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하고 막힌다. 지친 무더위에 기나긴 한여름 밤은 간혹 잔인하리만큼 견디기 힘든 시간을 부여한다.

이 지친 더위를 오히려 ‘재미있게 즐기면서 보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유쾌한 방법에 음악으로 더해본다.

한여름 밤의 음악회에서는 다른 계절과는 달리 ‘이색적인’,‘판타지’,‘매혹적’이라는 단어를 삽입하여 그 주제에 맞는 ‘클래식의 향연’이라는 문구를 자주 볼 수 있다.

클래식이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신비하고 매혹적이며 유쾌한 시간과 감성의 장소로 안내할 수 있는 충분한 재료와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친 더위의 한여름 밤의 시간을 한편의 이야기로 비롯되어 펼쳐지는 클래식 음악을 전한다.
 

■북유럽의 쇼팽이라 불리는 작곡가. 그의 이름은.
 

쇼팽. ⓒ광주아트가이드
에드바르 하게루프 그리그 작곡가. ⓒ광주아트가이드

노르웨이가 ‘클래식의 강국’이라는 표현은 일반 청중에게는 낯선 이야기다.

아! 그랬어?! 몰랐네. 그러면 어떤 음악가가 있어?”라는 질문을 받을 때, 이 음악가의 이름을 말한다.

솔직히 일반 사람에게 말하면 모른다고 답하는 사람이 더 많다.

이럴 때 또 이렇게 답을 해본다. “〈솔베이지의 노래〉 알아?”, “아니··· 모르는데”. 마지막 필살기를 발휘하여 멜로디를 불러준다.

이 노래가 “〈솔베이지의 노래〉야”라고 하면 그때서야 “알아, 알아. 들어본 적 있어. 유명한 것 같은데?!”라는 대답을 비로서 듣게 된다.

이 대화는 작곡가 ‘그리그’를 설명할 때 일반적으로 행하는 의식 같은 절차가 되어버린 지 오래된 방법의 의사소통이다.

에드바르 그리그(1843~1907)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작곡가이다. 서정적인 멜로디의 울림이 우아함과 평안함을 선사한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작곡가 그리그에게 붙여준 별명이 바로 ‘북구(북유럽)의 쇼팽’이다.

평생 피아노곡만을 쓰면서 피아노의 가장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절절하게 보여주며 얻은 절대적인 피아노의 왕관은 감히 지금까지도 뺏을 수 없는 위대함을 보여주는 쇼팽이다.

그리그를 우리는 ‘북구(북유럽)의 쇼팽’이라고 부른다. 이 문구는 그리그의 모든 음악성을 대변하는 세계에서 가장 멋지고 위대한 평가이다.
 

■페르퀸트 모음곡
 

작곡가 그리그를 대표하는 곡으로 같은 나라(노르웨이) 출신의 극작가 겸 시인이었던 헨리크 입센(1828~1906)의 희곡 ‘페르퀸트’의 극에 일부 음악을 작곡하여 발표한 작품이다.

당시 절대적인 명예를 가지고 있었던 헨리크 입센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시작한 작업이었지만, 오늘날 그리그에게 있어서는 영원한 위대함의 명예를 안겨준 자신의 최고 명곡으로 평가받는다.

희곡 ‘페르퀸트’는 게으르면서 놀기 좋아하고 바람기 기질이 있는 남자 주인공 페르퀸트의 이야기다.

아리따운 아가씨 솔베이지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지만 돌아다니며 노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장사를 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끊임없이 밖으로 나도는 페르퀸트는 솔베이지를 버려둔 채 배를 타고 먼 곳으로 나간다.

장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돈도 많이 벌지만, 결국 폭풍우를 만나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쓸쓸히 집에 돌아오는 페르퀸트를 기쁘게 맞이하는 솔베이지.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편안하게 잠을 청하는 페르퀸트 이야기에 그리그가 아름다운 곡을 붙였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곡
 

그리그의 ‘페르퀸트 모음곡’은 제1모음곡(Op.46)의 4곡과 제2모음곡(Op.55)의 4곡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도 제1모음곡의 4번째 곡인 ‘산 속 마왕의 궁전에서’와 제2모음곡의 4번째 곡 ‘솔베이지의 노래’는 그리그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곡이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솔베이지의 노래’를 모르는 세계인은 없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표현한다고 치면 그리그의 가장 대표적인 곡은 ‘솔베이지의 노래’라고 정의해 보고 싶다.

한 가지 팁을 말하자면, 모차르트의 유명한 소나타 K545의 원곡(멜로디)을 그대로 놔둔 채 아름답게 또 하나의 선율로 덧씌운 ‘모차르트/그리그: 피아노 소나타 K545’을 들으면 작곡가 그리그가 얻은 별명을 납득하리라.

덧붙이자면 이 곡은 평안을 부여하는 의미를 담는 청중이 많은 관계로 인해 고급 호텔 또는 백화점 화장실에서 많이 사용되는 음악이다.


**윗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54호(2022년 9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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