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군민, 31일 충남 보령 한국중부발전 앞서 기자회견 개최
주민설명회 취소 요구에 중부발전 구례군에 '일정 취소' 전달

구례 양수댐 반대 마을주민 기자회견문 [전문] 
 

먼저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중산리의 추억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중산리는 ‘반내골’ 이라고도 불립니다.

예전에 우는 아이에게 반내로 시집을 보내버리겠다 하면 울음을 그쳤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골이 깊은 마을입니다.

이곳에서 자란 우리의 친구는 계족산, 중산천입니다.

전남 구례군 문척면 중기마을 주민들이 31일 충남 보령 한국중부발전 본사 앞에서 양수댐 건설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중부발전은  주민들이 오는 8월 2일 예정된 주민설명회 취소를 요구하자 구례군에 일정 취소를 전달했다고 기자회견에 참가한 주민이 말했다. ⓒ정정환 제공
전남 구례군 문척면 중기마을 주민들이 31일 충남 보령 한국중부발전 본사 앞에서 양수댐 건설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중부발전은 주민들이 오는 8월 2일 예정된 주민설명회 취소를 요구하자 구례군에 일정 취소를 전달했다고 기자회견에 참가한 주민이 말했다. ⓒ정정환 제공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나면 계족산에 올라가 뛰어놀고 배가 고프면 산속 농막에서 라면을 끓여먹거나 집에 내려와 점심을 먹었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도시락을 가지고 계족산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더운 여름이면 중산천에 들어가 수영하였는데 하루 종일 놀다보면 입술이 파래지고 몸이 덜덜 떨렸습니다.

그럴 때는 따뜻한 바위에 누워 몸을 데웠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했던 중산천은 하천정비사업으로 많은 것들이 파괴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중산천 하구를 막아 하부댐을 만들고, 계족산을 파헤쳐 상부댐을 만들어 양수발전을 하겠다고 합니다.

우리 마을을 방문한 분들은 아름다운 단풍 길에 반하고, 높은 산세에 반합니다.

깊고 높은 계족산에는 멸종위기종인 하늘다람쥐, 담비가, 중산천에는 수달이 살고 있습니다.

여름이면 팔색조와 여름철새들의 소리가 산을 채우고 긴꼬리딱새와 큰유리새의 지저귐이 계곡물을 따라 함께 흐릅니다.

ⓒ정정환 제공
구례주민이 중산리 양수댐 건설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정정환 제공

양수댐이 들어서면 아름다운 단풍길은 수몰되고 멸종위기종과 수많은 야생동식물의 터전이 사라질 것입니다.

수달 서식지인 중산천은 하부댐으로 물이 고여 썩어갈 것입니다.

한국중부발전과 구례군은 가뭄 때는 섬진강물까지 끌어올려 하부댐을 채우겠다고 합니다.

섬진강은 지금도 물이 적어 몸살을 앓고, 바닷물이 역류하기까지 하는데, 섬진강물을 뽑아 쓰겠다고요, 섬진강에 살아가는 생물과 섬진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은 생각지도 않는 건가요?

오늘도 침수 주변 지역주민들과 성자, 산치 주민들은 안개 걱정을 합니다.

댐에 물이 차면 안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댐 주변 지역 사람들은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고, 농작물도 35%나 감소했다고 보고가 있습니다.

고여서 썩은 양수댐에서 올라온 안개는 독성 물질과 같고 결국 죽음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렇게 피해가 심한 시설을 설치하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우리보고 다 죽으라는 것입니까, 그냥 우리를 죽이십시오.

구례군청은 주민의 반대가 있더라도 의회에서 통과시켜 11월에 양수발전소 사업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합니다.

얼마나 오만한 태도인가요, 주민없이 구례군이 존재할 수 있는 건가요?

양수댐 발전 반대 기자회견하는 구례 중기마을 주민. ⓒ정정환
양수댐 발전 반대 기자회견하는 구례 중기마을 주민. ⓒ정정환

자료에 의하면 구례 중산리 양수댐은 총 낙차가 360m여서 입지타당성 조차 ‘중’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한국중부발전과 구례군은 충분한 검증과 설명없이 사업을 진행하려 합니다.

국가적으로도 이익이 안 되는 사업을, 허상으로 가득 찬 이익, 지역발전이라는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피해당사지인 주민을 포함한 구례 중산리 양수댐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구례군과 한국중부발전의 양수댐 추진방식과 행태에 분개합니다.

군사독재시절과 다를 바 없는 태도에 분노합니다.

수몰 위기에 있는 중기마을 주민은 양수댐을 원하지 않으니, 형식적인 주민설명회는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밀어붙이기식 양수댐 건설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우리들의 평화롭던 삶을 위협하는 구례 중산리 양수댐 추진은 지역갈등만 키우고, 지역주민, 구례군, 한국중부발전 모두에게 큰 상처만 남길 것입니다.

ⓒ정정환 제공
ⓒ정정환 제공

우리는 고향을, 아름다운 중산천과 계족산을 죽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 것이니, 한국중부발전은 구례 중산리에서 추진하려는 양수댐 사업을 지금 당장 포기하십시오.

- 구례 중산리 양수댐 건설을 반대한다

- 주민생존 위협하는 양수댐 추진 반대한다

- 한국중부발전은 구례 중산리 양수댐 추진 포기하라

- 한국중부발전을 양수댐 추진을 당장 중지하라

2023년 7월 31일

구례 중산리 양수댐 건설에 반대하는 중기마을 주민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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