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오월시 연재'

민들레

- 남효선
 

잊으면 산목숨이 아니라고 했다.

평생 지우고 싶은 흔적

잊지 않기 위해 생명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열 세 살 나던 꽃 피던 봄날이랬다.

펄럭거리는 일장기만 보면

오금이 저린다고 했다.

맘 놓고 울지도 못한 세월

잎사귀 날리듯 꽃잎 지듯

고운 얼굴 하나 둘

땅으로 가는 게 젤루다 서럽다고 했다.

앙가슴 밑바닥 옹이처럼 박혀

우리나라 손녀손주들

거리마다 세워놓은 단발머리 소녀 상

눈내리는 날 목도리 씌워주는 손길

그 손길이 젤루다 따뜻했다고 했다.

 

** 1958년 경북 울진 출생, 198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둘게삼> <꽈리를 불다>, 사화집 <눈도 무게가 있다>외 다수, 민속지 <도리깨질 끝나면 점심은 없다> <남자는 그물치고 여자는 모를 심고> <울진민속총서> 외 다수, 한국작가회의 이사, 대구경북작가회의 이사, 아시아뉴스통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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