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가탐방은 ‘한국화를 전공하고 풍경을 그리던 작가가 어떻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작업으로 펼쳐가게 됐을까’하는 관심에서 출발했다.

박화연 작가는 최근 몇 년간 5·18 민주화운동, 사북항쟁, 여성, 노동자 등의 카테고리로 작업을 확장해왔고, 다큐멘터리 영상과 설치 등 작업형식도 크게 변화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함부로 버려진 것들에 대하여

박화연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박화연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작업 초반에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고향의 풍경으로 기록했다면(첫번째 개인전), 도시에 오게 되면서 그를 둘러싼 주변의 풍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의 눈에는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화분의 식물, 로드킬 당한 도로 위의 동물 등 버려진 생명들이 보였다.

자신의 작업을 찾아가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는 두 번째 개인전은 아무렇게나 버려진 존재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작업이었다.

비닐봉지 안에서 어떤 존재가 마치 숨을 쉬고 있는 듯한 설치작품 <숨>은 쓰임을 다하면 쉽게 버리고, 생명을 도구로 대하는 인간들의 폭력성을 고발한다.

인간에 의해 버려지거나 방치된 동물들에 대한 인터뷰와 그 과정에서 채취한 소리들을 재구성한 음성다큐 작업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작품이다.

어린 시절, 죽은 백구가 쓰레기 봉투에 담긴 채 버려진 것을 목격한 일은 그의 작업에서 인간에 의해 함부로 버려진 생명들, 인간에 의해 억압당한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

여러 시행착오 끝에 201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조명되지 않은 존재들을 밖으로 꺼내는 작업이었다.

실제로 트라우마 센터에서 3년간 자원봉사자로 유가족들을 만나고, 이와 연계된 만남으로 그동안 다루어지지 않았던 목소리들을 담는 작업들을 하게 됐다.

세 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 <쓰이지 않은 영상 속>(2020)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과 80년 4월 강원도 광산노동자들의 노동쟁의인 ‘사북항쟁’에 관한 내용을 교차 편집하여 재구성한 다큐멘터리 작업이다.

영상은 그의 시선을 따라가는데, 시간 순이 아니라 소스가 뒤죽박죽 섞여있다.

이는 이러한 사건들이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이며, 알려지지 않은 채로 흩어져버린 이야기임을 함의한다.

박화연- 쓰이지 않은 영상 속(스틸컷)_6분 42초_단채널 영상_2020. ⓒ광주아트가이드
박화연- 쓰이지 않은 영상 속(스틸컷)_6분 42초_단채널 영상_2020. ⓒ광주아트가이드

그는 사북항쟁기념식에서 노동자, 고문후유증 피해자들, 광산노동자들 등을 위로하는 위령제를 하는 것을 보고 광주 오월 이야기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광주와 사북 사이, 두 항쟁의 연결지점을 찾아간다.

그는 현재, 직접 그 현장으로 가서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기록하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5·18이나 사북항쟁과 같은 사건들을 경험하지 않은 90년생인 작가가 이러한 주제에 접근하고 직접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진지하게 그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삶을 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오히려 사건 바깥에서 출발한 그의 시선이 새롭고, 젊은 세대가 동시대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을 읽어내는 시선이 유의미하다.

현재 중점을 두고 있는 주제 카테고리는 ‘항쟁’이지만, 여러 그룹전을 통해 ‘여성’과 ‘노동자’의 이야기도 탐색 중이다.

이 역시 부모님의 이야기에서 출발했고, 주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작업에서 ‘사라져가는 것’, ‘버려진 것’, ‘상실’의 감각에 대한 감각은 ‘주변의 풍경’에서 ‘주변의 동식물들’,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에게로 옮겨졌고, 이제 ‘사회의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는 작업을 통해 계속해서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소환하고 있는 듯하다.

그가 불러 모은 각각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개인의 서사는 결국 지금 우리 시대가 조명해야 할 이야기이며, 앞으로 그가 써나갈 이야기이다.


**윗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58호(2023년 1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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