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당 2J(재인과 종인)의 '암중모색'
"총선 결과 정권교체는 영남주도형으로"  

문재인과 김종인의 갈등이 언론의 화제꺼리가 되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에서 보면 호남의 참패는 매우 아프긴 하나 불완전하지만 전국정당의 모습으로 제1당이 된 것에 대해 서로 덕담을 주고 받으며 정권교체를 위해 당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언론에 노출되어야 할 것인데 그렇지 못한 모습이다.

복기해보면 문재인은 김종인을 구원투수로 불러들였고, 결과적으로 총선게임을 승리로 이끌었다. 문재인이 감독이었다. 그렇다면 이 판의 미래를 국민들에게 희망적으로 이끌 책임도 김종인보다는 문재인에게 있다 하겠다.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광주인

김종인의 다듬어지지 않는 메시지들이 여과없이 언론에 노출되고 있다. 불안 불안하다. 또한 ‘대권후보로서 담판능력이 없다’는 문재인에 대한 세간의 지적은 아픈 대목이다. 돌아보건데 호남의 전략적 파트너로 ‘박지원이냐?, 천정배냐?’라는 숙제에 직면하여 결국 문재인은 천정배를 택했지만 그간의 수차례 비공개만남을 통해 마지막에 돌아온 건 천정배의 안철수 행이었다.

그 뒤 문재인은 김종인을 컨셉트했고, 결과적으로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물론 ‘국민만큼 뛰어난 전략가는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한 선거이기도 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 8년 무능실정에 대한 대국민심판의 결과에 다들 놀란 총선이었다.

누가 더 큰 역할을 했는가를 논쟁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잘 해서 얻은 결과라기보다는 여당을 심판하는 선택지에 두 야당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지지자들을 끌어모으고 구도를 만들어 낸 ‘재인과 종인’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음도 인정한다.

주어진 과실이 중요한 것은 곧 있을 미래권력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의 방향성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기에 그렇다. 제1당을 점하고 있는 ‘더민주’에게 있어 여전히 모든 문제의 열쇠는 대권후보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당권경쟁이 불붙고 있다. 누가 좋을까?

문재인의 거론처럼 김종인이 ‘수권비전위장’을 맡아주고 당권경쟁은 당내의 경쟁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좋은 그림이긴 하나 김종인은 과거 박근혜 후보로부터 팽을 당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김종인은 자신이 단순한 책사가 아니라 정권교체를 위한 실질의 실력자로서 대표로 추대되기를 원해 보인다.

‘떴다방인줄 알았더니 기획부동산임을 자임하는’ 김종인이 당대표보다는 수권비전위장을 맡는 게 더 좋겠다는 문재인의 고뇌는 이해가 된다. 김종인의 예측할 수 없는 불안불안한 행보와 메시지에 당내의 당혹감이 증폭되고 있는 점도 그러하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광주인

그러나 당내 계파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김종인이 대표로 추대되는 것이 문재인에게 실이 될까? 득이 될까? 김종인의 당대표 배제를 전제로 한다면 당권경쟁은 급속도로 당내계파간의 갈등과 대립이 표면화할 것이다.

제1당이 되었는데 또 다시 지지부진한 옛 모습이 재현될 우려도 상존한다.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과 제1당을 만들어준 국민의 기대치는 어찌될 것인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추대가 아니면 당대표는 아예 염두에도 없다는 김종인의 욕심과 버티기는 그 고충 속에 우렁차게 존재하는 듯 하다.

더불어 한국정치판의 급속한 변화도 주목할만 하다. 과거에는 ‘호남주도형 정권교체’가 핵심이었다. 민주정부 10년 역시도 호남이 주도했다. 그러나 민주정부 10년과 이명박-박근혜 8년 통치를 통해 ‘호남 밖의 힘’이 커지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론 호남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정파의 쟁투는 치열했다. 세대간의 표심도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20~40대의 표심이 박근혜정권 심판의 정통에 자리하였다.

호남표심은 전략적 선택이 아니었다

그 흐름을 타고 특히 이번 제 20대 총선에서 ‘호남의 선택’은 더불어민주당을 제1당으로 만든 ‘국민의 선택’과는 다른 선택을 하였다. 어차피 호남이 또 다른 야당을 선택한 것이니까 이 역시 '전략적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호남이 진정 전략적이었다면 호남의 기득권에 안주하는 대표적인 몇몇 후보들은 배제시켰어야 진짜 전략적이지 않을까? 물론 두 야당의 지지율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호남이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수치의 결과로 말한다면 호남은 호남주도 정권교체를 안철수를 통해 하겠다는 표현을 한 것으로 해석해도 달리 할 말은 없어 보인다.

이번 호남의 선택을 두고 ‘호남의 세속화’란 표현도 있지만 언제까지 호남이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강제할 것인가? 이제 호남도 의무감이 아닌 자유로운 선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호남이 짊어진 ‘선도적이고 전략적’이란 부담감을 이젠 내려놓을 필요도 있어 보인다.

정말 주목되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호남주도형 정권교체’보다는 ‘영남주도형 정권교체’가 대세가 될 전망이다. 제20대 총선이 그걸 강력하게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향후 호남의 선택이 단순한 변수가 될 것이란 점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맨 오른쪽)와 김종인 더민주당 비대위 대표(맨 왼쪽). ⓒ더민주당 누리집 갈무리

호남이 만약 안철수를 택한다면 대권경쟁은 크게 3자구도로 진행될 것이고, 정권교체를 대하는 유권자의 태도가 과연 이번 총선처럼 나타날지는 두고 볼일이다. 보수표의 이탈이 이 번 총선처럼 3자구도 속에서도 야권이 승리하는 구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아직 설득력이 약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호남은 여전히 수도권의 호남출향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의 힘은 이제 ‘호남’보다는 ‘호남 밖의 힘’이 더 크게 작동될 가능성을 20대 총선이 보여준 것이기에 정권교체의 상수는 이제 ‘호남 밖의 힘’이고 그 힘의 주도력은 영남주도형이 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문재인과 김종인의 갈등이 언론의 주요이슈가 되고 있는 이마당에 국회권력의 변화, 야권지형의 재편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문제의 핵심은 제1당의 문재인이 쥐고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win-win이 될 것인지를 문재인이 쥐고 있다는 말이다.

결국 국민 앞에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는가에 따라 호남이 과연 문재인을 고립시킬 것인지, 안철수를 고립시킬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정권교체의 방향과 속도는 거기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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