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영의 최근 작업의 큰 변화는 그가 그린 대상이 초기에는 ‘도시풍경’을 담았다면, 현재 작업에서는 ‘자연풍경’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작업의 변화라기보다는 자기만의 어법 찾기에 가깝다.

젊은 작가로서 작업 방향의 실험적 모색이라는 과도기를 지나, 이제 그는 자기 정체성 탐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주제 모색이라는 단계를 뛰어넘는 중이다.
 

■사회를 읽는 장치로서의 '풍경'

노은영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노은영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그의 작업에서 ‘풍경’은 자신을 이해하고 세계를 읽는 틀로서 작용한다.

마치 프리즘이라는 도구를 통해 빛을 통과시켜 다양한 색으로 분해되는 것처럼, 그에게 ‘풍경’은 한 세계를 비춰보는 프리즘 역할을 하는 듯 하다.

건물이 빽빽한 도시풍경을 통해 현대사회의 구조와 모순을 은유하고자 했던 그의 실험적 작품들은 2020년 이후 자연풍경을 구성하는 것을 통해, 보다 확장된다.

이러한 도약은 작가의 출생배경과 가족 간의 불화에서 초래된 어둠의 돌파구 찾기에서 시작된다.

자기 자신을 깨고 나오는 그러한 시도로서 시작한 것이 바로 노마드적 삶이었다.

그는 전국을 돌며 자연과 함께 했던 1여년 간의 ‘밖에서 살기’를 통해 그 해답을 찾는다.

처음 부정적인 감정은 그의 눈에 비친 자연생태계의 약육강식과 생존의 법칙들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겹쳐졌다.
 

그는 무성하게 뻗어가는 나뭇가지와 수풀에서 생의 욕망을 발견하고 그것을 화폭에 담아낸다.

자연 생태계에서 인간의 생존본능과 여전히 인간에게도 존재하는 약육강식의 생태계를 비춰보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와 그 안에 속한 인간들의 속성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한들 장막>(2020)은 바람에 날리는 장막이라는 뜻으로, 지금까지 자신이 상처를 극복하고 견뎌온 시간들과 인내,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끝끝내 수행 끝에 다다를 어떤 이상 세계를 그린 것으로 읽힌다.

어느 산으로 올라가든 결국엔 정상에 오를 것이라는 믿음,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목적지에 다다를 것이라는 희망적 메시지이자 자기 자신을 향한 선전포고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의 어법, 서사적 풍경 구성하기

그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또 한가지 특징은 그가 수집한 풍경들을 새롭게 직조하는 방식을 통해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그는 자연과 함께 밖에서 살면서 ‘풍경을 관조하는 방식’에서 ‘풍경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나아간다.

전국에서 만나는 풍경과 거기에 늘 존재하는 사람들에게 그곳의 이야기를 묻고,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러한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는 <그렇게 흘러 지나간다>(2021), <모든 사건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2022)와 같이 화면 안에서 풍경에 다양한 이야기를 넣는 방식으로 변주된다.

최신작 <조작된 낙원>(2023)에서 보여주는 풍경은 제목에서도 보여주듯 어디엔가 있을 법 하지만, 사실은 어디에도 없는 장소인 ‘유토피아’를 그가 조작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보이는 풍경은 실제로 화순 적벽(물염 적벽)을 담고 있지만, 그 안에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요소를 숨겨둔다.

그것은 어떤 풍경 안에서 그가 생성과 소멸을 조작해 낸 세계이다.

화면 안에는 뛰어가는 사람들 밑에 검은 물이 흐르고, 검은 파괴의 흔적들이 보인다.

노은영 작가- 조작된 낙원 2023 181.8cm X 454.6cm Oil on canvas. ⓒ광주아트가이드
노은영 작가- 조작된 낙원 2023 181.8cm X 454.6cm Oil on canvas. ⓒ광주아트가이드

가운데는 시공간을 넘나들 것 같은 블랙홀이 있고, 화면의 왼쪽에는 누군가가 그것을 지켜보고 있다.

자연 속에 들어와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파괴하기도 하는 인간과, 오염된 자연,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방관자인 우리 모두를 암시하는 듯하다.

문명과 첨단기술은 우리를 낙원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 같지만, 어쩌면 그것은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조작된 낙원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듯 그는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의 부조리함과 모순을 꿰뚫어 보는 장치로서의 풍경들을 촘촘히 조합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서사적 풍경을 직조하고 있다.

끊임없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스스로 훈련하고, 자연에 대한 공감과 감수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하는 그의 앞날을 응원한다.


**윗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62호(2023년 5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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