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지만 겨울 같지 않은 며칠을 보내는가 싶었는데 그 며칠이 지나자 언제 따뜻했는가 싶을 정도로 거센 겨울바람과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하루 종일 새하얀 눈이 가지런하게 내리는 예쁜 겨울 풍경은 요 며칠 눈이 호강할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나라 중에 하나로 들어간다.

많은 나라가 이 사계를 뚜렷이 느낄 수 있지만, 반대로 사계의 계절을 느끼지 못하는 나라도 많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광주아트가이드
아스토르 피아졸라. ⓒ광주아트가이드

사계를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좋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한 개보다는 두 개, 두 개보다는 세 개, 세 개보다는 네 개가 훨씬 좋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간단한 명제(命題)일 것이다.

클래식계에서 사계(四季)를 주제로 음악을 만들어낸 이들이 있다.

그중에 ‘사계’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작곡가는 아마도 ‘비발디’일 것이다.

‘사계의 대명사 비발디’라고 불릴 정도로 그의 음악은 클래식 공연장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광고와 드라마, 영화, 지하철 안내방송에서마저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계절을 표현하는 각각의 곡이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 사계를 작곡한 다른 작곡가를 안다면 클래식을 많이 접하고 좋아하는 애호가일 가망성이 다분하다.

하이든(1732~1809, 오스트리아 음악가)의 사계(四季)가 있으며 차이콥스키(1840~1893, 러시아 음악가)의 사계(四季)가 존재한다.

또한 글라주노프(1856~1936, 러시아 음악가)의 사계(四季)가 있고, 마지막으로 피아졸라(1921~1992, 아르헨티나 음악가)의 사계(四季)가 존재한다.

이들의 작품은 같은 주제를 지니고 사계에 해당하는 각각의 배경을 아름답고 오묘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감성을 품어내고 있다.

5인 5색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듯하다
 

그중에서도 굳이, 피아졸라의 사계(四季)

피아졸라는 반도네온의 명수(名手)이다.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로 탱고음악의 역사를 뒤집은 연주자이자 작곡가이다.

매혹적인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출신의 음악가로 별 주목을 받지 않았던 탱고와 탱고음악을 세계에 제대로 알린 인물이다.

그가 세계에 알린 탱고음악은, 클래식 같은 감성이지만 여전히 재즈음악이 물씬 풍기고, 재즈음악처럼 느껴지지만 예술적인 감성은 현대적인 클래식의 깊은 정취를 느끼는 절묘하고 화려한 표현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작품 사계(四季)에서도 그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피아졸라는 아르헨티나의 수도, 자신의 고향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항구에서 항상 느꼈던 사계절의 모습을 그대로 멜로디와 리듬에 표현하고 있다.

그는 사계라고 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으로 작곡하지 않고 여름부터 작곡하여 가을, 겨울, 봄의 순서로 작곡하고 나중에 한꺼번에 모아 이어서 발표한다.

하지만, 이 순서는 오늘날 연주자들에 의해 봄부터 진행하는 순으로 연주되고 있는 경향이 크다.

원래는 반도네온, 바이올린, 일레트릭 기타, 피아노, 더블베이스를 필요로 하는 실내악 5중주로 작곡되었지만, 발표 이후 많은 이들에게 놀라운 찬사와 경이로운 결과를 기록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악기들에 의한 편곡이 쏟아져 나온다.

이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버전은 반도네온을 대신하여 바이올린이 솔로가 되고 뒤에서 현악기들이 받쳐주는 편곡이 가장 많은 기록을 남기며 정석(定石)적인 피아졸라의 사계가 되었을 정도로 유명세를 띠고 있다.

피아졸라는 초창기 재즈음악과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것을 창피해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왜 재즈음악을 연주하고 작곡했으며 반도네온을 끝까지 고수하며 지켜냈을까.

피아졸라는 그동안 ‘춤추기 위해 쓰였던 탱고음악’을 클래식처럼 ‘듣기 위한 감상용 음악’으로 전환하여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나에게 있어서 탱고는 발보다 귀를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던 피아졸라는 자신이 가장 자신있게 표현할 수 있는 재능과 노력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창피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장 친근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택했던 것이다.

창피하다고 생각한 것을 창피하지 않게 갈고 다듬고 변환시키며 다루다 보니 새로운 조각이 탄생했다는 결실이다.

피아졸라의 혁신으로 이루어진 ‘강렬하고 열정적이며 격정적인 선율’의 탱고음악을 다분히 느낄 수 있는 사계의 ‘겨울’은 눈 앞에 펼쳐지는 눈보라를 귀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윗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70호(2024년 1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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