표지그림.

왜냐하면 이미 식민사학의 주장이 체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식민사학을 추종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정말 그런지 한 번 검토해 볼까요?

그럼 이제 <전라도천년사>로 들어가 그 물증을 하나둘씩 제시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김상윤 님의 SNS보기: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5169631571

<전라도천년사> 누리집: http://www.jeolladohistory.com/

'바른역사시민연대' 호소문.
'바른역사시민연대' 호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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