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전문]

안보‧경제 구실로 피해자 고혈(膏血) 팔아 넘긴 빈손 외교!
- 강제동원 피(血) 팔고도 일본의 호응 조치 못 얻은 구걸 외교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더니 그 짝이다. 먹을 것이 없는 것뿐 아니라, 도리어 간 쓸개까지 다 내주고 말았다.

16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결과는 빈털터리였다. 정부는 그동안 일본의 ‘성의있는 조치’를 강조해 왔지만, 예상대로 일본이 내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윤석열 정부는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의 인권은 물론 국민적 자존심을 다 내 줬다. 

양금덕(94) 일제강제동원 피해 할머니가 지난 6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해 "굶어 죽어도 이런 식으로 안 받겠다"며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예제하
양금덕(94) 일제강제동원 피해 할머니가 지난 6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해 "굶어 죽어도 이런 식으로 안 받겠다"며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예제하

그러면서도 명분은커녕 실리조차 챙기지 못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 ‘합의문’조차 없다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이 ‘합의한 것’도 없고, ‘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본은 16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로 한 것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지만, 수출 규제조치는 한국 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일본이 한국에 취한 부당한 경제제재로 그 의도부터 불순한 것이었다.

특히 일본의 규제조치는 그동안 국내 기술 자립 축적의 성과에 의해 이미 약발이 다 떨어진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는 오히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이 녹슨 칼을 거둬들일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겸연쩍은 일본의 체면만 한껏 치켜 세워줬다. 

즉, 일본이 싼 똥을 대신 치워준 것에 불과하다.

기타 ▲셔틀외교 재개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 복원 ▲한일 재계에 의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 창설 등을 성과로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한마디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고혈(膏血)을 팔아, 일본에 구걸한 것에 불과하다. 

즉,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줄기 찬 투쟁을 전개해 온 피해자들의 근본적 요구와는 무관한 것이자, 문제의 본질을 덮고 피해자들을 우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일본은 한국이 일제 식민지배와 강제동원 문제에 눈 감아 줌으로써, 전범국이라는 과거사 오명을 털고 군사대국화로 갈수 있는 날개를 달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일본에 대해 또 다시 "자유·인권·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강조하지만, 일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 피해자인 강제동원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은 윤 대통령은 ‘자유’와 ‘인권’을 입에 올릴 자격조차 없다. 

가해자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책임을 피해국 한국이 대신 뒤집어씀으로써 대한민국 사법부의 결정을 무력화시킨 윤 대통령은 감히 ‘법치’를 말할 자격조차 없다.

자유와 인권과 법치가 따로 있는 것인가? 

일제의 식민재배와 반인도적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것이 자유와 인권을 수호하고 법치를 바로 세우는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책임을 한국이 대신 뒤집어쓴 것도 모자라, 구상권조차 포기하기로 약속한 것은 막말이자, 망언 중의 망언이다. 

한마디로 사법주권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이자, 주권국가로서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이자 탄핵사유다.

도대체 이렇게 해서 얻는 국익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제에 끌려가 희생당한 것도 억울한데,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한일 관계 회복의 제물로 바치는 오늘의 현실에 차마 말문이 막힌다. 

또 그렇게 강제동원 피해자의 피를 팔아 구걸해서 얻는 한일관계 정상화가, 진정한 정상화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피해자의 존엄도, 국익도, 명분도, 실리도 잃은 윤석열 정권은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2023년 3월 16일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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