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미술] 엑스마키나(2015)
[영화속 미술] 엑스마키나(2015)
  • 이현남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
  • 승인 2021.12.25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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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인간 수준의 사고 능력을 가졌는가를 판별하는 ‘튜링테스트’는 한마디로 인공지능이 일종의 의식을 가졌는지를 확인해 보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영화 ‘엑스마키나’는 이를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데,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되었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잘 짚어 내고 있어 보는 동안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 주인공 칼렙이 실험 참가 후 점점 자신도 혹시 기계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으며 면도날로 팔을 그을 때는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몰입감이 높았다.

명화와 함께 보는 줄거리

영화 속 '티치아노' 장면.

영화 속에는 명화가 여럿 등장하는데 심도 있는 내용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활용 되고 있어 찾아보는 즐거움도 느껴 볼 수 있었다. 작품으로는 클림트의 <마르가레트 스톤보로-비트겐슈타인의 초상>과 티치아노의 <신중함의 알레고리> 그리고 폴록의 <넘버 5>가 등장한다.

작품과 함께 영화 속 줄거리를 보자면 먼저 소개할 작품은 티치아노의 <신중함의 알레고리>이다. 좌측부터 노인, 중년, 소년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로는 또 교활함의 상징인 늑대, 용맹한 사자, 성실함을 상징하는 개가 그려져 있는 이 그림은 튜링테스트 실험을 설계한 회장의 연구실에 걸린 채로 등장한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현재에 신중히 행동하고, 미래에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그림 속에 쓰인 글귀에서도 볼 수 있듯 티치아노는 그림을 통해서 후손들에게 신중한 삶을 살아내는 지표로 ‘노년의 지혜’를 활용할 것을 조언하고 있음이다.

특이점을 넘어선 인공지능을 만들고자 했던 회장은 ‘그들의 창조주’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매일 불안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술을 달고 살던 그의 속마음은 티치아노의 그림을 통해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클림트의 작품은 테스트를 통과해 탈출한 인공지능 ‘아이바’가 과거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폐기된 채 벽장 속에 걸려있던 기계들이 박제된 공간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곧 인간 세상으로 가 더한 자유를 맛보게 될 아이바 모습을 상기시키는 듯 흰색 의상을 걸친 아름다운 여인의 초상이 담긴 클림트의 그림이 눈을 사로잡는다.

폴록의 작품 <no. 5>를 통해 보는 ‘의식’에 관한 질문

영화 속 '폴락' 장면.
영화 속 '폴락' 장면.

‘과연 의식이란 존재하는가?’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들을 여러 편 감상하면서 자주 봉착했던 의문점은 바로 ‘의식’에 관한 문제였다.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으로 대표 되어지는 인간 의식의 존재에 관한 의문이 이제는 곧 특이점을 맞이할지도 모르는 인공지능에까지 확대된 상황을 영화 엑스마키나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전 시기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천재적인 생각과 표현법으로 미술사의 흐름을 바꾸었던 화가들은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기고는 했다. 폴락도 이런 천재성이 팽배하던 모더니즘 시기 활동했던 화가로 우리가 잘 아는 ‘액션 페인팅’ 기법을 처음으로 시도했었다.

바닥에 놓인 캔버스 위를 빙빙 돌며 물감을 뿌리고, 튀기고, 쏟는 등 다이내믹한 제작 행위를 캔버스에 기록하는 작품은 우연의 효과로 얻어진 결과물들이었다. 이는 무의식을 계기로 한 예술작품이야말로 진실한 것임을 주장하던 초현실주의자들이 사용하던 ‘자동기술법(Automatisme)’이 폴락에게 전해졌다고도 볼 수 있는 것으로, 영화가 주목하는 점은 이 ‘의식’의 흐름이다.

짜여진 알고리즘을 통해 프로그래밍 되어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인공지능이고, 살며 경험하며 성격과 성향을 만들어가는 것이 인간이라면 이들에게 창작의 범주인 ‘예술’은 바로 무의식의 흐름과 같이 자연스럽게 발생 되는 ‘감정’과도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45호(2021년 12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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