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박남옥상을 받은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이 8월 26일 GV와 함께 공개되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힘들고 아픈 사람들이 있다. 나의 몸을 사랑하는 것, 그리고 나를 낳은 부모를 이해하는 것 까지.

채영은 2007년 열다섯살에 거식증으로 인해 폐쇄병원에 입원한다.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다큐멘터리형식의 이 영화는 채영의 섭식장애를 시작으로 한 가정의 역사와 모녀의 현재 삶을 조명한다.

이 영화는 섭식장애가, 특히 채영이 앓았던 거식증이 외적 모습에 대한 집착에서만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상옥은 딸이 거식증을 앓으며 생존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시점부터 왜 이런 일이 자신의 딸에게 일어났는지에 대해 고민하며 어쩌면 그 이유가 자신에게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채영과 그녀의 엄마 상옥은 서로 채울 수 없는 영역을 분명히 하며 돌이킬 수 없는 지난 감정에 대한 피해와 보상을 이야기한다.

어버이날, 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대했던 상옥은 채영에게 엄마를 용서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듣는다.

채영은 어릴 적 자신을 돌보지 못 한 엄마에 대한 상실과 외로움으로 우울증과 거식증이 발병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0대를 전부 운동권에서 보냈던 상옥이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고 다시 삶을 영위하기까지의 시간을 돌이켜본다면 상옥 또한 혼자 아이를 키우며 자신의 인생을 돌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것으로 보여진다.

당시의 상황이 서로에게 어쩔 수 없었음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영은 당시에 상처받았던 것에 대한 용서는 할 수 없다.

관객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이 지점이 바로 모녀가 그들 각자를 이해할 수 없는 점이기도 하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들 사이의 간격은 좁혀지지 않고 그들의 평행선은 지속된다.

거직증을 앓아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채영의 첫 일기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내가 가장 어리다. 그리고 내가 제일 못생겼다.'

극에서 채영이 생각했던 거식증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게 뭘 먹는지, 얼마나 먹는지였기 때문이다.

채영은 단순히 음식을 거부한 것이 아니었다. 철저히 계산된 양만큼만 자신에게 허락했었던 것이다. 

이는 채영이 자신의 삶을 집도하는데 있어 음식의 양을 조절할수록 변해가는 모습을 인지하며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코로나 시기를 관통하며 만들어진 이 다큐멘터리는 채영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직장을 잃고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그리며 팬데믹 시기의 갑작스러운 사회 변화 양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로 인해 모녀가 상봉하게 되고 영화는 이 가정의 이전 세대의 이야기까지 도달해, 섭식장애가 채영의 세대에서 처음 발병한 게 아님을 밝힌다.

채영이 자신의 엄마를 용서하지 못하는 것처럼, 상옥 또한 자신의 엄마를 가까이 하지 못했으며 상옥의 엄마 또한 습관적으로 토를 했다는 것이다.

마치 세대로 내려오는 듯한 모녀 사이의 대립과 섭식장애는 만족할 수 없었던 삶과 부모의 역할에 대한 답답함을 토해낸다..

세 세대에 걸쳐 내려오는 여성들의 결핍과 그를 채우려는 잘못된 습관들은 세대를 거슬러 손녀가 할머니의 인생을 이해하는 소통의 길이며, 상옥이 미워했던 자신의 엄마를 돌아가신 이후에서나마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김보람 감독은 지난 2018년 개봉한 '피의 연대기'(2018)을 시작으로 꾸준히 여성의 몸에 관한 이야기를 서술해오고 있다.

그는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 GV를 통해 섭식장애가 단순히 외적인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특히 채영과 상옥을 영화 속 한 챕터의 인터뷰이로 연출할 예정이었지만 그들의 삶을 통해 더욱 내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들의 이야기는 섭식장애가 유기적인 이유들로 발병된다는 점을 비롯해 여성의 삶에 지속되는 우울에 대하여 표현되는 여러방식에 대해 한 부분을 표현하고 있다. 

이 영화는 여성이 자신의 몸에 긍정하기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나타내며 그와 동시에 생겨난 용서하지 못할 대상이 엄마라는 점에서 두 여성이 공존하기 위해 서로를 나란히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주체로써 삶을 되찾기 위해 연고없는 무안에서 새 삶을 시작했던 상옥처럼, 섭식장애에서 조금씩 멀어져 심야식당을 운영하는 채영처럼 많은 여성이 자신의 삶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그 자체로 긍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 

두 평행선이 나란하게 지속될 수 있도록, 언젠가 그 끝에 맞닿는 지점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채영과 상옥의 공존을 응원한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