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유년을 탐구한 작가 김성대
기억 속의 유년을 탐구한 작가 김성대
  • 범현이 문화전문 기자
  • 승인 2019.02.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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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이의 작가탐방] 삶이란 무늬

매화가 피었다. 작가를 찾아간 학교의 넓은 운동장 한쪽, 햇볕아래 매화가 만개하고 있었다. 겸손하고 성실해 보였다. 마주앉아 차를 마시는 등 뒤, 유리창 너머로 작가의 작품 안에서 본 듯한 마을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 작업실은 실험 중인 작업에서부터 갈무리 된 작업까지 벽에 걸리고, 바닥에 세워져 그간의 근간을 보여 주었다. 작가는 “예술인인 동시에 교사라는 직업을 가졌다.

마음은 예술을 향하고 현실은 교사를 지향하고 있으니 제약이 따르는 행동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업에 대한 열정만큼은 전업예술가 못지않다는 것을 내 스스로 실행하고 있는 현장이다.”고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맞다. 몸이 어디에 있던 꿈을 꾸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

달빛 내리는 마을

붉은 꽃- 김성대. 41×53cm   캔버스 위에 미디움과 유채 2017.
붉은 꽃- 김성대. 41×53cm 캔버스 위에 미디움과 유채 2017.

작가의 작품 위에는 노란색이 공통적으로 내려 앉아있다. 달빛이다.

병아리, 호박꽃, 어린 새들의 주둥이 안쪽, 유치원의 통학버스, 초등학교 앞의 횡단보도 등등이 보호하고 지켜주어야 할 책임감과 의무를 요구하는 노란색이라면 창문 너머로 새어나오는 불빛, 세상의 모든 것들 위로 평등하게 내리는 달빛의 노란색은 추운 겨울마저도 따뜻함을 느끼게 하고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솟아올라 울컥하는 무엇인가를 느끼게 한다.

작가는 노란 달빛으로 세상의 평등을 그렸다. 따뜻하고 배려 깊은 노란색으로 일상의 곤고함을 덮으면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희망을 잃지 말라고 보듬어 준다.

작가는 “가난한 유년을 보냈다. 형제도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손을 뻗어도 가질 수 없었다. 늘 멀리 있는 것을 갈구하는 유년이었지만 돌이켜 보건데 이 모든 것들은 현재의 자양분이 되었다. 내 작업의 근간은 유년의 시각에서 보고 느꼈던 삶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고백했다.

작가는 평등의 달빛으로 제17회 대한민국회화대상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기억의 저장소에는 노란 달빛을 받아 빛나며 고요하던 동네의 풍경이 있다. 온갖 생활소음이 잠재워지면 비로소 빛나던 노란빛이었다.

작가가 살았던 서식지에 대한 풍경이다. 작가의 고향은 목포다. 작업 속에 드러난 곳에서 살았고 어른이 된 지금도 기억 속에 살아있는 풍경이다.

하루 일과를 가장 빨리 시작하던 소란스럽던 새벽을 기억한다. 해가 떠오른 시각이면 골목을 메우던 아이들의 소리, 달음박질 소리.

그리고 골목골목에 앉아 햇볕을 쪼이던 할머니할아버지의 나른한 풍경도 저장소에 기억되어 있고, 밤이면 싸우는 소리,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노동에 피곤함을 알리는 둔탁한 발자국 소리도 기억한다.

감응과 조우에서 소통으로

선이 굵고 메시지가 강한 작업이 있었다. 크고 잘 버려진 낫을 들고 있던 『응시·2002년』는 단연코 작가의 작업 중의 백미다.

푸른 하늘과 힘줄 솟아있는 굵은 팔뚝의 손은 단연코 낫을 들고 서서 들판을 응시한다. 얼굴 없이 보여주는 등과 옆구리의 선, 분연한 손목과 굵은 손에 들려진 낫만으로 작가의 의도가 충분하게 전달되는 메시지를 안고 있다.

김성대 작가.
김성대 화가.

2000년대의 작품 안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밭을 갈고 있는 사람도, 장날의 풍경에도 사람은 거기 있었다. 곤고한 삶의 여정에서 달빛은 사람을 녹였다. 노동과 일상의 신산함에서 달빛은 노란색을 이용해 동네의 모든 이들을 안고 녹여냈다.

작가는 “돌가루를 이용해 작업한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이 흙과 시멘트가루가 묻어나오던 집을 기억한다. 재료로 사용하는 돌가루는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을 드러내면서 부서지지 않는 집을 짓는다.”며 “달빛이 주는 느낌, 가난하고 금방 사라질 것만 같은 기억 속의 동네와 집들은 내 작업 안에서 다시 영원히 건축되는 것이다.”고 설명한다.

작가는 유년과 감응하며 굳어버린 삶의 각질을 탈피하고 달빛을 통해 다시 세상을 향해 작동하기 시작한다. 달빛은 작가의 삶에 깊숙이 들어 온 또 다른 삶의 무늬다.


**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12호(2019년 3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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