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호남의 지도자 

제목이 너무 거창한가. 아니다. 숨김없는 솔직한 고백이다. 호남을 거명하니까 비난이냐고 비판할지 모른다. 아니다. 50여 년 글 쓴 중에 어디에서든지 근거 없는 비난을 발견한다면 엎드려 사죄하겠다. 내 가슴속에는 마치 지워지지 않는 상흔처럼 호남에 대한 아픔이 남아 있다. 죄 진 마음이 가득하다.

왜 그렇게 아픈가. 벼락을 맞아도 당연한 편견 때문에 호남이 차별을 받았고 수백 년 지역적 편견이 없는 곳에서 살아온 내 눈은 편견 없이 지켜볼 수 있었기에 난 더욱 가슴이 아프다.

며칠 전 호남을 다녀왔다. 여기저기 다니며 많은 얘기를 들었다. 아직도 남아있는 편견에 대한 불만이다. 호남이기에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지식인들 중에서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의 말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또 한 가지는 왜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그들의 생각에 영향을 준 사람들이 누구냐는 것이다. 정치인들이다. 정치인들은 말로 산다고 하지만 정치인들의 말이 옳은 부분도 상당하다. 반면에 편견으로 해서 호남 정치인들이 이득을 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 두 부분의 상관관계는 복잡 미묘하다. 현역으로 있는 호남 언론인의 말이다.

“이들은 의식적으로 호남 푸대접을 강조한다. 과장 강조를 함으로써 반사이익을 노린다. 지역감정이란 무척 섬세해서 조금만 건드리면 상처를 받는다. 이들 정치인들은 그것을 너무나 잘 안다. 아닌듯하면서 묘하게 지역감정을 자극한다. 지적을 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호남만이 아니라 영남도 다르지 않다. 지역감정 조장의 원조는 박정희 독재정권이다. 지역감정 조장으로 영호남을 양분해서 이득을 얻으려는 박정희 독재가 바로 오늘의 영·호남 지역감정을 고착화 시킨 원흉이라는 데 재론의 여지가 없다. 오늘의 현실은 그들 자신이 이익을 얻기도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한다. 망국병이 맞다.

■박지원의 경우

▲ 박지원 의원.

박지원 의원은 호남을 대표할 수 있을 정도로 거물 정치인이다. 그의 말 한마디는 이른바 기레기 언론이라는 일부 신문과 종편을 통해 지면과 화면을 채운다. ‘거짓을 진실로 만드는 언론’은 언론의 가장 큰 죄악이며 이로 인해 정치도 회복불능의 중환자가 됐다. 다시 호남 언론인의 말을 들어보자.

“박지원 의원 같은 경우 호남에서는 마치 제왕처럼 행세하는 정치인이다. 그의 말 한마디는 호남에서 일정 부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철저하게 이용하는 것이 역시 박지원 의원이다. 호남인들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따라가기도 한다. 한 가지 호남인이 유의해야 할 것은 진실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의원 의원의 말이 모두 진실인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 의원의 경우, 마치 대단한 민주주의 신봉자인 것으로 자임을 하는 모양이지만 사실과 엄청난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전두환 정권 초기 그의 처신을 보면 그는 전두환의 추종자였다. 지금도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낯이 뜨거울 지경이다. 광주를 피바다로 만든 5,18 민주화투쟁을 바라본 그의 시각은 참으로 놀랍다. 김대중 대통령은 5·18 광주학살 소식을 듣고 감옥에서 기절했다. 박지원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고 오늘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했고 지금도 후광을 입고 있다. 아이러니다.

■약무호남 무시국가(若無湖南 無是國家)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약무호남 무시국가(若無湖南 無是國家)’는 맞다. 호남이 없었다면 국가도 없었다는 말씀이다. 무한한 자부심을 호남인들이 느낄 수 있는 말이다.

이같은 호남인의 자부심을 배경으로 호남의 정치인들은 성장해 왔다. 박지원 의원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오늘의 박지원 의원은 어떤가. 호남인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지원 의원은 역부족이다. 걸어온 길이 지도자로 부족하다. 호남인들이 모두 안다. 박지원 의원도 그 사실을 알 것이다. 쓸데없는 집념이다. 호남에서 현재 정권교체를 할 재목으로 평가받는 인물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아직은 없다. 그래서 새누리 정권을 도태시킬 인물로 문재인이 평가받는다. 박지원 의원은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게 안 되는 것이 박지원 의원의 비극이다. 무리를 한다.”

