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비가 온다.

하늘에서 굉음의 천둥과 벼락이 내리치니 빗방울이 매섭게 쏟아져 내린다.

하늘의 고함은 한순간에 인간을 연약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시골집 밭에 잡초가 자라지 않도록 두꺼운 제초매트를 깔았다.

비가 내리니 조금은 선선한 기운을 느끼고 싶어 유리창 문을 연 채로 취침에 들었다.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요 며칠 하염없이 내리는 빗방울 소리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난데없는 굉음의 천둥과 벼락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열어놓은 유리창 너머로 매섭게 내리는 장맛비가 깔아놓은 제초매트 위를 무자비하게 때린다.

거센소리의 끊임없는 울림은 가장 어둡고 낮은 소리로 연달아 북을 쳐대는 모습을 연상케하며 심장을 몰아치니 감당하기 어려운 무서움으로 다가왔다.

유리창 문을 닫아도 소용이 없었다. 그저 잠잠해지기만 기도했을 뿐이었다.

■쇼팽을 적용한다

많은 사람이 쇼팽은 고요히 아름답고 우아하게 빛나는 멜로디의 연주를 하는 작곡가&피아니스트로 인식한다.

창문 너머로 은은하게 비추는 달빛의 아름다운 서정을 노래하며 환상적인 감성을 자아내는 ‘시인 같은 음악가’라는 평가를 받는 이가 바로 쇼팽이다. 맞는 말이다.

쇼팽에게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가 ‘피아노의 시인’이다. 피아노는 ‘악기의 왕’이다.

악기의 왕이라고 불리는 피아노의 건반 위에서 악기의 수식어에 걸맞게 왕의 위엄성과 장중함을 돋보이는 멜로디의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아름다움과 가장 서정적인 정서를 고급스럽게 품어내며 표현했던 이가 쇼팽이었다.

그랬기에 많은 사람이 쇼팽을 피아노의 건반에서 가장 아름답게 수를 놓았던 음악, 그리고 가장 화려하게 건반에서 춤을 췄던 작곡가&피아니스트로 평가를 한다.

그렇지만 항상 예외라는 것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쇼팽은 총 27곡의 피아노 연습곡(에튀드)을 작곡했다.

이 27곡의 에튀드는 오늘날 ‘피아노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피아노를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곡들이다.

한국을 비롯하여 외국의 대학의 피아노과를 입학하기 위해서는 거의 필수적으로 연주해야 하는 작품에 들어갈 정도로 연주자들의 테크닉을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곡들이다.

쇼팽의 에튀드 총 27곡은 작품번호(Op) 10과 25, 그리고 3개의 새로운 연습곡으로 나뉘어 있다.

세부적인 요소는 Op. 10에서 12곡, Op. 25에서 12곡, 3개의 새로운 연습곡이다.
 

■쉬지 않고 끝까지 울리며 달리는 에튀드 〈대양〉

쇼팽의 에튀드 Op. 25의 12번 〈대양〉은 ‘아름다운 쇼팽’, ‘시인 쇼팽’의 표현과 정서가 아닌, 항상 예외는 얼마든지 존재한다고 하여 ‘웅장한 쇼팽’, ‘거세게 끊임없이 몰아치는 쇼팽’을 표현하는 작품이다.

듣는 청중을 처음부터 끝까지 잠시의 틈만 제외하고는 거세게 몰아붙이며 압도하는 웅장한 곡이기에 평소와 다른 쇼팽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대양〉은 16분음표로 시작하여 마지막까지 16분음표로 쉬지 않고 달리는 곡으로 마지막 절정부분에서는 최대 5옥타브까지 넘나드는 음역으로 인해 최고의 웅장함을 더한다.

끊임없는 16분음표의 나열은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무한 반복을 한다.

3옥타브 정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수없는 반복을 하는 도중에 중간중간 1옥타브 짧게 올라갔다 내려오는가 싶으면 다시 거세게 차고 3옥타브를 올라가서 내려오는 무한 반복을 한다.

마치 파도가 뭍으로 거세게 몰려오는가 싶으면 다시 바다로 힘차게 들어가는 모습의 현상이다.

그러기에 이 작품을 〈대양〉이라고 부른다.

쇼팽이 붙인 부제는 아니다.

이 작품을 들은 음악평론가들 또는 음악애호가들이 마치 “파도가 밀려왔다 들어갔다 하는 대양의 거대함과 웅장함”을 표현하는 듯하다며 평가된 것에서 유래한 부제이다.

덧붙이자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판 악보를 출판하는 헨레 출판사(G.Henle Verlag)에서 평가한 〈대양〉의 난이도는 9점 중 8점을 얻은 쇼팽의 어려운 피아노 연습곡(에튀드)으로 책정하고 있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거셈의 울림으로 인해 심장의 진동을 크게 하는 장맛비의 무서운 기세에 퍼뜩 떠오른 곡이었다.

하지만 진실은 〈대양〉보다 더 거세게 울리며 진동하기에 웅장한 쇼팽을 느낄 수 있는 곡이 존재한다.

그 이야기는 다음호로 연결한다.
 

**윗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65호(2023년 8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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