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배지 단 종편 앵커

피터 유스티노프(Peter Ustinov 영국 극작가 겸 배우)가 연기한 로마 황제 ‘네로’는 한 손에 술잔을 들고 자신이 불 질러 타고 있는 로마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시를 읊는다. 영화의 장면이다. 미쳤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미친놈은 세상 도처에 있다.
 
식당에서 식사 중 옆에서 노성(老聲)이 터진다. ‘저놈들 미쳤군. 미쳤어’ 노성(怒聲)의 시선은 종편 TV를 향해 있었고 화면 속 앵커의 가슴에는 ‘세월호 배지’가 매달려 있었다.
 
종편에서 ‘세월호’는 금기어가 되어 있었고 많은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세월호 배지를 달고 나온 남녀 앵커를 보는 ‘어버이연합’ 류에는 미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세월호의 진실을 보여준다. 청와대는 기가 막힌다. 총선에서 ‘폭망’만 아니었다면 저런 방송이 가능하겠는가. 약삭빠르지만 좋다. SBS는 겁 안내도 좋다. 세상이 달라졌다. 미친놈들이 지랄 못 한다.

▲ 어버이연합 기자회견 모습. ⓒ팩트TV 영상 갈무리

외눈박이 세상에선 두눈박이가 비정상이다. 총선 기간 국민들은 많은 구경을 했다. 평소에는 근접하기도 힘든 높은 양반들이 맨바닥에 엎드려 용서를 빌며 큰절한다. 표 구걸이다. 그 꼴을 보면서 국민들은 감동은커녕 욕을 한다.
 
술을 어느 구멍으로 퍼먹었는지 당 대표를 죽여 버리라고 소리친 미친놈은 꼴에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고 나섰고 국민은 뽑아줬다. 정신병동 친구들이 보면 뭐라고 그럴까. ‘너나 나나 오십 보 백 보’다. 그렇게 봐서 그런지 청와대도 풀이 죽었다. 침묵이다.
 
■ 술과 매(투표)에는 장사가 없다
 
세월호 배지를 단 종편의 앵커 보고 미쳤다고 화를 낸 ‘어버이연합’ 류의 늙은이들은 나름대로 이유를 댈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2년인데 언제까지 세월호에 매달려 지지고 볶을 것이냐. 좋다. 어느 누가 세월호를 비극을 기억하고 싶어 할 것이냐.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는 죄 없는 어린 영혼들이 있다. 이들을 어떻게 잊으란 말이냐. 늙은이들은 손주 새끼들도 없단 말이냐. 이럴 때 쓰는 말이 ‘미쳤다’는 말이다. 일당 2만 원에 동원된 불쌍한 탈북노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 수상 아베는 ‘구마모토(熊本)’ 지진이 일어난 지 26분 만에 기자들 앞에 나타났다. 우리의 경우, 7시간의 행방은 차치하고라도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들을 발견하고 구조하기가 힘이 듭니까?” 참사 발생 8시간을 넘기고서야 나타난 대통령의 말이다.
 
총선 뒤에 달라지는 것들을 보면서 매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세월호 규탄집회에 경찰 차벽이 사라졌다. 물대포에 맞아 식물인간이 된 농민 백남기 씨가 떠오른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내 옆에 누가 있으랴. 안하무인이던 새누리 의원들의 모습에서 오만이 사라졌다.
 
MBC 노조가 파업한다니까 노동청 간부가 직접 노조에 나타난다. 전에는 없던 일이다. ‘그놈이 그놈이 아닌 다른 놈들이 많이 뽑혔으니까 그런 모양이다.’ 알아서 기는 것이다. 2030이 투표를 많이 해서 이렇게 됐다. 이래도 투표를 안 할 것이냐. 그러나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 대통령의 불통이다.
 
■ 범법자 세치 혀에 놀아나는 언론
 
언론은 과연 범법자의 세 치 혀에 놀아나고 있을까. 어버이연합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걸어 놓은 현수막을 보며 기자들은 기가 막힐 것이다. 놀아 난 기자들은 딱하게 됐다. 누구라도 말이야 자유스럽게 할 수 있다. 지금이 박정희·전두환 독재시대가 아니니까. 그러나 언론이 문제다. 무슨 소리를 해도 국민은 믿어주지를 않고 믿으면 미친놈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바로 기레기 언론에 있다. 변하지 않으면 언론도 죽는다. 모두 세월호 배지 달아야 한다.
 
울화가 치밀 언론도 있다. 우리는 안 그런데 조·중·동·종편 기레기들 때문에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다고 화를 낼 것이다. 옳은 얘기다. 기레기란 명예(?)를 지금은 아무 거부감 없이 받아드리는 요즘의 기자들이다.
 
그들은 말한다. 누군 기레기가 되고 싶어서 그러느냐. 미치겠다고 한다. 언론 장악하는 거 아주 간단하다고 언론사 사장을 하던 지인이 말했다. 다들 잘 알 것이다. 총선 후에 조금 달라진다. 속단인지는 모르지만, TV 화면이 달라지고 출연자의 표정이 달라지고 말이 달라졌다.

기레기들만이 아니라 출연하는 이른바 교수와 평론가라는 자들의 변화가 보인다. 잘 보면 아주 재미있다. 머릿속이 복잡할 것이다. 사라진 프로그램도 있고 사라진 얼굴도 있다. 한국의 언론자유는 노무현 정부시절 31위에서 지금 70위로 떨어졌다.

▲ 26일 열린 청와대 초청 45개 중앙언론사 편집. 보도국장 오찬간담회.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여론조사는 총선 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9%라고 했다. 20%대에 진입하면 레임덕이라고 한다. 그런가. 그렇다. 친박·비박을 막론하고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세상이 변했음을 실감하게 만들고 착하디착한 한국인 정서로는 박근혜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세월호 배지를 달고 나타난 종편 앵커를 보고 ‘미쳤다’고 분노하는 어버이연합 류의 늙은이도 같은 생각이 분명하다. 하긴 2만 원 받는 알바 탈북 늙은이들은 가엾다.
 
투표의 위력을 실감하는가. 좋은 일이다. ‘더민주’ 나 ‘국민의당’이 지들 잘나서 표 얻었다고 생각하면 이 역시 ‘미친’ 수준이다. ‘더민주’ 안에 합의추대를 바라는 인간이나 동조하는 인간, ‘호남을 먹었다’는 류의 오만이나 정신줄 놓은 것은 오십 보 백보다. 박지원이 휘저어 놓을 ‘국민의당’과 ‘더민주’ 합의추대파가 벌일 전쟁도 구경거리다.
 
정청래가 막말한다고 여전히 시비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정청래의 막말은 양반 중의 양반이다. 셀프공천이나 셀프비례 꽂아 넣기 같은 쌍놈의 짓이 어디 있는가. 이런 이중인격자들을 미친놈이라 한다면 국민이 박수를 칠 것이다.
 
이제 분명한 것을 국민은 보았다. 투표를 제대로 하면 세상은 바뀌고 원하는 정권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총선의 결과로서 나타났는데 이걸 모르거나 부인하면 미친놈 소리 듣는다. 미치지 않은 국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을 것이다. 국민 눈에는 미친놈이 분명히 보인다. 세상은 변했고 계속해서 변할 것이다. 총선의 교훈은 미친놈을 쫓아내는 능력을 국민이 가졌다는 것이다.
 
또랑물은 삽질로 물길을 바꿀 수 있지만, 강물은 불가능하다. 지금 정권교체의 강물이 도도히 흐른다. 맨바닥에 엎드려 용서를 빌어도 소용없다.
 
딴생각 말고 죄를 짓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민을 위해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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