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미술] 파울라 (Paula, 2016)
[영화속 미술] 파울라 (Paula, 2016)
  • 이현남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
  • 승인 2021.10.22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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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성 화가로 기록되고 있는 파울라. 당시로서는 찾아보기 어렵던 화가라는 직업을 여성으로서 당당히 유지한 채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갔던 그녀의 모습은 미술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영화를 보는 동안 파울라 역을 맡은 배우 카를라 주리의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라 거부감 없이 그녀의 인생에 몰입할 수 있었다. 왈가닥 소녀같이 귀여운 여성이지만 그림에 있어서 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열정을 보여주었던 그녀가 어떻게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 영화 파울라를 통해 확인해 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여자는 화가가 될 수 없어!

‘파울라 모더존 베커’라는 이름 전체를 보기 전에는 파울라라는 화가가 있었나 싶었다. 그러나 막상 ‘베커’라는 이름과 그림을 접하고 나니 그 유명한 독일 표현주의 화가라서 조금 놀란감이 없지 않았다.

표현주의(Expressionism)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 눈에 보이는 것을 거부하고 강렬한 감정표현과 더불어 기존의 전통과 규범을 배척했던 20세기 주요한 미술운동 중 하나이다. 현대미술의 초석을 다지게 했던 표현주의는 프랑스의 마티스를 초석으로 발전되었고, 그 원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독일 표현주의는 더욱 강렬한 감정표현을 특징으로 갖는다.

독일 드레스덴에서 태어난 그녀는 독일의 화가 공동체인 ‘보르프스베데’에서 수학하며 촉망받는 독일의 풍경화가 오토 모더존과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그려야 한다’, ‘여성은 아이 말고는 창의적인 것을 생산해 낼 수 없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선생 밑에서 더 이상은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결혼 후 5년이 지났지만 집안일과 모더존 부인으로 살기 바빠 여전히 작업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결혼 후 아이를 갖지 않는 남편 때문에 원하는 아이조차 낳지 못했다. 파울라의 삶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그녀는 혼란스러울 뿐이다.

원하는 삶과 정해진 삶 그 가운데에서 방황하듯 살아가는 그녀는 마침내 정해진 것과 이별을 택하고 파리로 간다. 로댕의 조수 생활을 하고 있던 파리의 친구에게 가게 된 그녀는 그곳에서 세잔, 고갱, 고흐 등의 그림들을 접했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고전, 고딕, 이집트 미술 등을 공부하며 자신만의 화풍을 점차 찾아가기 시작한다.

세 점의 그림과 아이 하나, 내 인생은 축제가 될꺼야

파울라 작품.
파울라 작품.

‘세 점의 그림과 아이 하나.’ 아이 하나를 낳고 멋진 세 점의 작품을 끝내면 미련없이 삶을 마감하고 싶다고 늘 입버릇처럼 대뇌이던 그녀의 말처럼 그림에 대한 열망도 남달랐다. 31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요절하기 전까지 10여 년 남짓한 활동 기간에 남긴 1,000점의 드로잉과 유화 750여 점 만 보아도 그녀의 열정을 알 수가 있는 부분이다.

뿐만아니라 남성의 시선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여성의 시선으로 여인의 신체를 당당히 표현한 최초의 화가이기도 했다. 그녀의 작품 속에서 여인의 신체는 더이상 비너스여신처럼 신성한 것도, 남자들의 인체 탐구 대상으로서의 여성도 아니었으며 그저 ‘온전한 인간 그 자체’였다.

독일의 피카소는 여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상이 정한 운명을 벗어나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낸 파울라는 후에 근대 여성 예술운동의 기폭제가 되어 프리다 등에 영향을 주며 미술사의 발전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자연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나 자신의 지각이 중요할 뿐이다.”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 표현주의 화가답게 화폭 속에 그대로 담겨있는 현실을 넘어선 그녀의 감정들이 듬뿍 읽혀진다.

영화 파울라를 감상하며 그녀의 열정적인 삶과 감정 속에 함께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42호(2021년 9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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