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 하는 '오월시 연재'

널문리 밤 마실길

- 류지남


널문리에서 밤 마실 가는 일은

된장국에 밥 한 그릇 뚝딱 말아먹고

헐렁헐렁 쇠 울타리 넘어, 도보다리 건너

실없이 둥실둥실 쉽게 놀러 가는 길

오늘 저녁엔 통일이네 사랑방에 놀러가고

내일 밤엔 평화네 집 건넌방으로 몰려가

시답잖은 얘기에도 배꼽 잡아가며 웃어주고

속상한 얘기엔 에그, 저런 함께 찔끔거리다

어느 새 밤 깊어 입이 좀 궁금해지면

남남북녀 요리조리 짝짜꿍 편을 먹고서

밤참 내기 윷이라도 한판 신나게 놀다가

대동강 맥주에 한라산 소주로 섞어 마시다

이래저래 눈 맞은 처녀 총각들 내친 김에

송악산 언저리 만월대 노래방으로 몰려가

아리아리 쓰리쓰리 들썩들썩 춤도 추다가

들뜬 가슴에 쿵쿵 북도 한번 울려 보다가

심야 택시용으로 개조된 장갑차 얻어 타고

다시 남쪽 마을로 싱글벙글 되돌아오는 길엔

쟁반 같은 둥근 달 둥실 두둥실 따라 오리니

달맞이꽃들 허벌나게 몰려나와 손뼉 치리니

 

** 충남 공주 출생, 1991년 <삶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내 몸의 봄> <밥 꽃>, 충남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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