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마다 꺼내어 보고 싶은 잔잔한 행복을 담은 영화

계절을 맛으로 표현한 영화가 있을까?

여러 요리 영화를 생각하다가 모리 준이치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이 떠올랐다.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는 하시모토 아이가 주인공 이치코 역할을 맡아 2015년 개봉한 일본 영화다.

우리나라에서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태리가 주연을 맡아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 스틸컷 ⓒ네이버영화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 스틸컷 ⓒ네이버영화

이 영화는 이치코가 도호쿠 지방의 작은 마을 코모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잔잔한 일상을 보여준다.

제목 그대로 여름과 가을의 이야기이고, 그 중심에는 여름 음식 일곱 가지와 가을 음식 일곱 가지가 등장한다.

영화의 절반은 여름이고 나머지 절반은 가을인 셈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같은 시기에 푸른 시골의 여름 풍경을 감상하기 좋고, 한편으로 다가올 가을을 기다리며 보기에도 좋다.  

코모리 마을에서는 식재료를 파는 슈퍼가 자전거로 30분 떨어진 거리에 있으므로, 어지간한 음식은 자연에서 확보해야 한다.

농사를 지어 수확하거나 나무 열매를 줍는 식이다. 시골에서 먹는 음식은 생활의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되는데, 여름을 맞이하는 첫째 음식은 의외로 직접 구운 빵이다.

여름 습기를 날리기 위해 시골집에 불을 때는 동안 열기가 일어나므로 스토브를 데우고 빵을 굽는 것이다.

투박하게 구운 빵, 여름 농사일을 마친 뒤 마시는 시원한 식혜, 으름 열매로 만들어 신맛이 나는 잼이 연달아 이어진다.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 스틸컷 ⓒ네이버영화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 스틸컷 ⓒ네이버영화

구하기 어려운 것은 먹지 않는다.

손에 닿는 재료에 약간의 실험 정신을 더해 볼 뿐이다.

재료 그 자체를 즐기는 순간도 있다.

이치코가 노지 재배로 키운 토마토를 베어물 때, 그 시원한 수분감이 스크린 밖까지 전해지는 것 같다. 

영화에서 감탄하게 되는 지점은 소박하게만 보이는 음식들이 섬세한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른다는 사실이다.

새참으로 챙겨 갈 호두밥을 짓기 위해서는 먼저 호두알을 줍고 망치로 깨고 이쑤시개로 호두 속을 파내야 한다.

그리고 호두 열매를 으깨어 쌀과 섞어 밥을 짓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접시에 담긴 음식에는 포장된 음식에서 느낄 수 없는 긴 시간이 녹아 있다.

음식을 먹는 것이란 음식을 준비한 시간을 함께 느끼는 것이란 사실을 영화는 우리에게 다시금 알려준다.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을 보면 과정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생의 진리를 음식을 통해, 한편으로는 시골 생활의 노동을 통해 알아차리게 된다.

이치코의 학교 후배 유타는 왜 고향으로 돌아왔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자기 몸으로 직접 한 일과 그 과정에서 느끼고 생각한 것. 자신이 책임지고 말할 수 있는 건 그런 거잖아. 그런 걸 많이 가진 사람을 존경하고 믿어. (중략) 난 말이야. 남이 자기를 죽이게 두고 죽인 방법을 불평하는 그런 인생을 보내고 싶진 않았어.”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 스틸컷 ⓒ네이버영화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 스틸컷 ⓒ네이버영화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 스틸컷 ⓒ네이버영화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 스틸컷 ⓒ네이버영화

자기 삶을 온전히 살아내고 책임지고 싶다는 각오는 과정을 소중히 여기겠다는 마음처럼 들린다.

이 영화는 이런 마음의 소산 같고, 그래서인지 속도를 내고자 하는 욕심을 발견하기 어렵다.

조금 지루하더라도 계절마다 차려지는 일곱가지 음식을 따라가야 한다.

그렇게하여 우리가 보게 되는 결말이 도입에서 봤던 이치코의 뒷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도, 영화를 보는 동안 잔잔하게 채워진 행복의 질량은 무시할 수 없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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