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현이의 작가탐방] 우리는 모두 사라지고 있으니
[범현이의 작가탐방] 우리는 모두 사라지고 있으니
  • 범현이 문화전문 기자
  • 승인 2019.07.1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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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사람을 만드는 작가 김동준

6월 초부터 구 도청 앞 광장은 수런거렸다. 각종 마켓에서부터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고 여름의 초입에 선 사람들의 발걸음 역시 잦아들었다. 5월의 목마름을 보내고서야 사람들이 제대로 햇살을 즐기는 것만 같았다.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감동으로 다가오는 마임에서부터 보면 볼수록 혼을 쏙 빼버리는 마술 쇼까지, 광장의 사람들은 웃고 또 웃으며 초여름을 즐겼다.

광장을 지나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발길을 멈췄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직립해 있는 신문지로 만들어진 조형물 때문이었다. 날랜 몸매를 하고 금방이라도 일어나서 걸어갈 것만 같은 종이사람이었다. 일주일에 한 명씩 생명을 얻은 종이사람은 벌써 다섯 명이 광장에 우뚝 서 있다.

나는 조각가가 아니다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신문지로 조형하고 있던 사람을 찾았다. 근 한 달이 지나도 그를 아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마침내 그를 만났을 때 그는 “나는 작가도 조각가도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웃음이 해맑았다. 광장에서 처음 말을 걸었을 때도 같은 말을 했었던 것을 기억한다.

조각가인 아버지를 두었다.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조각가의 삶을 알았고 더불어 조각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버렸다. 하지만 결국 조각을 전공했고 타 지역에 있는 대학원에도 진학했다. 작가는 “대학원에 가서야 조각이란 무엇인가를 알았다. 물질, 오브제가 무엇인가를 알았다. 대학에서 알 수 없었던 허기진 그 무엇인가가 비로소 채워지는 느낌이었다.”며 “나이 서른이 되어서야 조각이란 것이 비어있는 공간에 형상을 나타내고 채우는 힘이란 사실을 알고 조각을 미련 없이 그만 두었다.”고 고백했다.

손으로 만드는 모든 것을 즐긴다. 조물거리고 꺾어내고 비틀어 형상을 조형한다. 비워내고 비어진 공간 안에 자신만의 무엇을 만들어내고 세운다. 무작정 걷는 것을 좋아한다. 신체 중 가장 튼튼한 다리가 해내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광장의 종이사람들은 긴 다리로 열심히 어딘가를 향하고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아버지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만들었다. 그때만 해도 대부분의 재료가 청동이었는데, 교사인 아버지의 한 달 월급과 맞먹는 재료값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미술을 너무 좋아했다.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전자는 아버지로부터 기인한 궁핍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 미술을 밀어내고 있었다.”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든 작업은 순간을 위해 존재한다. 작가는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완성된 작품의 쓰임새가 끝나는 순간 ‘파기’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가장 빛나는 시간을 사진 한 장으로 기억하고 남길 뿐이다.

대학 재학 중에는 학원 강사를 했다. 경제적 자립을 했고 아버지처럼 가난하게 살고 싶지 않았다. 작가는 지역의 한 대학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강의 중이며 광주시 광산구의 야호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신문지로 만든 사람_ 종이사람

안거나 서있고 한쪽 무릎을 꿇고 누군가를 향해 꽃을 바치고 있는 신문지로 만들어진 종이 사람이었다. 광장의 이곳저곳에 무심히 자리한 이 조형물은 오고가는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있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것만 같은 종이사람 옆에는 의자가 놓였다. 사람들은 광장을 지나치다 의자 옆에 앉아 물끄러미 종이사람을 쳐다보다 사진을 찍고 사라졌다. 꽃을 들고 있는 종이사람 앞에서 실제로 꽃을 받는 행동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유쾌했다. 그리고 슬펐다. 사람의 형상을 갖고 있지만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린 존재들이었다. 비에 젖으면 곧 녹아버릴 지도 모를 일이었다. 공간을 지배하면서도 사실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것이었다.

김동준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김동준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작가는 신문지로 만들어내는 작업에 대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 전에 물질 그 자체에 대해 아까워하며 어디서 연유한 것인가를 생각한다. 모든 물질은 한 생명이 죽어서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의 것이기 때문이다.”고 작업에 관한 설명을 했다.

가느다란 나무 뼈대를 세우고 신문지를 구기고 접어서 조형한다. 폐지로 버려질 운명인 한 장의 신문지마저도 철저한 계산속에서 지폐처럼 아껴가며 사용하고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종이사람과 생리학적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한 몸처럼 닮아 있다. 다만 종이사람이 순식간에 폐기되는 반면 육체를 가진 사람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점이 다르다. 다시 말하면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서서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다만 시간이 짧고 길 뿐이다.

다음 주 토요일. 작가가 신문지로 만들어내는 종이사람이 기대된다. 이번에는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16호(2019년 7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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