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가탐방은 최근 광주시립미술관 레지던시에서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고 있는 서영기 작가를 만나 지금까지 작업과 함께 걸어온 길을 들어보았다.

‘폐허와 사탕’, ‘강’ 작업으로 알려져 있는 그의 최근 몇 년 간의 행보는 작품의 방향성을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간극을 들여다보기

서영기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서영기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알려진 것처럼, 초반 작업은 <아이러니>(2010) 시리즈로, 자연재해를 입은 장소와 그 위에 오브제처럼 놓인 사탕 이미지를 병치하여 양면적이고 표리부동한 사회를 보여주고자 했다.

이와 함께 작업했던 <정의하기>는 성인용품에 대한 편견을 꼬집어보고 금기를 깨고자 하는 시도였다.

그는 이전의 작업에 대해 동시대 미술이 ‘의미’, ‘내용’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작품 안에 어떤 메시지를 넣으려고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또한, 강 위에 쓰레기가 떠다니는 모습을 담은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은 대만 피어 투 아트센터(Pier 2 Art Center) 레지던시에 참여하여, 가오슝 러브리버 지류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리서치 하면서 영감을 받은 작업이다.

하천을 따라가다보니 어느 순간 아름다웠던 풍경이 사라지고 온갖 쓰레기가 모여있는 광경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강의 외부에 보여지는 모습과 숨겨져 있는 모습의 간극을 통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겉모습과 내면의 불일치를 보여주고자 했다.

쓰레기가 강 위에 떠 있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은하수 같이 빛나기도 한다.

쓰레기마저도 꾸며진 이미지는 그러한 모순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낸다.
 

냄새가 난다;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 이야기가 읽힌다

그는 이제 작품 안에 메시지를 담고자 하는 것에서 자유로워졌다.

[냄새가 난다]는 개인전 제목이자 그의 최근 작업을 함축적으로 말해주는 듯하다.

그는 어떤 낌새, 불안한 조짐, 무슨 일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것 같은 장면, 소위 ‘냄새가 나는’ 장면을 포착한다.

그가 포착한 각각의 장면들은 의미를 만들어내서 구성한 것이 아니라, 직감적으로 카메라 안에서 선택된 장면이다.

끈으로 묶인 돌, 밤 중 어느 건물의 조명이 켜진 방, 건축 후 남겨진 자재들, 묶여있는 자루, 노을 풍경 등 그는 지나가다가 순간적으로 뇌리에 박히는 장면들을 찍고, 이미지를 다시 골라내서 유화로 그려낸다.

서영기-냄새가 난다(It smells fishy)_162X112cm_Oil on canvas_2021. ⓒ광주아트가이드
서영기-냄새가 난다(It smells fishy)_162X112cm_Oil on canvas_2021. ⓒ광주아트가이드

그가 어떤 장면을 발견하는 감각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것을 새롭게 읽어내도록 한다.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함으로써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관련 없는 이미지의 일련의 배열은 그 안에서 새롭게 이야기가 읽힌다.

작가가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이야기가 읽힌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 것 같다.

현재 그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하나의 장소를 다른 시각으로 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고가 밑 하수도 입구인 괴기스러운 기운이 풍기는 어떤 장소에서 전체와 부분을 각각 담아내고, 안과 밖에서 보는 풍경을 각각 그려낸다.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그 장소는 낯선 곳이 되었다가, 익숙한 장면이 되기도 하고, 눈속임이 되었다가 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그가 화폭 안에 담고 있는 대상은 공통점이 없다.

오히려 그의 작업은 ‘무엇을 담아내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보는 방식’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실제로 그의 관심은 어떤 대상을 하나로 규정하지 않고 ‘다르게 바라보기’에 있는 듯 보인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것들을 발견하고자 하는 시도, 그것은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보는 방식’을 통해 인식의 틀이 확장되기를, 관객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듣는 것을 통해 진정으로 소통하기를 원한다.

오랜 시간 내적 성장을 해온 작가의 또 한 번의 도약이 기대된다.


**윗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63호(2023년 6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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