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려 살다가 죽는가

천국과 지옥을 가 본 적이 있는가. 아무도 없다. 마음속으로 경험한다.

‘헬조선’이 일상어가 되었다. 신조어는 시대상을 나타낸다. ‘헬조선’은 어느 특정신문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이 지옥이라는 말이다. 이런 기막힌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우린 지옥에서 산다.

헬조선은 2010년 이명박 정권 때 태어난 괴물이다. 지금은 사전적 의미로까지 쓰이게 됐고 어느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다. 땅을 칠 노릇이다. 과연 이 나라는 지옥인가. 청년층의 절망적 현실, 열정페이, 무급인턴, 비정규직, 취업난이 청년들을 ‘지옥’에서 살게 했다.

▲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88만원세대’에서 출발해 삼포세대, 오포시대, N포세대를 넘어 헬조선까지 왔으니 다음은 어느 시대에서 살 것인가. 무슨 소리냐고 하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여당의 당 대표 사위 될 청년은 마약에 취한 채 고급 술집에서 세월 가는 줄 모른다. 천국이다.

늙은 부모, 어린 자식들과 죽지 못해 사는 인간은 연탄불 피워놓고 목숨 끊는 게 탈출이다. 지옥이다. 임상 시험용 피 뽑는 ‘흙수저’의 인생도 ‘헬조선’

■대통령님, 귀 좀 여세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청소년들이 외치는 소리다. 헬조선의 국민이다. 살기 편한 세상은 내 맘대로 하는 세상이다. 쿠데타에 성공한 박정희가 그렇게 살았다. 국민에게 선택의 자유는 없었다. 체육관 선거는 대통령 선출권을 박탈했다. ‘어릴 버릇 자랄 버릇’이다. 박근혜가 보고 자란 것이 마음대로 하는 세상이다.

역사 교과서가 잘못되어 국민들의 교육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 뜯어고쳐서 제대로 교육시켜야 한다.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한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랴. 쿠데타는 국민의 찬성으로 했느냐 국민은 끌고 가면 되는 존재다.

그러나 세상사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자기 생각대로만 된다면 대통령 해 먹기 얼마나 편한가. 왜 국민들이 ‘헬조선’이란 끔찍한 말을 거침없이 토해 내는가. 국민이 어리석어서 그런가. 국민이 역사교육을 잘못 받아서 그런가. 아무리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대통령은 민생을 말한다. 민생은 자신의 전유물처럼 말한다. 국민의 입에 회자되는 헬조선의 지옥도를 보라. 지금 ‘국정 역사교과서’에 넋을 잃고 있을 때인가.

역사를 그렇게 바꿀 수 있다고 누구한테 배웠는가.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한테 배웠는가. 가장 잘못 배운 교육이다.

‘근혜야. 국민 이길 생각은 하지 마라. 양처럼 순한 백성도 화를 낼 줄 안다. 애비의 운명을 너는 보았을 것 아니냐. 애비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면 애비는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비록 일본군 장교 출신의 쿠데타 주인공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 지금이라도 국민의 뜻을 따르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박정희 대통령이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잘못된 것일까.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를 바란다.

■위대한 것은 국민의 힘

국민들은 매일같이 지옥을 보고 산다. 언제나 ‘헬조선’에서 탈출할 수 있는가. 아직도 2년이 넘게 남았다. 2년을 기다려야 하는가. 우선 탈출을 준비하자. 기회는 가까이 있다.

‘헬조선’에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대로 좋다. 좋은 것이야 어쩌랴. 살고 싶은 대로 살다가 죽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인내도 한계의 이르렀다. 정권의 눈에는 지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모습이 국민에 눈에 보인다. 불의한 정권은 역사를 불사르고 있다. 역사는 정권의 호불호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국민의 것이다. 이제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역사를 불사른 다음에는 인간을 불사른다. 나치 독일은 비독일적이라는 이유로 수만 권의 책을 불살랐다. 그 자리에는 ‘하이네’가 한 말이 새겨져 있다.

“책을 불사르는 것은 시작일 뿐. 결국, 인간을 불사르게 된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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