김대중 대통령도 호남이라는 지역적 지원세력이 있었다. 그 세력이 대의와 명분을 가진 것은 전 국민의 지지를 받았고 김대중이란 정치인은 위대한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혹시 박지원 의원이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머리 좋은 사람이니까 그런 망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박지원 의원은 호남의 맹주로 자처하고 맹주자리에 집착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땅의 민주주의다. 박지원 의원이 생각을 바꾸고 버려야 한다.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야당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정권교체의 힘을 보태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은 방해밖에 없다. 박지원이 퇴진해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호남이 힘을 모아 정권을 창출하면 그것이 바로 호남의 힘이며 이익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공헌이다. 그것을 알아야 한다.”

입맛대로 역사를 기록하겠다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며 반대 시위가 전국에서 벌어졌지만, 박근혜 정권은 물대포로 막았다. 물대포를 직격으로 맞은 백남기 씨는 10m를 날아가 아스팔트에 떨어져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 사경을 헤매고 있다. 대학시절(중앙대)에 민주화 투쟁으로 감옥에 갔고 고향(보성)에 돌아가 ‘우리 밀’을 살리자는 농민이 됐다.

▲ 백남기 농민이 지난 14일 민중촐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쓰러져 있다. ⓒ팩트TV 갈무리

개 사료 1kg에는 5,330원이고 쌀은 1,275원이다. 늘어진 개 팔자다. 피땀 흘려 지은 쌀이 개 사룟값만도 못한 농촌 현실에 항의하던 그는 끝내 불의한 권력에 의해 삶을 마감할지도 모른다. 백남기 씨의 딸 김민주화가 쓴 아버지에게 쓴 편지는 눈물과 분노 없이는 읽지를 못한다.

“아빠. 왜 찬 바닥에 누워 있어. 아빠가 누워 있을 자리가 아냐. 그건 반칙이야”

춘천 출신 새누리당 김진태란 사람은 검사 출신이다. 그의 주장은 백남기 씨의 부상이 시위대의 폭행이란 의혹을 제기한다. 조계사로 피신한 민주노총 위원장을 체포하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하라고 주장하다가 곤욕을 치른다.

지금 정치판은 공천에 미쳐서 돌아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친박이다 반박이다 비박이다. 온통 박 타령이다. 정치는 어디 갔는가. 그들이 언제 정치를 생각했던가. 배신을 응징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념은 친박으로 하여금 하늘이 낮다. 김무성은 설설 기지만 마음은 가시방석이다. 이미 몇 번인가 레이저 광선을 쐬지 않았던가.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른바 비주류란 사람들이 공천권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이다. 이미 당에서 결정된 규정이 있음에도 막무가내다. 왜일까. 이들은 자신들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호남공화국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지도부 퇴진을 요구한다. 대안도 없다. 호남에 대통령 후보 ‘깜’이 있는가. 침묵이다. 정권교체는 호남의 염원이자 국민 대부분의 소망이다. 이를 방해하는 세력이 바로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호남의 토호들이다. 오죽하면 박지원 의원이 퇴진해야 호남이 제대로 대접을 받는다는 소리가 나오는가. 호남인의 여론이라고 남의 다리 긁는 핑계는 이제 접어야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사람마다 공과야 다 있게 마련이지만 김영삼 대통령의 훌륭한 민주화 투쟁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나 역시 3당 합당도 씻을 수 없는 과오로 남는다. 3당 합당만 없었다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보다 빨리 왔을 것이다.

박지원 의원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 지금 어떤 부정적 갈등과 파장을 일으키고 그 결과가 무엇으로 나타나는지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가 인정을 하던 하지 않던 개인적 욕심이라고 평가받는 정치적 행태를 접고 정권교체 대열에 진심으로 참여한다면 역사는 그의 과를 모두 덮고 공을 높여 기록할 것이다.

박지원 의원이 영호남을 뛰어넘는 국민의 지도자로 기억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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