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눈을 못 감을 수동이의 영혼

사람마다 나름의 역사가 있다. 비극도 있고 희극도 있다.

희극이야 웃어버리면 그만이지만 비극은 그렇지 않다.

잊히지 않는다. 80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상상도 못하던 6·25는 우리 민족을 끔찍한 비극으로 몰아넣었다.

9·28 수복 후 1·4 후퇴는 수많은 북한 피난민을 남한에 떨구어놓았다.

집도 절도 없는 북한 피난민. 맨몸이었다.

용인에서 잘 살던 우리는 거의 피해가 없었지만, 북한 난민은 달랐다.

감도 없는 난민은 우리 산(법화산)에서 죽은 나무나 삭쟁이(마른 나뭇가지)를 주어서 땔감으로 썼다.

그것도 비극이었다. 땔감을 구하는 북한 난민들을 마을 청년들이 잡아왔다.

나무도둑이며 빨갱이라는 것이다.

우리 머슴방은 넓었다. 북한 청년들이 잡혀 와 두들겨 맞았다.

“너 빨갱이지. 네놈이 한 짓을 다 털어놔라!” 동네 젊은이들은 장작개비 지겟작대기 등 닥치는 대로 휘둘러댔다.

북한 난민 청년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빨갱이가 아니라는 그들에게 ‘애국가’를 불러보라고 했다.

그들의 애국가는 ‘아침은 빛나라’다. 그들이 ‘동해물과 백두산’을 알 리가 있는가.

이렇게 빨갱이가 된 북한청년들은 매일 밤 피투성이가 된 채 끌려나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청년들은 신바람이 나서 몽둥이를 휘둘렀다.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나다.
 

■죄 없이 목메 죽은 수동이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민중의소리 갈무리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민중의소리 갈무리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땅만 파던 농촌에도 수도 없는 조직이 생겼다.

무슨 동맹. 무슨 연맹. 무슨 위원회. 위원장이 있고 대가리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을 써먹는 것은 나름대로 머리 좀 쓴다는 자들이다.

그들은 순박한 시골청년들을 이용할 줄 알았다.

거기에 걸려든 것이 수동이. 수동이는 전에 우리 집에 머슴도 산 적이 있다.

그들은 수동이가 머슴을 했다는 이유로 위원장인가 뭔가 하는 감투를 씌운 것이다.

그냥 감투였다. ‘위원장 동지’라는 호칭에 우쭐했다.

9·28 수복이 됐다. 잔챙이는 모두 북으로 튀었다. 순진한 수동이는 동네에 있었다.

그러나 소문을 들을 때 마다 수동이는 가슴을 졸였다.

위원장 감투 쓴 애들은 모조리 맞아 죽고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수동이 집 뒷들 감나무에 수동이가 매달려 있었다.

목을 맨 것이다. 난 매달려 있는 수동이를 보았다.

외아들을 잃은 수동이 어머니는 동네 저수지에 빠져 죽었다.

수동이를 묻는 날. 동네 사람들은 울지도 못했다.

빨갱이가 죽었는데 울었다고 혼이 날까 두려워서다.
 

■민주당이냐. 국민의힘이냐
 

난 주사파다. 피난 덕에 어려서 배운 게 술이고 성장해서도 술꾼이었다.

술 취하면 주사가 심했고 틀림없는 주사파였다.

그러다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술과 담배를 끊었다.

주사파가 무슨 대통령후원회장을 하는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김문수에게 감사한다.

김문수는 노동운동한다며 농구화 신고 우리 후원회를 찾아와 노동 관련 책을 팔았다.

반듯한 청년이라고 생각했고 나라의 지도자감이라고 여겼다. 그때는 말이다.

지금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차마 말하지 못할 욕이 나온다. 김문수뿐이 아니다.

내가 아는 민주화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지금 하는 짓을 보면 민주화운동이 통곡한다.

국회에 나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인간들의 과거를 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안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돈 받아 정치 안 한 인간 있으면 내가 그 인간으로 성을 갈겠다.

그런 인간들이 애국을 말하면서 의사당을 더럽힌다.

수동이가 무슨 죄를 지었는가. 지금 털어보면 의사당 나무에 목을 매달 인간들이 쌔고 쌨다.

과거 민주화운동을 한다며 박정희·전두환 정권에서 구속되고 고통받던 자들이 변절한 모습을 본다.

감투 쓰고 어떻게 하면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할까 눈알이 시뻘겋다.

혀를 끊어 목숨을 버린다면 박수를 치마.

지역구에서 어떤 부정을 저지르고 뇌물을 받아 쳐 먹고 뒷구멍으로 수작을 부려 무사히 풀려난 인간들이 배지 달고 큰소리친다. 그래서 금배지냐.

지금은 옷을 벗은 후배 판사 검사와 술 한 잔 마시며 얘기한다. 터놓고 그 새끼들이다.

지금 정치판은 죽기 살기다.

국민이 보기에는 어떠냐. 이런 세상이 그냥 지속되기를 바라느냐.

검찰왕국이라는 세상이 지속되기를 바라느냐.

다행스러운 것은 내 나이 떠날 날이 머지않았다.

내가 죽으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수동이와 수동이 어머니 눈을 감겨 주겠다.

그 대신 나는 눈을 못 감겠지.
 

■여론조사와 정권지지율
 

요즘 여론조사와 지지율 추이가 어떤 줄 눈 뜬 인간은 알 것이다. 잔등에서 땀이 나느냐.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여론조사 기관에 종사하던 사람을 거명하며 비판하는 자들이 있다.

누군지는 잘 알 것이다. 그래서야 위로라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니다. 너희는 싹이 노랗다.

잘해라. 국민은 너희 생각처럼 바보가 아니다.

다음 대통령을 누가 하던 잘못하면 바꾼다.

그게 민주주의다. 그걸 잘 기억해라.

박정희·전두환도 잘 아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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