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상임이사 사퇴 촉구... 광주시에 철저한 감사 요구

"오월의 함성이 광장의 촛불이 되어 파릇하게 피어오르고 있지만, 5·18기념재단은 죽어가고 있다. 혼란한 시대에 등불이 되어야 할 5·18기념재단이, 혼탁한 시류에 편승해 각종 전횡을 일삼고 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진보연대,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이 23일 5.18기념재단의 대개혁과 인적쇄신 등을 강도 높게 촉구하고 나서 시민사회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했다.

광주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후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기념재단에 대해 위법한 행위와 노동탄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상화를 촉구했다. (아래 기자회견문 전문 참조)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진보연대,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등 시민사회가 23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기념재단의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 현 이사장과 상임이사의 사퇴와 광주시 감사위원회의 철저한 감사를 촉구하고 있다. ⓒ광주인

이 단체들은 "5·18기념재단은 부패했다. 오롯이 살아 있어야 할 오월정신이 5·18기념재단 안에서부터 썩어가고 있다"며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아낌없이 모든 걸 던지며 지켜온 저항과 대동의 정신을 이제 더 이상 5·18기념재단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대시민 사과 △특정인에 대한 특혜채용 및 기증 관련 비리, 재단 파견 공무원의 시간외 수당 부당 지급과 업무상 배임의 건, 근로자에 대한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미지급과 관련한 부당노동행위 및 노동탄압 등 근로기준법 위반의 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시민 앞에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또 "△차명석 5.18재단 이사장과 김양래 상임이사 즉각 사퇴하라 △광주시 감사위원회의 철저한 감사"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비리의혹으로 "특정인 자녀의 특혜채용, 사료기증과 관련한 불투명한 금액산정, 직원들에 대한 노동탄압과 무분별한 계약직 남용, 상식에서 어긋나는 업무위탁 및 사업방식으로 인한 특정인의 편익, 공무원의 시간외 수당 관련 업무상 배임 등"을 들었다.

또 "이미 오래전부터 재단의 내부 감사보고서는 재단의 연고주의와 가족주의, 낡은 타성과 관행을 수차례 지적해 왔다"면서 "재단의 공식기구에서도 이 같은 비판은 반복되어 왔으나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직원을 회유하거나 협박하여 재단의 비리 사실을 감추려 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성금으로 창립하고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5·18기념재단이 소수의 인사들에 의해서 사유화되고 있다"며 "시대의 아픔과 만나는 광장이 되지 못하고, 깨어있는 시민들의 든든한 동지가 되지 못하고 스스로 특권의 밀실이 되려고 한다"고 기념재단의 행태를 짚었다.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시민사회의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위법한 행위에 대해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며 "광주시민 및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여 불법적인 사실과 문제점을 알리고, 정상화를 위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여는 발언을 통해 "우리 내부의 비리와 잘못을 드러내는 것이라서 부끄럽지만 결코 5.18은 사유화하거나 기득권화 돼서는 안된다"며 "광주시는 감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의혹을 해소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5.18재단은 24일 오후 5.18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간부들을 만나 쟁점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향후 대책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광주시는 최근 5.18기념재단 업무 등에 대해 전반적인 감사를 실시한 바 있으며 추가감사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감사 최종 결과처분 통보 시기는 3월 중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5.18기념재단에 대해 광주시민사회가 일제히 대혁신과 인적쇄신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서 향후 재단과 광주시의 대응이 주목된다.
 

기자회견문 [전문]

5·18기념재단의 위법한 행위와 노동탄압을 강력히 규탄하며 재단의 정상화를 촉구한다.

5·18기념재단은 부패했다. 오롯이 살아 있어야 할 오월정신이 5·18기념재단 안에서부터 썩어가고 있다. 지금도 거리에는 오월의 함성이 광장의 촛불이 되어 파릇하게 피어오르고 있지만, 5·18기념재단은 죽어가고 있다. 혼란한 시대에 등불이 되어야 할 5·18기념재단이, 혼탁한 시류에 편승해 각종 전횡을 일삼고 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아낌없이 모든 걸 던지며 지켜온 저항과 대동의 정신을 이제 더 이상 5·18기념재단에서 찾아볼 수 없다. 현재 5·18기념재단에는 아껴야 할 사랑도, 지켜야 할 명예도, 남겨야 할 이름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정인 자녀의 특혜채용, 사료기증과 관련한 불투명한 금액산정, 직원들에 대한 노동탄압과 무분별한 계약직 남용, 상식에서 어긋나는 업무위탁 및 사업방식으로 인한 특정인의 편익, 공무원의 시간외 수당 관련 업무상 배임 등은 5·18기념재단이 썩어가면서 풍기는 악취의 이름들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재단의 내부 감사보고서는 재단의 연고주의와 가족주의, 낡은 타성과 관행을 수차례 지적해 왔다. 재단의 공식기구에서도 이 같은 비판은 반복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직원을 회유하거나 협박하여 재단의 비리 사실을 감추려 해왔다. 그리고 심지어 광주시의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5·18기념재단은 전혀 반성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5월은 명예가 아니라 멍에이고, 이권이 아니라 채무이자 희생이고 봉사라는 1994년 창립선언문의 약속은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시민들 앞에서 고개 숙이고 나란하게 서겠다는 다짐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성금으로 창립하고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5·18기념재단이 이렇게 소수의 인사들에 의해서 사유화되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시대의 아픔과 만나는 광장이 되지 못하고, 깨어있는 시민들의 든든한 동지가 되지 못하고 고립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스스로 특권의 밀실이 되려고 한다.

광주는 늘 오월이 되면 묻는다. 오월정신은 누구의 것인가? 오월정신은 어떻게 계승되어야 하는가? 오월정신이 향해야 할 곳은 어디인가? 오월정신은 무엇을 희망하기에 무엇과 싸워야 하는가?

광주는 늘 오월이 되면 말한다. 광주는 이런 물음들이 광주만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광주는 늘 이런 물음들이 가장 낮은 곳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광주는 늘 이런 물음들이 민주주의의 씨앗으로 퍼져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광주는 늘 성별과 지역, 자본과 국가를 뛰어 넘어 더 큰 우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저항이고 대동이고 오월정신이라 말한다. 그것이 민주요, 평화요, 인권의 가치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 숭고한 질문과 위대한 외침의 뜻을 이어받아 오월정신을 온전히 계승하기 위해서 5·18기념재단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부당한 권력에 대항하기보다는 스스로 부당한 권력이 되어버린 5·18기념재단은 시민 앞에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하라.

둘째, 다음에 대한 사실관계를 시민 앞에 밝히고 재발방지를 위한 해결책을 마련하라.
- 특정인에 대한 특혜채용 및 기증과 관련한 비리의 건
- 재단 파견 공무원의 시간외 수당 부당 지급과 관련한 업무상 배임의 건
- 근로자에 대한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미지급과 관련한 부당노동행위 및 노동탄압 등 근로기준법 위반의 건

셋째, 차명석 이사장과 김양래 상임이사는 5·18정신과 명예를 훼손한 작금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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