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나무가 크면 바람을 많이 타는가
[이기명 칼럼] 나무가 크면 바람을 많이 타는가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22.09.26 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백 수천 년 된 나무도

국민들이 기억하는 현군(賢君) 중에서 세종대왕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랏 말쌈이 듕귁에 달아’로 시작되는 세종의 훈민정음 말씀은 감동이다.

옛 성현들이 남긴 말들은 너무나도 많지만 이를 깊이 마음에 새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못된 말은 잊는 것이 좋지만, 좋은 말은 좋기에 기억해야 한다.

멋진 옛말 몇 마디 하면 모임 자리에서 폼도 난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욕설을 하는 장면이 촬영된 영상. ⓒMBC 누리집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욕설을 하는 장면이 촬영된 영상. ⓒMBC 누리집 갈무리

내가 기억하는 오래된 말이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사실 나무뿐이 아니다.

사람도 뿌리가 깊은 사람은 왔다갔다 흔들리지 않는다.

역사에 기록된 폭군이나 간신들의 행적을 보면 그들은 흔들리는 나무다.

그러나 나무를 흔드는 것은 바람만은 아니다.

고향 선산인 용인 구성읍 청덕리의 수백 년 된 나무는 아파트 개발에 뿌리 채 날아갔다.

용문산에 가면 수천 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인간의 인위적인 바람이 아니라면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을 나무에 비유한다면 흔들리는 나무는 너무나 많고 그들의 뿌리는 허약하다.

언론이 제대로 보도조차 안 하지만, 의정 단상에서 의원들이 한 발언을 보면 그야말로 뿌리가 콩나물 뿌리만도 못하다.

그러기에 자신이 한 발언에 대해서 자신 역시 오락가락 술 취한 건달이다. 정치인이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자.

상대 당에서 무슨 말을 하면 옛날 고리짝 얘기를 꺼내 그때 너는 무슨 말을 했느냐다.

그러니까 한번 도둑놈은 영원히 도둑질하라는 말이 아닌가.

도둑도 개과천선하면 새사람이 되고 계속하면 전과만 늘어난다.

잘못은 고치는 게 인간이다. 개도 타이르면 못된 버릇 고친다.

말은 철없는 어린애들의 말도 있지,만 철 들었다는 어른의 말도 있고 이른바 정치지도자라는 정당 대표나 대통령의 말도 있다.

‘48초’ 동안 우리 대통령이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한 후 수행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한 말로 온통 난리다.

‘국회(미의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 - MBC 보도

‘(대한민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 - 대통령실 해명

‘날리면’이냐 ‘바이든’이냐 해석이 저마다 다르다.

그러나 내가 정작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윤대통령의 가벼운 말 처신이다. 말의 품위가 겨우 고것인가.

내가 아는 어느 어른은 말 한마디를 할 때 언어 선택에 무척 고심한다. 하물며 대통령이야 말해 뭣하랴.

설사 자신이 말실수했다 해도 솔직하게 선은 이렇고 후는 이렇고 다 털어놓은 뒤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하면 끝날 것을 갈팡질팡 이 꼴로 만들었다.

윤석열이란 나무의 뿌리가 깊지 못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보좌한다는 대통령실 보좌진들도 콩나물 뿌리 같기는 마찬가지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도자들이 서로 치고받는 모습을 보면 이 나라 정치의 뿌리는 얼마나 깊이 박혔는지 걱정이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라는 거대 함정(艦艇)을 이끌고 가는 선장이다. 알고 있는가.

ⓒMBC 누리집 갈무리
ⓒMBC 누리집 갈무리

국회에서 답변하는 윤석열 핵심 측근이라는 한 모 장관, 그의 국회답변을 들으면 안하무인(眼下無人)이다.

내 눈에는 ‘까불지 마라’ 한마디로 요약된다. 공부를 얼마나 잘했는지 몰라도 사람 됨됨이는 아니다.

법 공부 보다 인간의 도리를 먼저 공부했어야 한다.

이태규란 국민의힘 의원은 합법적인 김건희 논문 표절의혹 관련 국정감사 증인채택을 ‘반민주적 폭거’라고 했다.

이 의원은 폭거가 무엇인지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이럴 때 윤석열 대통령이 한마디 한다면 어떨까.

“야당이 요구하는 청문회에 나가서 다 얘기하면 된다.

다들 조사했을 테니 숨길 것도 없다. 정직하면 용서도 받는다.”

버텨봐야 5년이다. 언제 물러갈지 모르는 게 정치인의 운명이다. 박근혜를 보지 않았는가.

정직 이상으로 설득력 있는 것이 어디 있는가. 대통령도 법을 했으니 잘 알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세상사 그냥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지 마라.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