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주주의전당 유치와 민족 민주열사묘지(옛 5.18묘지)의 단장

새로운 정권의 출범 과정에서 국가기관이 저지른 불법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고, 모처럼 만에 재개된 남북회담이 국민일반이 생각하기에는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현안의 중차대함에 비춰 너무나 하찮은 이유 때문에 물건너 가면서 어딘가 모르게 세상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한국민주주의전당 건립이라는 오래된 숙원사업이 또 다시 표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민주주의전당 건립 사업이야말로 정당하지 못한 국가권력이 적법하지 못한 방법으로 국민의 인권을 유린해 온 과거를 바로잡아 제대로 된 민주주의와 정의를 국가의 정체성으로 확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이러한 전당을 광주에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제기되었으나 국민적 동의는 물론, 시민들의 관심조차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 채 여러 갈등만 불러 일으켜왔던 것이 사실이다.

▲ 광주 북구 운정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옛 5.18묘지).

5.18민주화운동을 정점으로 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광주의 희생과 노력은 부정될 수 없는 실체적 진실이다. 관련하여 법과 제도가 이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는 바, 이것이 5.18광주민주화운동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과 국립5.18민주묘지에관한법률 등이다.

단순히 광주의 피해를 보상하고 명예를 회복한 정도를 넘어 한국사회의 불행했던 과거를 바로잡는데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한국민주주의 전당은 그 과정과 영향을 고스란히 담을 수밖에 없고 마땅히 담아야 한다.

따라서 한국민주주의전당이 광주에 들어서는 것은 우선 역사적 당위성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에 기초한 민주, 인권, 평화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온 광주는 전당을 광주에 유치하기 위해 얼마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마땅히 자문해보고 반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빚어졌던 나름의 여러 갈등에 대해서도 반드시 되돌아봐야 하고,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당사자들이 마음을 열고 머리를 맛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옛5.18묘지, 지금은 민족민주열사묘역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이곳을 단장하는 문제는 한국민주주의 전당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가져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국민적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한국민주주의 전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 바로 민족민주열사묘역의 단장에 국민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동안 민족민주열사묘역을 찾은 국민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많았는가?

그들이 갖고 있을 안타까움과 역사를 기억하고 싶어했던 나름의 감정들을 행동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그 행동과 참여를 이곳 민족민주열사묘역에 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참여와 행동이 한국민주주의 전당의 필요성과 장소성의 공감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광주의 반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국립5.18민주묘지 조성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왜곡되었던 갈등, 그리고 오랫동안 행정과 5.18단체들에 의해 방치되었던 이곳의 현실 등에 대한 광주의 진실된 고해가 행해져야 하며, 그 방법 역시 뒤늦게 많은 예산을 들여 단장을 하겠다고 나선 행정에 의해 모든 사업이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관심 밖에 있었던 이곳에 시민들이 직접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 흙 한줌을 보태는 것으로 가꾸어지는 방향과 내용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다. 최근 산업화 과정에서 참혹하게 유린되었던 인권과 민주주의와 정의의 가치는 숨겨진 채 새마을운동과 한강의 기억을 운운하며 노골적으로 과거회귀를 종용하고 있는 사회일각의 행태들을 접하면서 역사의 반복은 참된 역사만이 아니라 불행하고 그릇된 역사도 되풀이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의도들이 다시금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심대하게 훼손할 것이란 점과 그 훼손된 가치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또 다시 국민들은 많은 피를 흘려야 한다는 역사의 가르침도 함께 확인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여 한국민주주의 전당이야말로 새로운 정권의 출범 이후 사회일각에서 일고 있는 민주주의와 사회정의의 가치훼손의 의도를 잠재우고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야말로 그 어떤 이유와 명분으로도 훼손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임을 국민들이 스스로 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광주 또한 이 전당을 유치함에 있어 광주가 그동안 경주해 온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 이미지 구축과 가치의 가시적 성과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광주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희생하고 노력해 온 그 성과와 가치를 구현시키기 위한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만이 전당의 광주유치가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한국민주주의 전당이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인권과 평화의 발전을 추동하는 원동력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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