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미술] Her (2013)
[영화 속 미술] Her (2013)
  • 이현남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
  • 승인 2021.10.30 1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늘 시간에 쫓기듯 삭막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어느새 ‘외로움’이란 친숙한 감정이 된 지 오래다. 미래의 시간을 살고있는 주인공 테오도르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외딴 섬처럼 고립된 채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직업은 닫힌 자신의 감정과는 다르게 타인의 감정을 읽어야 하는 손편지 대필이다. 2021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런 감정의 부재는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은 자명한 사실이다. 정말 영화처럼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는 인간의 감정마저도 인공지능 운영체계가 다독여 줄 수 있는 날이 오게 되지는 않을까?

손편지를 대필하는 인간 vs 인간의 감정을 읽는 인공지능

ⓒ광주아트가이드
ⓒ광주아트가이드

감정이라는 것, 그 중 특히나 ‘사랑’이라는 민감한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맞게 언급했다고 할 수 있을까? 말이 간단하지 절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영화는 이처럼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자신이 아닌 타인의 감정을 생각하며 손편지를 대신 써주는 ‘인간 테오도르’와 인간의 감정을 읽고 대답해 주는 ‘인공지능 사만다’를 등장시켜 풀어간다.

물론 픽션이기는 했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한편으로는 인간의 감정을 기계가 이해하고 대응해주는 미래의 모습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과연 대필 편지를 통해 테오도르가 전달하려는 감정은 진짜일까? 아니면 의뢰인을 대신해 떠올려보는 대리감정일 뿐일까?

사랑했던 아내와 별거 중인 테오도르는 무기력해진 삶이 그다지 즐겁지 않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리 원활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광고를 통해 보게 된 대화 기능이 탑재된 인공지능 운영체계에 호기심이 생겨 구입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얻게 된 ‘또 하나의 관계’는 실체가 없어 얼굴을 보지도 만나지도 못했지만, 섬세하게 설계된 알고리즘을 통해 그의 감정을 너무나 능숙하게 맞춰냈고 따뜻하게 다독였다.

이런 사만다로 인해 조금씩 관계에 대한 상처를 회복하고 행복이라는 감정을 다시 찾게 된 테오도르는 잊고 지냈던 사랑이라는 감정 또한 다시 느끼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기계 사만다와 인간 테오도르가 공유하고 있는 감정은 과연 진짜일까?

대필, 인공지능, 그렇지만 모두 기본은 사랑....사랑이란 감정은 무엇인가

미디어아트. ⓒ광주아트가이드
미디어아트. ⓒ광주아트가이드

실체가 없는 상대라는 점만 빼면 영화는 여느 연애 이야기와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공지능 사만다가 수많은 감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테오도르와 세세하게 감정을 나누었기 때문에 인간과 기계의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다가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 연기까지 더해져 사만다는 등장만 하지 않았지 사람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렇기에 인공지능이 테오도르와 나누었던 관계가 비록 상상을 기반으로 한 영화라 해도 한편으론 관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정작 누군가를 만나기 어려워하는 현대인들에게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게도 했다.

그러나 사만다도 자신과 비슷한 방식으로 감정을 공유하고 있을거라 착각했던 테오도르는 인간과는 사뭇 다른 그녀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게 된다.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8,316명이나 되는 다른 사람과 한꺼번에 대화를 하며, 그중 사랑에 빠진 사람은 641이라 대답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사랑을 수치로 매길 수 있는 능력이 없다.

하지만 감정 자체가 없는 기계에 대해 인간과도 같은 완벽한 감정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날로 발전하며 인간의 감성을 자극해내고 있는 미디어아트 등을 보면 시간이 흐른 뒤 언젠가는 기계가 인간 감정 체계에도 변화를 줄 수 있는 시점이 오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