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땅 사람의 길을 찾는 작가 김호원
하늘 땅 사람의 길을 찾는 작가 김호원
  • 범현이 문화전문 기자
  • 승인 2019.02.01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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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이의 작가탐방] 아버지의 손

봄날의 날씨였다. 매화도 멍울을 만들어냈다. 작가가 이끌고 있는 목포 구도심의 ‘나무숲’ 일대가 뉴스를 장식해도, 다시 어딘가로 이사를 해야 하고 또, 유형을 만들어내야 하는 무형 그 자체임에도 봄은 다가오고 있었다.

몇 개의 터널을 지나고 몽탄으로 가는 길은 착잡했다. 언제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예술가들의 하루살이가 이제는 일상으로 느껴져야 할 터인데도 여전히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김호원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김호원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열여섯 번의 이사 끝에 겨우 마련한 작업실 한 쪽에 연못을 만들고 있었다. 작가는 “쉬엄쉬엄 머리를 비우며 하는 하루의 일과이고 해야 할 작업에 대한 구상을 연못의 완성과 함께 해가는 중이다.”고 말했다.

봄이 되면 물고기를 연못에 투하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연못의 가장자리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자며 웃었다.

그리움은 언제나 아버지로부터 시작되었다

세상에 대한 모든 것이 아버지로부터 연유했다. 작가의 작업 전반에 내재되어 있는 남도의 산하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유년시절의 시간적 공간을 관통해 재해석되어 형상화 되었다. 작가는 “보길도가 고향이다.

어린 나를 들여다보면 하늘과 바다, 별 그리고 들길의 무성한 숲, 아버지가 존재한다. 좀 더 자라 어른이 되면서 내게는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과 길, 드넓은 남도의 산하가 작업의 전부였고 이 작업의 대부분은 유년의 기억에 중첩되어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무의 실핏줄같이 형성된 나뭇가지들에서 영감을 얻었다. 서로 엉키고 늘어트리며 형상을 만들어내는데 익숙하다.

잔가지들은 우리의 서정적 역사적 인물들을 스스로 발굴하고 역산해 생산해내고 나무의 밑 둥 역시 굴곡지게 자라면서 시간을 기억한다.

작가는 “초기작은 나무의 형태를 인물과 접합한 것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동백나무 우거진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지팡이를 짚은 초로의 어른이 걷는다. 그가 걷는 길바닥에는 붉은 동백꽃이 선연하다. 어디를 향하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동백나무만큼의 초로가 걷고 있다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같이 자랐고, 나무와 아이는 나이테를 키우며 결국은 이제 초로가 되었다.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같이 가고 있는 자연과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키워 낸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유전된 인자를 활용하고 다잡아 화폭 안에서 그리움을 풀어냈다. 나무가 품고 있는 것이 어디 하늘과 자연뿐이랴.

첫눈- 김호원. 배뫼마_97×162.1cm_ Oil on Canvas_ 2018.
첫눈- 김호원. 배뫼마_97×162.1cm_ Oil on Canvas_ 2018.

그리움은 나무에서 사람으로 이어진다

유화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통념적 유화가 아니다. 수묵에 가깝다. 원하는 색의 물감을 올리고 건조되면 다시 물감을 올려 건조하기를 여러 번.

의도한대로 색이 오르고 완벽한 건조 후에 작가는 송곳보다 더 날 선 칼 날로 스크레치를 내며 작업을 완성해간다. 붓이 아닌 칼날을 사용해 선과 면으로 해내는 노동집약의 과정이다.

작가는 “서울에서 전시를 할 때마다 남도작가란 말을 자주 들었다. 당연하다. 태어나고 자랐으니 기억하고 있는 전부가 남도의 들판과 빛이었다.”며 “단순한 풍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억 속의 들판과 길, 바람들을 찾아내며 유년시절의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인물을 차용했다. 허리가 굽은 할머니, 들녘을 불태우던 사람들, 잠자리채를 들고 곤충채집을 가던 아이들 등이 바로 그것이다.”고 이야기 했다.

맞다. 작가의 작업 안에는 기억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유년시절의 작가자신이다. 작가는 “아버지는 특별한 존재였다. 처음 그림을 보여준 이도 아버지였고 물감과 스케치북이며 붓을 처음 사준 이도 아버지였다. 내 삶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아버지의 눈길과 둔탁했지만 부드러웠던 아버지의 손이 없었다면 현재의 나는 이루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다시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나뭇가지들이 만들어 낸 역사성에 입각한 사실적 조형을 넘고 그리움과 기억의 시간을 지나 작가만의 새로운 지평을 찾아 시도하는 중이다. 아버지의 손이 이끌고 작가는 기억의 시간을 더듬어오를 뿐이다.

**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11호(2019년 2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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