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사관 앞 분신 독립운동가 후손 최현열선생 시민사회대책 기자회견문 [전문]

식민지배 반성 없는 아베정권이 항일독립운동 후손의 항거 불렀다!

일제의 폭압과 사슬에서 벗어난 지 어언 70주년을 맞았지만,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일제에 빼앗긴 피해자들의 인권이 얼마나 회복되었으며, 피로서 되찾은 광복의 기쁨은 진정 누구한테 돌아갔는가를 생각할 때 더욱 무거운 심정이다.

지난 12일 우리는 반성 없는 아베정권의 몰염치를 지켜보다 못해, 항일독립운동가 후손 최현열 선생이 끝내 자신의 몸을 불을 붙여 각성을 촉구하는 상황을 가슴 아프게 지켜봐야 했다.

알려진 것과 같이, 최현열 선생은 일제의 폭압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겪은 분이다. 특히 부친(최병수)은 1932년 6월, 조선 독립 쟁취를 목적으로 한 전남 ‘영암 영보 농민 독립만세 시위 사건’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치안유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1년 형량까지 선고 받아 고초까지 겪어야했다.

최현열 선생 역시 항일독립지사였던 선친의 기개와 혼을 그대로 이어 온 분이었다. ‘근로정신대’로 동원된 피해 할머니들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에서는 재판 때마다 법정을 찾아 힘을 보탰으며, 정작 본인은 노령연금과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얻은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처지에서도 직접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실 문을 두드려, 젊은 사람 하는 일에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며 후원회원을 자원한 분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투쟁 소식을 듣고는 천리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광주에 살면서도 수차례 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달려왔으며, 그 곳에서 할머니들과 함께 비바람을 맞고, 할머니들과 함께 목소리도 높였던 분이다.

우리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이것이다. 누가 과연 이처럼 각별한 역사의식으로 한 평생을 살아 온 항일독립운동가의 후손을, 결국 ‘분신’이라는 극히 예외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내 몰았는가 하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일본정부는 과거 침략전쟁과 식민 지배를 통해 조선을 비롯한 동아시아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남겨놓고도 아직까지 그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침략의 역사마저 분칠해 역사세탁을 시도하려고 있다. 상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다 들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마지막 외침마저 귀 막고, 눈을 감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아베총리는 아예 역사적 진실마저 다른 색깔로 분칠하려 하고 있다. 정한론의 발상지인 ‘쇼카손주쿠’, ‘군함도’ 등 일제 강제 징용 현장을 끝내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는가 하면, 평화헌법을 개정해 대 놓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몰아가고 있다.

부끄러운 것은 우리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은 “일본에 위안부 문제 사과를 계속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는데, 도대체 제 정신을 가진 국민이라면 있을 수 있는 말인가. 오직했으면 한 생을 ‘나라사랑’ 밖에 모르는 최현열 선생이 “더는 참을 수 없었다”고 했겠는가.

강조하지만 박근령씨의 발언은 독립을 되찾고자 일제의 폭압에 분연히 맞선 독립운동 선열을 모독하는 것이자 일제의 학정을 뼈저리게 겪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자존감마저 깎아 버리는 묵과할 수 없는 망언이다. 특히 박근령씨의 망언에 크게 상심한 것이 극단적 선택을 결행하게 된 한 배경이었다는 점에서 박근령씨는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를 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 역시 어정쩡한 태도를 버리고 일제 피해자 문제 해결에 대해 보다 분명한 의지를 밝혀라. 특히 박정희대통령은 일제 피해자들이 오랫동안 일본정부와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정당한 권리행사마저 할 수 없도록 족쇄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은 막중하다.

최근 미쓰비시머트리얼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강제노역 현장에 동원된 미군 포로들에게 사죄하고, 중국 피해자들한테는 배상금 지불 의사까지 밝히면서도, 같은 시기, 같은 현장에 끌려간 한국인 피해자들은 아예 거들떠보려고도 하지 않는데, 사죄를 하더라도 상대를 골라가며 제 멋대로 하겠다는 미쓰비시의 오만한 태도 역시 우리정부의 어정쩡한 입장이 자초한 것이다.

문제는 삼권분립의 법치국가인 대한민국 정부가 대놓고 법원 판결마저도 무시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한 거듭된 사법부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존 입장을 바꾸고 있지 않다.

생각해 보자. 한국정부도 이미 끝난 문제라며 법원 판결을 엉뚱한 판결로 취급하고 있는 마당에, 어느 기업이 나서서 사죄하고 머리를 숙이겠는가! 단언컨대, 국적에 따라 피 값도 달라지는 오늘의 이 치욕과 수모는 한국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끝으로 독립유공자들의 자손이 거리를 헤매고 있을 때 일제에 빌붙었던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은 각 분야에서 대대로 득세하고 있는 현실에 개탄했던 것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무거운 경종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최현열 선생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우리사회에 호소했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한편, 반역의 역사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도록 역사청산 과제에 책임 있게 나설 것임을 이 자리를 통해 밝히고자 한다. 아울러 역사정의를 바로세우는 민족적 과제에 살아서 함께 투쟁할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우리의 요구>
-아베총리는 일제 식민지배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역사왜곡과 군국주의 시도를 즉각 중지하라!

-박근령을 포함한 친일 부역세력들은 경거망동을 즉각 중단하라!

-박근혜정권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해결의지와 일본의 재무장화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혀라!

-최현열 선생의 분신 사건을 보며 우리는 일제하 피해자들의 문제해결에 대한 절박성을 인식했으며,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역사청산과 동북아평화에 힘을 모을 것을 호소한다.

2015년 8월 14일

일본대사관 앞 분신 독립운동가 후손 최현열선생 시민사회 공동대책 준비모임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민족문제연구소,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대학생동아리 평화나비,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 부정선거진상규명시민모임, TV대한 미디어마당,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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