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와 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후원을 통해 5·18을 알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문화콘텐츠가 탄생했다.

41주년을 맞는 광주 5·18을 기념하며 5월 12일 개봉한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가 그것인데, 최초로 민주화운동을 영화화한 ‘부활의 노래’의 이정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더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특히나 기존 영화들과는 달리 독특한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본 점이 신선했고 통쾌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얻어진 민주주의를 후대에도 이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누구나가 쉽게 접근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콘텐츠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기에 이번 영화가 더욱 반갑다.

나와 그대들_아들의 이름으로

배우 안성기가 맡은 오채근 역은 대리기사 일을 하는 평범한 가장으로 유학가 있는 아들과의 통화가 삶의 유일한 낙인 듯 보이는, 특별할 것 없는 이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다 보면 강도가 조금 지나친 듯 보이는 운동량과 동네 불량배들을 허리띠 하나로 거침없이 혼내는 그의 모습 등에서 이상한 느낌이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그 뒤로는 그의 행동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마치 독백처럼 보이는 아들과의 통화가 진짜인지, 자꾸 수소문해 찾으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등등...이후 밝혀지는 사실을 통해서야 그동안 그가 왜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힘들어했었고 무엇 때문에 저리도 고통스러워하는지를 알 수가 있었다.

비록 몇 해 전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었지만 사실 그에게는 ‘대헌’이라는 실제 유학을 떠난 아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 아들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풀려가는 그의 과거사는 마치 반전과도 같았는데, 사실 그는 민주화운동이 발생했을 당시 광주로 파견되었던 계엄군이었다.

명령을 따라야 했던 군인이었던 그는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에게 총을 쏘았고, 죽인 고등학생을 암매장하기도 했었다. 이후 그는 그 죄책감을 무겁게 억누른 채 살아왔었다.

하지만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 아들과 양심고백을 하는 문제로 다투게 되고 그 일이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아 사고로 아들을 잃고 만다. 아들이 죽게 되자 그의 죄책감과 상실감은 결국 두 배가 되고 그 뒤로는 늘 죽는 것 아니면 죄를 고백하는 일만을 생각하며 지긋한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용기를 낸 그는 사실을 고백했고 영화는 결말을 맞는다.

계엄군,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영화에는 한국전쟁을 모티프로 삼은 피카소의 그림과 특별한 색채가 없이 검정색 선으로만 표현된 고야의 후기 작품이 등장한다. 그중 고야의 작품이 집중되는데 알다시피 고야는 전쟁에 대한 참상 등 시대 풍자적인 작품을 남겨놓은 것으로 잘 알려진 화가이다.

그가 스페인을 대표하는 국민화가라는 칭호를 받은 이유도 시대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그의 작품 중 영화에 등장하는 그림은 그가 귀가 먼 상태로 처참한 나날을 보내야 했을 말기에 제작된 <잠자는 이성은 괴물을 깨운다>라는 작품이다.

아직 봉건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당시 스페인의 모습은 동시기 한창 피어나고 있던 계몽주의적 이성에 다다르지 못한 상태였고 이를 비판하기 위해 제작한 작품 중 하나이다.

그림에서 괴로움에 머리를 감싸고서 잠을 청하는 남자 뒤로 징그러운 괴물들이 하나둘씩 몰려드는데, 인물의 모습은 죄책감에 휩싸인 그의 모습과도 상통한 듯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그리고 역사적 사건에 남편을, 아들을, 엄마를 잃어야 했던 평범한 광주사람들은 폭도인가 무고한 시민인가? 올해 계엄군이었던 한 군인의 눈물 어린 사과가 5·18을 앞둔 광주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앞으로도 자신의 영화를 보고 양심선언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말처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민주화운동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39호(2021년 6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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