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대한 단상
김황흠
어둠에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찾아갈 수 있는 길을
가려하지 않기 때문
잃어버렸거나 잊어버린 것
바스락거리는 묵은 낙엽 부스러기
바람에 흩어지며 드러나는 산길
이 길은 고개 너머 먼 길로 닿아 있으리라
지금까지 걸어 온 무수한 걸음은 흔적도 없고
다만 길만이 홀로 남아
기다리는 것이다
살아있는 것들이 밟고 간
발자국이 모여 만들어진 길은
지워지지 않는다

** 김황흠 시인은 전남 장흥 출생 진흥고 졸업, 2008 『작가』신인상 2015 『숫눈』(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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