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시민모임, 2014년 4월부터 후원
부친은 영암 독립만세 시위 전개한 최병수씨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 참석했다가 분신한 최현열(81)씨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회원으로 부친이 항일독립운동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최씨는 2013년 5월 처음으로 시민모임 사무실을 방문해 활동을 격려한 뒤 2014년 4월부터 후원회원으로 활동했다. 

▲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도중 분신을 시도한 최현열씨가 분신 시도 후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최씨는 전남 영암 출신으로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벌인 고 최병수씨의 아들로 확인됐다. ⓒ민중의소리

광주 서구 풍암동에 사는 최씨는 주민센터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며 한 달에 받는 15만원 중 5000원에서 1만원 가량을 시민모임을 위해 후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언론을 통해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소식을 접하고 사무실을 찾았으며 피해 할머니들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 배상 소송 재판이 있을 때마다 여러 차례 법정을 찾아 재판을 지켜보고 할머니들을 격려했다.

최씨의 부친은 1932년 6월 조선 독립을 위한 ‘영암 영보 농민 독립만세 시위’에 참여하는 등 항일독립운동을 해온 최병수씨로 알려졌다. 부친은 당시 치안유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1년형을 선고받았으나 독립유공자 추서는 되지 않았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최씨는 평소 점잖고 조용한 분으로 국권회복과 민족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하신 아버지에 대한 자긍심이 컸다”고 기억했다.

또 “아버지의 독립운동 관련 사료를 많이 갖고 있었고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까워 하셨다”고 말했다.
 
시민모임은 “역사적 진실마저 부정하는 아베정부의 역사왜곡에 항거하기 위해 분신이라는 극한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이날 낮 12시50분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시위 도중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불이 나자 주위에 있던 시위 참가자들이 플래카드, 담요, 소화기 등으로 진화에 나섰고 최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최씨는 얼굴, 가슴 등에 3도 화상을 입어 의식이 없으며 위독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총 3장 분량의 유서에 ‘이기주의 때문에 이해관계로 날만 새면 싸움질이나 하고 남이야 어찌됐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썩어문드러진 세상’, ‘내 목숨보다 조국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내용 등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죽음은 삶을 의미한다’며 ‘조국을 위해 불타는 마음 불나비처럼 뛰어들어 대한민국 재단에 바치고 역사의 향기가 풍기는 나의 조국을 껴안고 후회 없는 나의 길 나라 살리는 길을 내 발로 걸어가기를 결심했으니 내 뜻을 깊이 이해하고 편안한 마음로 보내달라’는 글을 남겼다.

슬하에 2남2녀를 둔 최씨는 자식들에게는 ‘단 하나 염려되는 것은 나의 이 행동이 가족들의 앞날을 가로막는 일이 되지나 않을까 싶어 밥도 물도 잘 넘어가지 않고 잠도 잘 안온다’며 ‘장부의 결심을 바꿀 수는 없고 현명한 대한민국 국민은 너희들을 잘 지켜주리라 믿고 너희들 곁을 떠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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