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_ 세상에 두 번 없을

일주일째 내리는 비. 문득 우기를 견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당에 다녀왔다. 스테인드글라스 빛을 보기 위해서였다.

해가 뜨지 않고 선명한 햇살이 없는데도 성당 내부는 장엄했다.

무심코 지나치던 빛이 성당 내부에 장엄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투명한 유리를 통과한 빛에 익숙해 있던 습관이 색색으로 쏟아져 내리는 스테인드글라스 빛에 잠깐 생각이 멈췄다.

처음부터 색색이었을 빛. 우리의 안구를 통해 투명으로 제 몸을 가렸던 빛.

가시광선(可視光線·Visible light)이란 이름으로 단순하게만 보이는 빛.

스테인드글라스는 눈에 보이지 않은 그 빛의 몸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필연은 언제나 우연이란 이름을 갖는다

임헬레나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임헬레나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 되었다.

작가는 “TV 다큐멘터리였다. 유럽의 수도원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는 장면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색색의 빛을 보았다. 그때의 감동과 전율을 잊을 수 없다”. 며 “그때는 막연하게 언젠가는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고백했다.

하지만 다시 10여 년의 시간이 더 소요했다. 일단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였고, 공부하고 싶어도 정통성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배움 클래스를 알 수 없었다.

희망처럼 가톨릭미술아카데미 과정이 생성됐으나 우여곡절 끝에 흐지부지 되었고, 다시 만났을 때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만큼 전력으로 질주했다.

우리나라에 스테인드글라스를 알린 선생의 후손으로부터 전문적 교육을 받았으며,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설치, 복원 작업을 같이 해냈다.

일찍이 중세시대부터 스테인드글라스는 건축요소 중 하나로 알려졌다.

수도원과 성당의 내부는 오만가지 색을 투과하는 스테인드글라스로 화려하면서 장엄하게 장식되었다.

우리에게도 친숙하면서도 낯선 유리의 얼굴인 셈이다.

작가는 “서서 하는 작업이니만큼 체력적 소모가 크다. 일단 유리와 친숙해져야 한다. 작품을 완성하는데 몇 가지 방법의 작업이 있는데, 용도에 따라 다르게 작업한다. 첫 번째는 디자인 본에 맞춰 유리를 잘라 납선에 끼워 넣고 그 연결 부분을 납땜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날카롭게 잘린 유리의 단면을 그라인더에 연마해 동테이프를 감아 납땜하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각기 다른 색유리를 모자이크처럼 붙여가는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내 생애를 투각한 빛

임헬레나- 성당 조명. ⓒ광주아트가이드
임헬레나- 성당 조명. ⓒ광주아트가이드

이번 전시에는 40여 점의 작품이 선을 보인다.

정통 케임(납선)기법과 현대 장식예술 붐을 일으켰던 동테이프 기법(ex.티파니램프), 깨진 단면에서 난반사되는 빛이 더 아름다운 달드베르(dalle de verre) 기법을 떠올리게 하는 유리모자이크 기법으로 작업한 결과물들이다.

십자가를 세우고 있는 각각의 작품들은 단지 신앙인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선물처럼 선보이는 작품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다.

작가는 “빛이 주는 생(生)의 위안, 희망, 따스함 등을 느낄 수 있는 작업을 지향한다”. 고 작업에 관한 의미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품 한 점 한 점이 고요하고 웅장하며 성스럽다. 웅혼한 느낌이 온전히 느껴진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푸른빛 노란빛, 초록과 주황빛, 알록달록한 빛이 주는 위안과 위무는 생각보다 더 깊게 다가온다.

실내를 더 그윽하고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등도, 지극히 단순화된 선과 면으로 제작된 십자가 역시 어디에 걸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유리의 투명성에 색이 입혀진 스테인드글라스가 주는 힘일 것이다.

디자인을 전공했다. 작업하는데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이 드로잉하고 선과 면을 만들어내는 역량의 근원이다.

디자인으로 탄탄해진 숙련도가 스테인드글라스 직업에 그 이상의 완성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작가는 “평면인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입체가 주는 행복감이 더 크다. 입체와 형상을 만들기 위한 공간을 구성, 설계하고 기둥을 세우고 면을 활용하고 색유리를 이용해 작품을 완성하다보면 건축가가 된 것은 느낌을 받는다”. 고 설명해 준다.

멀리 갈 것이다.

우연처럼 만난 필연, 이번 생에서 다시 못 올 스테인드글라스와의 만남을 귀하게 여기며 가까운 시일 안에 성당의 온전한 작업을 꿈꾸며 지금처럼과 같이 작업에 임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빛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는 것처럼 내 생에도 투각할 것을 믿는다.


**윗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72호(2024년 3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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