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인사말 전문은 지난 19일 오전11시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와 (사)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가 공동주관한 '5.18민주화운동 포용과 화해와 감사-대국민공동선언식'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편집자 주  


인사말 [전문] 

■ 사람으로 바라보고, 사람으로 만나며, 마음으로, 바라보고 마음으로 맞이해야 할 때

43년 동안 우리들은 계엄군을 미워했습니다.

그런데 광주에 투입된 그 계엄군들은 국가의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군인들이었습니다.

그 명령 한마디에 눈길도 옆으로 돌리지 못하는 군인들이었습니다.

황일봉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
황일봉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장.

그 군인들에게도 함께 살고 싶은 부모형제가 있었고 우리들처럼 어두운 밤만 되어도 싫고 5월만 되면 가슴에 빨간약이라도 바르고 싶은 가슴 찢어질듯한 트라우마가 심각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들에게도 사망자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부모형제나 동료들은 518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나 동지들과는 달랐습니다.

사망한 계엄군들의 부모형제들은 반세기의 세월이 흘러도 억울하다는 하소연 한마디 못하고, 사망한 계엄군의 동료들은 같이 훈련받고 함께 제대 할 날을 기다렸던 동료들의 죽음에 말 한마디도 못하고 눈물 반, 술 반으로 떠오르는 악몽을 달래며 숨죽여 속으로만 흐느끼면서 43년을 힘들게 고통 속에 살아왔음을 이제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자식 잃은 5월 어머님들도 사죄하러 온 계엄군들에게 “당신들이 무슨 죄가 있겄소!”라고 말씀하시고 용서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극한의 상황이었던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광주시민들이 행동하는 의식으로 보여준 위대한 대동정신은 혹한의 눈꽃에 핀 홍매화처럼 세계인들이 우러러 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즉 세계인에게 민주주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양심과 행동의 교본을 보여준, 우리는 이제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할것인가 자문해 봅시다.

우리는 지금 국민들과 세계인들을 향해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합니까?

우리는 지금 누구를 밀어내고 누구를 품어야 합니까?

우리는 어두운 그림을 그려야 합니까? 따뜻하고 밝은 그림을 그려야 합니까?

우리는 지금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합니까?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용서하고 화해하여 슬픔보다는 기쁨을 노래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들은 국민들과 세계인들을 향하여 용서를 통한 평화의 글을 써야 합니다.

이제 우리들은 서로 사랑한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어느 누구도 민주주의 이름으로 품어줄 수 있는 세계의 시민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다시 한 번 가슴의 울림으로 회한에 숨죽여 울었던 군인들을 품어주어야 할 때입니다.

세계는 통곡의 한을 넘어서 화해와 용서의 노래를 부르는 우리를 다시 한 번 우러러 볼 것입니다.

사랑을 하여야 모두가 살 수 있습니다.

영면하고 계시는 호국 영령님들과 민주영령님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는 민주주의 완성을 통하여 시민이 주인 되는 세상일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함께 어울려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인 대동세상을 이루는 날 호국영령 민주영령님들은 지하에서 활짝 웃으며 여기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 우리들을 향해 박수쳐 주리라 믿습니다.

오늘 "도청지킴이 5월어머님들이, 이 자리에서 43년간의 원망과 미움을 뒤로하고 용서와 화해의 손길을 맞잡아 주신 이 순간, 저희는 그동안 어머님들이 흘린 눈물을 잊지도 않을 것이며, 오늘 보여주신 용서와 화해의 자애로움 품에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굴곡진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시고 5·18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큰 결단을 해주신 특전사대원님들에게도 그 간의 아픔과 치유하는 걸음으로 연결되는 자리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오늘 보여주신 용기와 결단에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모두, 함께, 같이, 43년 전에 5·18영령님들께서 이루었던 "대동세상"을 향해 출발하고자 합니다.

부디 굽어 살피시어 우리 모두가 바라는 대동세상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2023년 2월 19일 

공법단체 5 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 황 일 봉

19일 오전 11시에 개최한 5.18민주화운동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공동선언식' 프로그램. ⓒ행사일에 주최 쪽이 배부한 행사안내 책자
19일 오전 11시에 개최된 5.18민주화운동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공동선언식' 프로그램. ⓒ행사일에 주최 쪽이 배부한 행사안내 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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