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0일 제 14회 광주여성영화제를 통해 한제이 감독의 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가 GV와 함께 상영되었다.

주영과 예지는 10대 여성으로,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가톨릭 계율에 따라 천국에 갈 수 없다.

영화는 세계의 종말이 다가오는 1999년을 배경으로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두 여성을 통해 사랑의 의미와 여성 연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영화 속 캐릭터 주영과 예지는 대비되는 성격으로, 소년원 학교를 다니는 예지는 불건전한 환경과 맞닿아있지 않은 주영과 삶의 종속에 대한 정도 즉 사회적 위치가 다르다. 서로 다른 결핍 속에서 성장하는 두 소녀가 우연히 만났을 때, 그 사이의 화학적 반응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내러티브의 중심에는 스포츠 성폭력이 있다. 1위가 되고 싶은 여러 학생들에게 운동을 하기 때문에 겪어야만 하는 폭력들과 지도자의 유희 상대가 되어야만 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영화는 태권도부에서 치열하게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을 그리며 세기말 그들이 겪는 신체적 폭력과 정신적 폭력이 당연한 여건으로 여겨지는 상황에 대해 가시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은 명랑을 잃지 않고 의로운 의지로 행동하는 주영을 통해 여성 연대의 힘으로 성폭력의 주축을 꺾어내는 듯하다.

하지만 그런 긍정에도 불구하고 약자인 여성, 그것도 사회의 그림자에 속한 예지가 주영을 대신해 죄를 받게 된다.

여기서 성폭행 피해자이자 가장 사회적으로 최상위 계급인 성희, 그 다음인 주영, 가장 하위에 있는 예지가 서로 다른 10대의 결말을 맞이하며, 사회적 위치에 따른 보상과 차별이 되물림 됨을 나타낸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이는 사회가 정한 계급에 따른 인지의 결말이며, 사랑의 유의미를 통해 더욱 진해지는 사회와의 대립을 뜻한다.

한편 영화 내부에는 그들의 동성애를 두고 혐오적 관점이 다수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이러한 점은 폭력이 짙은 세기말 시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두 청소년 여성들의 풋풋한 사랑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은 연출자의 의도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10일(금) 광주여성영화제에서 열린 GV에서, 주영과 예지가 성정체성에 혼란없이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연출의 의도에 대해 한제이 감독은 두 여성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자연스러움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감독의 의도는 동성을 좋아하는 감정을 처음 느낀다는 것이 이성애와 다르게 표현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없음을 주장한다. 

또한, GV의 질문 중 현재는 그때(세기말)와 비교해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감독은 최근에 스포츠 성폭력에 대한 기사를 접했고, 그를 통해 시나리오에 나타나게 되었으며 여전히 잔존해 있는 폭력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세기말을 담고 있는 영화이지만 영화 내 시대를 담은 소품들을 제외하곤 현재와 달라진 사회상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현재에는 그러한 폭력이 더욱 다분화되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천.사'를 통해 순수했던 그 시절의 사랑과 우정에 대해 더욱이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학교에서의 폭력, 사회의 폭력에 한없이 지쳐버린 주영과 예지에게 서로는 다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해방구였을 것이다. 

영화는 동성애로 인해 천국에 갈 수 없는 현실을 말하지만, 사실 이 사회에 천국은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마음껏 사랑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천국을 느낄 수 있는 방법임을 말이다. 

앞으로도 '우.천.사'와 같은 영화들을 통해 여성들이 연대함으로써 이겨낼 수 있는 상황을 시각화해, 소수가 다수가 되어 함께 사회의 구조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들을 지켜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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