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의 끝은 어디까지

‘순. 진짜. 참기름’. 이렇게 선전하는 기름 장사의 참기름이 ‘진짜 가짜’다. “나는 당권에는 추호도 관심이 없다” “벼슬에는 추호도 욕심이 없다” ‘추호선생’ 의 말씀을 믿어주는 사람이 없다. 신용이 땅바닥이다.
 
‘한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있다. 일부를 잠시 속일 수는 있다. 그러나 모두를 속일 수는 없다.’ 많이 알려진 말이지만 며칠 전 표창원 교수(당선인)가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얼마 전 허리를 다쳐 입원한 친구를 찾았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손주 놈 책상 옳기다가’ ‘자네 몇 살인 줄 아나.’ ‘까짓것쯤이야 했지’ ‘자네 내일 모래 팔십이야’

인간은 과신 속에서 산다. 과신이 낭패를 부른다. 자신만의 낭패로 끝난다면 다행이지만 세상에 해악을 끼친다면 큰 문제다. 정치인의 과신은 나라를 망친다. 자기가 제일인 줄 안다.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 스스로 계산한 지지자를 모두 합쳐보니 지구의 인구보다도 더 많더란다.

▲ 김종인 더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25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광주인

대통령의 불통을 비판한다. 대통령은 모르는 모양이다. 자기 과신이다. 반신반인(半神半人)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 정도면 대책이 없다. 아니 하나 있다. 선거다. 이번 총선이 반신반인의 이성을 일깨워 주었을까. 아직 모른다.
 
친박·비박을 막론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확실히 세상이 변하긴 한 모양이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정치인들의 의식 수준이다. 새누리는 당을 어느 계파가 장악하느냐 심각한 투쟁이다. 더민주는 어떤가. 길은 뻔한데 삐뚤빼뚤 갈지자(之)걸음이다. 총선승리는 조롱이 됐다.
 
■ 낭떠러지에서 누굴 구해 줘?

 
‘결초보은’이란 말이 있다. 은혜를 갚는다는 말이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을 걸 구해줬으면 당연히 은혜를 갚아야 사람이라는 말이다. 누가 죽을 사람이었고 누가 누구를 구해 줬다는 말인가. 말을 한 사람은 김종인 대표다. 매달려 있던 사람은 누구인가. 문재인이다. 그러니까 떨어져 죽을 문재인을 김종인이 구해 줬는데 지금 딴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살려 준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 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생각이야 나름대로 할 수 있다. 김종인이 형편 어려운 ‘더민주’와 문재인을 위해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걸 모를 문재인도 아니고 때문에 할 도리를 다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마다 생각은 달라서 김종인은 문재인에게 배은망덕을 느낄 정도로 배신감이 심한 모양이다. 문제는 당권이다.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서 김종인이 당권에 생각이 없다고 사래질을 하지만 그걸 믿는 국민은 없다.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지만, 욕심이라면 김종인도 한가락 하는 분이다. 비례대표 5회 당선이라면 달인 수준의 처세지만 욕심이 없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더구나 셀프공천을 할 정도면 더 설명이 필요 없다.
 
김종인의 뒤에는 그를 보좌하는 머리 좋은 참모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들이 종교적·이념적 신념으로 뭉친 사람들도 아니고 뭔가 궁물이 있어야 하는데 김종인이 당권을 장악하고 혹시나 대선후보가 되면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누가 앞일을 알 수 있는가. 김종인이 대통령이 안 된다는 법도 없다.
 
■ 왜 순리가 소중한가
 
산에 오르는 길은 많지만 제대로 오르는 길은 하나다. 괜히 빠르게 오르겠다고 벼랑을 기어오른다거나 바위를 타다 자칫 산도 오르지 못하고 헬기 신세 질지 모른다. 순리가 정도다.
 
지금 김종인이 그리는 그림은 선명하다. 합의추대는 물 건너갔다. 경선한다고 출마할 체면이 아니다. 그러니 전당대회 연기하고 12월까지 자신이 대표로 현 체제를 유지하며 시간을 벌자는 것이다. 그동안 자신의 세력을 확대하고 당에서 자신이 대선후보가 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손해날 것 하나도 없다.
 
김종인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내노라 하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역시 김종인이다. 그러면 남은 문제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김종인의 생각을 알면서도 고분고분 따라갈 만큼 어리숙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우선 국민이 납득을 못한다. 질질 끌어서 골라낸 것이 김종인이냐. 더민주에 사람이 그렇게도 없느냐. 할 말이 없다. 전당대회는 순리대로 여는 것이 답이다. 누가 대표가 되든지 그것은 당원들이 선택한다.
 
호남이 ‘더민주’를 버린 것이 문재인 때문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 것인가. 김종인의 셀프공천이 알려지고 비례대표 선정과 광주 공천이 발표됐을 때 호남은 기겁했다. 도대체 멀쩡한 정신으로 저런 황당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비난이 쏟아지자 김종인은 집에 틀어박혀 당무를 거부했다. 기레기들이 찧고 까불었다. 문재인이 찾아가 사정했다. ‘너희들이 별 수 있느냐’ 김종인은 의기양양했을지 모르지만, 호남은 등을 돌렸다. 
 
국민의당은 호박을 넝쿨 채 건졌다. 문재인이 김홍걸과 함께한 충장로 4.8 사죄도 너무 늦었다. 김종인이 문재인의 호남방문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남에서 거부한 것은 문재인이 아닌 김종인이었다.
 
■ 곪은 상처는 짜 버려야
 
내일은 괜찮겠지. 조금만 더 기다리자. 이것이 바로 인간의 약점이고 ‘더민주’도 이런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러나 더 지체하면 안 된다. 뜻있는 당원들의 걱정이 점점 깊어간다.
 
김종인의 횡포는 점점 심해지고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기 말을 바로 법으로 착각하고 있다. 김종인의 판단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진단한다. 자기 말만이 옳고 남의 말은 전혀 듣지 않는다. 노욕이 저렇게 무서운지 소름이 끼친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를 유지해야 되는가. 언제고 반드시 터질 폭탄이다. 전당대회 연기 같은 시간 끌기는 해결책이 아니다. 빨리 터져야 한다.
 
보이지 않는가. 거대한 음모가 꿈틀거리고 있다. 음모의 실체가 모습을 그러낼 것이다. 터져야 한다. 터지면 어떻게 되는가. 어떻게든 정리가 된다. 당은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욕심은 버릴 수는 없지만, 순리를 따르면 어느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김종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누가 시비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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