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야 할 텐데···. 장대 같은 비가 일주일은 쏟아져야 가뭄이 해소되어 사람이건 자연이건 헐떡거리는 숨을 조절 할 텐데···. 장기 가뭄으로 주요 상수원이 심각 단계에 있다고 물 사용량 20% 절약에 적극 참여하자는 안내 문자를 하루가 멀다 하고 받는다.

‘때에 맞는 것’이라는게 존재하는데 지금 이 시기 이 상황은 이상(異常)이 있음에 틀림없다.

‘When I Dream’을 부른 캐롤 키드 가수.
‘When I Dream’을 부른 캐롤 키드 가수.

크리스천의 핵심 절기인 추수감사절의 제단을 보니 거둬들인 자연의 수확물이 주황색, 조금은 빨간색, 조금은 연한 노란색 등 주황색 계통의 비슷한 색깔로 물들어 있어 그야말로 먹음직스러운 절경을 이루고 있다. ‘하나님은 가을에 주황색을 좋아하셨나 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늦은 가을의 절정은 옅거나 짙은 주황색 계통의 색깔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짙게 든다.

음악도 선율과 가사가 상황과 그 사람의 때에 맞게 그때그때 심금을 울리며 시간을 함께 한다.

<tvN>에서 방영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탤런트 이서진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팝송이 언급되며 흘러나오는 선율에 필자의 귀가 쫑긋해졌다.

극히 짧은 시간에 잠시 흘러나오는 선율이었지만, 참 오래간만에 듣는 반갑고 그리운 선율이었다.

유튜브를 통해 검색해서 처음부터 다시 듣기를 청했다.

이후 몇 번이고 아니 몇 십 번을 듣고 또 들으면서 ‘When I Dream’의 감미로운 선율에 먼 옛날의 시간을 그리워하는 필자의 ‘마음의 때’에 적용시켜 시간을 함께 한다.

이번 호는 필자의 감성을 구독자에게 전해보는 펜으로 든다.

‘When I Dream’은 영국의 재즈 가수 캐롤 키드(1945~ )가 1985년 『ALL MY TOMORROWS』 앨범을 발표하는데 그 안에 수록했다.

원래는 미국 가수인 크리스털 게일(1951~ )이 1975년 자신의 데뷔앨범에 수록하며 발표하여 인기를 끌자 3년 뒤 곡을 다시 재편곡하여 발표하면서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오르는 큰 성공을 얻은 곡이다.

캐롤 키드의 성공은 굉장히 늦은 나이였다.

40대 중반이 다 되어서야 가수로서 겨우 빛을 보게 된다.

15살의 어린 나이부터 재즈 밴드에서 노래하며 가수 활동을 했던 그녀는 30년이 다 되는 무명의 길고도 긴 시간의 고통과 좌절을 끊임없이 견뎠다.

늦은 나이에 겨우 발표했던 자신의 데뷔 앨범 『Carol Kidd (1984년)』도, 이듬해에 발표한 『ALL MY TOMORROWS』도 그다지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재즈의 어둡고 간절하며 애절한 느낌의 감성을 중요시했던 재즈애호가들에게 있어서 조금은 밝고 서정성이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는 재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이 꽤 오래간 셈이다.

상보성(相補性)이라 하여 서로 반대되는 성향이나 특징을 지니지만 자신의 부족한 점이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상대에게 끌린다는 특성이 있다.

재즈에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목소리의 감성은 간절하며 애절하고 굵으면서도 간결한 느낌을 원한다.

하지만 20세기 미국 최고의 인기 가수 겸 배우였던 프랭크 시나트라(1915~1998)에게 있어서 재즈보컬의 목소리는 자신과는 또 다른 깨끗한 서정성을 지니며 자유롭고 밝은 감성을 넘어서는 캐롤 키드를 다른 시선으로 봤다.

“신이 내려준 목소리”라고 격찬하며 그녀를 자신의 무대에서 전 세계의 팬들에게 어필하며 그녀를 최고의 인기 가수로서 올리는데 멋진 디딤돌 역할을 한다.

그녀에게 때가 왔다. 남들보다 조금은 많이 늦었지만 늦은 만큼의 큰 보상이 그녀를 감쌌다.

캐롤 키드에게 있어서 붉게 물들어 고개를 숙이는 늦가을의 최고의 수확이라는 그때는 그녀가 50줄에 가까운 나이였다.

명성, 권력 등 세상의 모든 것을 쉽게 가질 수 있는데 왜 혼자인지.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의 사랑을 꿈꾸는 듯한 가사에 얻어진 선율은 때로는 서글프면서 애달프지만 더할 나위 없는 감미로운 감성을 뿜어낸다.

잔의 따뜻한 커피의 연기를 흘러 보내며 깊은 감미로움을 어필하는 캐롤 키드의 ‘When I Dream’이 이 늦은 가을의 때와 참으로 어울리듯 하다.


**윗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57호(2022년 12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누리집: http://gwangjuartguide.modoo.at

관련기사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