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가탐방은 최근 영상, 설치작업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정유승 작가를 예술의 거리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만났다.

처음 봤을 때는 평면 작업을 하던 작가가 어느 순간 성매매 여성을 주제로 한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궁금증이 생겼던 기억이 있다.

이번 ‘작가탐방’에서는 작업 변화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자신만의 작업을 펼치고 있는 작가의 생각과 작업방향을 들어봤다.

정유승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정유승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초기의 평면 작업들은 여성 혹은 청년작가로서 느끼는 사회 속 부조리함, 그리고 ‘나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면, 2018년 이후 부터는 ‘내가 살고 있는 광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 작가포트폴리오 공모전을 계기로 광주 성매매 집결지에 관심을 갖고 여러 논문과 책, 자료를 찾아보며 리서치를 했다.

또 시간 날 때면 성매매여성상담소에 가서 이야기를 듣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모두 알고는 있지만 관심은 없는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작업이 시작되었다.

착취의 구조 속에서

광주의 대표적인 성매매집결지의 낮과 밤을 2채널 비디오로 제작한 <집결지의 낮과 밤>(2018)은 낮이 인적이 뜸한 폐허라면, 밤은 인적이 찾아드는 또 다른 의미의 폐허임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 보이지 않는 경계에 서서 동시대 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시간대에 따라 다른 장소로 변모하는 모습을 목도하도록 한다.

최근 작업 <양동 성매매집결지 철거현장> (2022)은 오랜 기간 여성의 착취가 일어났던 장소에서 도시 재개발로 인해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이 쫓겨나게 되면서 또 한 번의 착취를 경험하게 되는 상황을 은유한다.

사라진 장소처럼 그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행방도 순식간에 묘연해진 상황은 도시의 개발과 함께 이들의 운명도 함께 결정지어져버리는 아이러니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2004년 성매매방지법과 같은 관련법 제정 등 성매매 여성들의 상황이 이전과 달라지긴 했지만, 구조적인 문제들은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들은 이러한 부조리와 불합리한 상황들, 자기 몫을 할당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삶, 외부조건에 의해 착취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들의 삶을 재고하도록 한다.

그는 주로 성매매 여성 자체를 주제로 작업하기 보다는, 그들이 사용한 물건들, 그들이 있었던 공간들, 흔적들을 탐색하는 방식으로 은유하여 보여준다.

그는 작품이 아니더라도 소비되는 여성들이 작품으로 더 소비되지 않도록 유의하며 작업한다고 말한다.

이들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작품 안에 여성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비유적인 표현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들이 살았던 공간이나 장소,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물건들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그들의 삶을 비추어보게끔 한다.
 

노동의 가치를 묻다

정유승-양동 성매매집결지 철거현장, 2022, Cprint, 80x60cm. ⓒ광주아트가이드
정유승-양동 성매매집결지 철거현장, 2022, Cprint, 80x60cm. ⓒ광주아트가이드

또한 최근에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작업은 ‘여성 노동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광주 변두리에 거주하는 여성 농민들의 삶은 어떠한지 그들의 생애사를 수집하고 있는 중이다.

대부분의 농기구가 남성 노동자에 맞추어져 있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여성 농민이 자주 쓰는 농기구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그가 작업에서 성매매 집결지와 성매매 여성 그리고 여성 노동자를 주제로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여성’ 자체를 주제로 잡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보다는 ‘여성’으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착취당하거나 소외받는 사회 구조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흔적들을 추적하여 응시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또 하나의 작업은 작품거래에 관한 평면 작업으로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예쁜 그림을 그리고 그 옆에 가격 명세서를 붙인다.

거기에는 재료값, 일당, 교통비 등 그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쓴 비용들이 상세히 적혀있다.

작가들의 삶의 영위를 위해서는 작품이 유통이 되어야 하는데 가격 때문에 향유하지 못하는 상황을 꼬집으며 작가의 노동 가치를 되묻고 있다.

앞으로 작가로서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기대해본다.


**윗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60호(2023년 3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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