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 감독의 <익스트림 페스트벌>은 왁자지껄한 웃음을 선사하는 코미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요즘 유튜브에서 유행하고 있는 스케치 코미디의 형식을 빌려 짜임새 있는 난장판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축제의 성공에는 관심 없고 줄곧 상사의 심기만 살피는 담당 공무원, 차기 사업을 따내는데 사활을 건 행사업체사장, 지원금에 목을 매는 예술인들, 그리고 서울로 탈출만 바라보는 지역 청년처럼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인물들이 지역축제의 한복판에 얽혀 스크린 위에 좌충우돌하고 있다.

익스트림 페스티벌 포스터 ⓒ트윈플러스 파트너스
익스트림 페스티벌 포스터 ⓒ트윈플러스 파트너스

헛웃음이 나오는 엉성한 일처리 방식이나 제3자가 보기에는 정말 사소한 문제로 심각하게 갈등하고 화를 내는 영화 속의 난장판은 정말로 웃음이 나올 만큼 현실 같다.

하지만 지역에서 살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는 좀처럼 편하게 웃음을 지을 수 없다.

누군가는 웃음이 나오는 영화 속의 난장판이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가 피부로 겪고 있는 골치 아픈 문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익스트림 페스티벌>의 이야기는 충남에 있는 가상의 도시 ‘망진’에서 펼쳐진다.

수도권 끝머리에 위치한 것이 도시의 큰 자랑이라고 내세우는 망진 군의 이름에서부터 벌써 망조의 기운이 스멀스멀 나타난다.

망진에서 개최되고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지역 축제는 이름만 들어도 헛웃음이 나는 “제31회 망진 정종문화제”다.

아니 사실은 제2회 연산군 문화제이다.

담당 공무원의 말처럼 이성계와 이방원의 이름은 다들 알지만 정종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정종문화제를 31회나 개최했지만 아무도 모르는 이 축제를 과감하게 걷어치우고 망진시는 부랴부랴 축제를 연산군 문화제로 바꾸어 버린다.

그것도 개최 1주일 전에 바꾸어 버린다.

서울도 아니고 수도권 근처에 위치 해 있다는 ‘니어 서울(Near Soul)’을 빼고는 내세울 것이 없어 보이는 망진 시는 절박한 듯 보이지만 축제를 담당한 공무원이나 망진 군수는 별로 절박해 보이지 않다.

뜬금없이 개최된 ‘제2회 연산군 문화제’를 둘러싼 혼란스러운 축제에서 유일하게 정신줄을 놓지않고 사력을 다하는 주인공 혜수(김재화)를 중심으로 영화의 이야기를 전개된다. 

주인공 혜누는 행사 대행업체 ‘㈜질투는 나의 힘’의 대표다. 변변한 직원하나 없는 회사의 대표 혜수는 회사의 사활을 걸고 급작스럽게 바뀐 연산군문화제를 전력으로 준비한다.

이런 혜수의 심중을 알고 있는지 아니면 모르는지 담당 공무원의 심드렁한 태도와 한명 있는 직원이자 남자친구인 상민(조민재)는 도통 도움이 되질 않는다.

담당 공무원은 행사장이나 무대를 살피기는커녕 휴대폰 화면과 군수의 심기를 살피기에 바쁘다.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 스틸 사진 ⓒ트윈플러스 파트너스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 스틸 사진 ⓒ트윈플러스 파트너스

상민은 축제 당일이 돼서야 현장에 얼굴을 비추고 초대 가수 출연료 2,000만원까지 사기를 당한다.

축제 현장에서 다들 자기 역할이 있지만 대부분 망할 조짐이 확실해 보이는 지역축제를 툴툴대며 그저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회사의 대표 혜수 만이 어떻게든 행사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한 달 넘게 정종문화축제 공연을 준비했던 극단의 단원들의 불만을 어르고 달래고 행사 당일까지 얼굴 한번 비추지 않는 직원이자 남자친구인 상민을 닦달한다.

막걸리 주전자는 구멍이 나서 줄줄 새고, 녹두전은 타버리고, 전 직원이자 아르바이트생인 래오(박강섭)는 계속 투덜대기만 할 뿐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 축제는 총체적 난국이다. 

이 아수라장에서 희망을 꿈꾸는 사람은 알바생인 은채(장세림)다.

은채는 망진군에 있는 환태평양대학교의 한류미디어IT융합전공 대학생이다.

구체적인 컨셉도 잡지 못하고 그저 사람들의 이목을 조금이라도 사로잡을 만한 요소들은 전부 모아놓은 잡탕 같은 지역축제처럼 그럴 듯한 단어들로 범벅을 해놓았지만 실속은 전혀 없는 학과에 재학 중인 은채는 답답한 망진을 떠나 서울로 상경할 것을 꿈꾼다.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지 않고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할 동생과 착각하는 망진을 탈출하는 것이 은채의 꿈이다.

이 혼란스러운 지역축제의 한복판에서 은채는 기회를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하지만 은채의 희망도 결국 희망으로 끝을 맺는다.

서울 성수동에 있을 줄만 알았던 회사 사무실은 망진으로 낙향했고, 대표인 혜수가 제시하는 연봉은 보는 순간 당혹감과 실망감이 느껴질 만큼 민망한 금액이다.

유일하게 얻은 것이 있다면 자기를 ‘JJ(지잡대생)’라고 조롱하는 남동생의 뒤통수를 후려 친 것이랄까?

고군분투 해보지만 은채의 지역 탈출 계획은 망해버린 연산군문화제와 함께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충분히 리얼하고 재미있다.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그려낸 지역 축제는 피부로 공감할 만큼 사실적이어서 보는 내내 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

영화 익스트림 페스트벌 스틸 사진 ⓒ트윈플러스 파트너스
영화 익스트림 페스트벌 스틸 사진 ⓒ트윈플러스 파트너스

아쉬운 것은 영화의 마지막이다.

망해버린 지역축제와 마음이 꺾여도 노력을 해도 되지 않는 현실에 망연자실한 지역의 사람들에게 영화는 그래도 사랑스럽고 소중하다는 따듯한 시선을 보내고자 한다.

하지만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영화의 시선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뭘 해도 안 되지만 그래도, 아니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식의 위로는 영화의 카메라가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지역의 현장 밖에서 이 난장판을 구경하고 있다는 제3자의 시선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표현하자면 팩트로 뼈를 때리는 코미디는 충분히 웃음을 자아내지만, 영화가 지역을 보고 있는 시선은 연산군문화제처럼 가망이 없다는 절망감을 은근하게 드러내는 것 같아 영화의 뒷맛이 씁쓸하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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