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계절’ 가을이 이제는 만연하다. 우리나라는 사계 모든 계절을 풍요롭게 인식하여 계절마다 가지각색의 예술공연으로 사람들의 정서적 치유를 담당한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로 의미를 두며 농작물의 풍작을 축하하며 즐기는 공연이 많다.

하지만 을씨년스러워지면서 왜소해지는 자연과 한잎 두잎 떨어지는 나뭇잎에서 깊은 ‘애수’의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공연이 한층 눈에 띄는 계절이기도 하다.

풍부한 ‘가을’에서 험난한 겨울이 되기 직전의 적막한 느낌을 ‘애수’라는 감정에 실어 가을의 깊어감을 표현하는 작품은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

그야말로 수확의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 작품이다.

3악장으로 나누어져 있는 이 작품은 1악장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수확의 노고를 술과 춤으로 자축하며 가을을 만끽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2악장에서는 축제 분위기가 그치며 싱그러운 가을바람 속에 마을 사람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곁잠에 드는 편안함을 그려낸다.

3악장은 다시 날이 밝자 사냥을 나가는 사냥꾼에게 쫓기는 동물들의 긴박함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비발디의 「사계」는 1725년에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작곡되었다.

제목대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미지와 정서를 듬뿍 담아 각각 세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각각의 계절을 표현한 협주곡마다 세 악장이 모두 처음에는 빠르게 진행되며 다음에는 느리게, 마지막에는 다시 빨라지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비발디의 「사계」는 여러 종류의 악기가 주인공이 되어 연주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악기에 맞는 많은 편곡의 악보가 존재한다.

하지만 「사계」 중 ‘가을’만큼은 바이올린 협주곡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그 어떤 악기보다 바이올린으로 들어야 가장 아름답고 풍부하게 들리는 곡이라 칭한다.

그래서인지 ‘가을’은 다른 악기로 연주를 하는 버전이 거의 없다.

문학적인 배경과 음악적인 요소를 담아 이를 통한 해석으로 가장 절묘하게 계절의 아름다움을 담는 「사계」에서 수확의 풍요로움을 ‘가을’에서 느껴보는 것은 어떠한가.
 

■차이코프스키 「사계」 중 10월 ‘가을의 노래’

을씨년스러워지면서 적막한 느낌의 ‘애수’의 감정을 가장 절묘하게 표현한 곡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12개의 곡으로 러시아의 각각 다른 달의 계절감을 표현한 차이코프스키의 「사계」는 피아노 독주를 위해 작곡되었다.

1875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음악 잡지 연재물로서 의뢰받아 작곡된 이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의 곡을 기다리는 청중들에게는 매달 손꼽아 기다리는 단비와 같은 선물이었다.

12개의 곡에는 각 달의 풍요로운 이미지를 담은 표제가 붙어 있어 계절감을 확연히 느끼게 한다.

이 중에서 7번째 곡부터 ‘7월 추수하는 사람’, ‘8월 수확’, ‘9월 사냥’, ‘10월 가을의 노래’로 이어지며 가을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한국과 비교하면 7월부터 추수하는 모양이 조금은 빠른 계절의 시간을 표현한 듯 보이지만 러시아의 연교차가 심한 특수한 기후에 의한 영향으로 보여진다.

‘10월 가을의 노래’는 1858년 알렉세이 톨스토이가 쓴 “가을, 초라한 난초 위에 내려앉고, 노랗게 물든 낙엽은 바람에 흩날리네.”의 시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으로 차이코프스키의 뛰어난 감성이 유독 묻어 나오는 곡으로 평가를 받는다.

낮은 음역대와 높은 음역대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선율은 이별하는 연인의 쓸쓸한 대화를 듣는 듯하는 정서를 자아낸다.

쓸쓸하지만 우아하고 아름답게 펼쳐지는 선율이 청중의 심금을 울린다.

가을의 다양한 이미지와 소리가 선율이 되어 청중의 마음을 흔든다. 이 흔들림이 아픈 기억과 추억이 아닌 이를 넘어서는 치유의 음악으로 느끼는 풍요로운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
 

**윗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68호(2023년 11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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