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두 명의 남자는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로 이승에서 망자(亡者)를 본다.

이 둘은 망자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마을(영혼 마을 = 3공단)도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3공단은 이승에서 자신의 시체를 찾지 못해 오게 되는 망자들의 마을로 이승에서는 사라진 사람들이다.

서동환- 나주 영산포 근대역사거리 31x23cm pen drawing, watercolor on paper 2022. ⓒ광주아트가이드
서동환- 나주 영산포 근대역사거리 31x23cm pen drawing, watercolor on paper 2022. ⓒ광주아트가이드

살아있는 두 명의 남자는 3공단으로 온 망자들의 마을을 드나들며 그들의 간절함을 알고 그들의 사라진 시체를 찾고 사건 배후의 진실을 좆는데 여력을 다한다.

현재 tvN에서 월·화에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미씽:그들이 있었다 2’의 내용이다.

망자(亡者)들은 3공단에서 지내다가 어딘가에 묻혀있는 자신의 시체가 이승의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면 마을에서 조용히 사라지게 된다.

비로소 그들의 한(恨)이 풀리며 하늘로 올라간다는 설정의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살아있는 두 명의 남자가 망자들의 사무침에 귀 기울여 주며 그들의 안식을 바라는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위로(慰勞)이다.

망자들이 절실하게 내비치는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한 시(詩)가 드라마를 보는 내내 필자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알렉산드르 푸시킨(러시아의 소설가 겸 시인 1799~1837)의 시(詩)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이다.

이 시(詩)에 멜로디가 입혀진 인연을 소개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1825)〉

- 알렉산드르 푸시킨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서울 소공동 푸시킨 동상에 새겨진 번역대로)
 

누군가가 나를 속인다고 하는 것은 힘들고 슬프며 고통스러운 일이다.

한데 시인은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고 한다.

언젠가는 그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 지나가고 반드시 기쁜 일이 오기 때문에 현재의 ‘슬픔과 고통’을 견디어 내라고 하면서.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그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고통에 대한 기억이 엷어지며 그 고통의 시간마저도 그리워하게 된다는 시인의 집념(執念)이 3공단 망자(亡者)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 유명한 시(詩)에 작곡가 김효근(1960~ )이 멜로디를 입혀서 한국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2015년, 푸시킨의 시(詩)에 멜로디를 붙여 발표한 이후, 이 곡은 21세기를 사는 대한민국의 아픈 시간과 고통을 위로하는 대표 음악으로 자리잡으며 사랑받고 있다.

김효근은 이색 경력을 지니는 작곡가이다.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경영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에서 교수로서 학생들의 교육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 음악을 전공한 전문음악인이 아닌 비전공자인 작곡가이다.

어렸을 때 배웠던 피아노의 기본기를 바탕으로 꾸준하게 열심히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을 지켰던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3학년 재학 중에 ‘대학가곡제’ 결선에서 대상을 받아 주목을 받는다.

2007년부터 본격적인 ‘가곡작곡가’로서 활동을 하며 곡을 발표했던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헤아릴 수 없는 그리움과 마음의 고통을 멜로디로 표현한다.

세월호 추모곡으로 유명해진 〈내 영혼 바람되어〉이다.

작곡가 김효근은 이렇게 주어진 가사에 멜로디를 입혀 아픈 마음과 아픈 시간의 고통을 지내는 시대의 주인공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더하여 전한다.

슬프더라도 그 슬픔에 빠지지 말고 희망과 기쁨이 다가올 미래를 향한 재회를 격려하는 시(詩)에 덧붙여진 그의 멜로디는 희망의 빛이 보이는 소망의 하늘로 연결되는 듯하다.

마치 3공단 망자들의 한(恨)이 풀려 조용히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사무침에 왠지 슬픈 듯하지만 감미로운 첫 선율의 멜로디는 따뜻함을 포용하는 원을 그리며 부드럽게 감싼다.

언제까지고 어디까지든 그 따뜻함이 머무는 시간에 우리들이 있길 바라며.


**윗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58호(2023년 1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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