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사라진 세상

어른이 사라졌다. 애들이 무슨 짓을 해도 어른은 할 말이 없게 됐다. 길에서 애들(청소년)이 좀 아니다 싶으면 타이르기도 하고 심하면 야단도 쳤다. 이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내 버려두세요. 어른 말 들으면 다 죽어요.” 이런다면 뭐라고 할 수가 있는가.

선실 안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 짧은 생을 마감한 애들 생각을 하면 미칠 것 같다. 가족이 아닌데도 이런데 직접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 마음이야 오죽하랴.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에서는 무서워서 못 살겠다며 이민 가겠다는 국민에게 뭐라고 대답을 할 수 있는지 대답 좀 들어보고 싶다. 할 말이 없다. 어른들이 너희들을 다 죽였구나. 울 자격도 없다.

투명해라. 숨기면 큰 일 난다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선다면
아 아 이슬같이 죽겠노라’

▲ ⓒ민중의소리 갈무리

조국이란 이런 것이라고 남재준 국정원장이 애창하는 군가라고 한다. 당연하다. 정상적인 나라에서라면 말이다. 허나 지금 우리 청소년들에게 물어 본다면 뭐라고 할 것인지 답답하다. 아마 ‘어른들이나 많이 죽으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까. 자기 또래의 친구들이 어른들이 ‘선실에 가만히 있으라’는 말 한마디를 믿다가 죽었다. ‘내 친구들 살려내세요.’

이 불신천국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목숨이 몇 개쯤 된다면 어른의 잘못으로 죽었어도 남은 목숨으로 앞으로는 잘 살아보자고 하겠지만 한 번 죽으면 그만인 천금 같은 목숨이다. 이를 어쩐단 말인가.

온통 의혹투성이다. 구조에도 짬짜미가 있어 늦어진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혹이 무성하다. 1초가 급한 황금같은 시간에 준비완료 대기 중인 알파 다이빙벨의 구조활동을 왜 불허했는가. ‘언딘’은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사재를 들여 구조현장에 가져 왔지만 해경에 의해 투입 거부된 다이빙벨 대신에 23일 밤 한국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에 있는 실습용 ‘다이빙벨’을 급히 빌려왔다. 시간만 잡아먹었다. 왜 이 짓을 했는지 밝혀내야 한다.

‘청해진’과 계약을 맺은 ‘언딘’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경각에 달린 목숨들은 나 몰라라 팽개치고 시간만 잡아먹었단 말인가. 한 점 숨김없이 밝히지 않으면 절대로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언딘’은 구조 전문업체가 아니라 인양전문 업체다.

해수부 장관과 해경청장이 생중계 팩트TV에 나와 말을 못한다. 그 꼴을 보면서 국민들이 정부를 믿을 수 있는가. 이번 참극은 거대한 부정덩어리다. 어디를 찔러도 썩은 고름이 철철 쏟아진다. 하필이면 그 고름통 속에 우리 애들이 빠졌단 말이냐. 너무나 원통하고 절통하다.

어른들이 너무 뻔뻔했다. 정치지도자들의 뻔뻔함은 극에 달했다.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말이 없다. 혹시 지들 팔자가 그런 걸 어쩌란 말이냐고 죽은 애들 팔자 탓으로 돌리지는 않을까 겁이 난다. 시키는대로 말 잘 들었다가 죽었다. 무슨 할 말이 있는가. 아무리 빌어도 죄를 벗을 수가 없구나.

거짓말이라도 책임지겠다는 말 좀 해라.

▲ ⓒ민중의소리 갈무리

어느 사회든지 정신 줄 놓고 사는 인간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명함에다 장관이다 국회의원이다 대변인이다 출마자다 명함 박아가지고 다니는 정치지도자란 인간들이 사람 같잖은 소리를 지껄일 때 국민들은 오장이 뒤집힌다. 거기 한 술 더 떠서 ‘여론악화무마’ 대책이나 하달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부상자들을 치료할 자리에 앉아 라면 먹는 장관이나 달걀도 안 넣은 라면 좀 먹는걸 뭘 그러느냐고 두둔하는 청와대 대변인이나 실종자 가족들 앞에서 사색이 되어 꿀먹은 벙어리가 된 해수부 장관과 해경청장, ‘안보실’은 재난사령탑이 아니라는 청와대 안보보좌관은 국민들 속 뒤집어 놓는 달인들이다. 어쩌면 그렇게 고르고 골라서 앉혀 놨단 말인가.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돌을 던져도 따귀를 때려도 맞아라.

‘아버지 이민가요. 이렇게 미운 나라에 어떻게 살아요. 살기 싫어요.’

동생을 잃은 여학생의 절규다. 어찌 이 여학생뿐이랴. 세월호 참극을 처음부터 지켜보며 국민들의 공통적 생각은 과연 이 나라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 해경과 해수부 청해진 선박 회사와 선박협회 등 어느 것 하나 의혹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 ⓒ민중의소리 갈무리

한 마디로 부정의 온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민들이 이제 국가는 물론 누구 말도 믿지 않게 됐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이 자기들 말을 들을지 걱정이라는 어느 선생님의 말이 남의 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절망과 통곡의 끝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국민들은 감정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이다. 공직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갈팡질팡이다. 국민들의 시선이 두렵다.

이해한다. 알고 있다. 그러나 돌을 던지면 맞아야 한다. 고함치면 들어야 한다. 언론도 국민에게 매도당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괜히 국민들이 언론을 미워하지 않는다. 냉정하게 생각해 봐라. 칭찬받게 생겼는가.

언론은 사실을 있는 대로 보도해야 국민이 믿는다. 거짓말 보도를 하면 국민은 더욱 혼란에 빠지고 불신은 증폭되어 것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오죽하면 실종자 가족들이 카메라를 집어 던졌겠느냐.

열악한 조건 속에서 사실보도를 하고 있는 인터넷언론사도 죄를 함께 뒤집어쓰고 카메라가 깨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어느 분이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고가의 중계카메라를 기증했다. 이 언론사는 해수부장관과 해경청장의 담판 때도 실종자 가족들에 의해 유일하게 생중계 방송사로 선정됐다. 기고만장하는 거대언론사들이 얼마나 창피한 일이냐.

국민이 납득해야 치유가 된다.

바다에서 통곡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절망의 대한민국이란 탄식이 들린다고 한다. 절대로 어른들 말은 듣지 말라고 한다. 이게 어떻게 사람이 사는 세상이냐. 공직자들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래도 무릎 꿇고 엎드려야 한다. 왜냐하면 당신들의 존재이유는 바로 국민이 있기 때문이다.

▲ ⓒ민중의소리 갈무리

멀쩡한 사람 간첩 만드는 재주도 있는 국정원이 바다 속 시체는 못 찾아내느냐는 비아양이 야속한가. 물론 억지다. 그렇지만 오죽 울화가 치밀면 저런 억지소리가 나오는가. 진도 앞바다 바닷물을 다 퍼내더라도 내 자식 찾아내라는 실종 가족들의 절규다. 지나치다고 생각하는가.

대통령은 아랫사람들만 야단친다. 이 나라 최고책임자다. 왜 대통령에게 그 많은 권한과 예우를 하는가. 대통령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선박을 이끄는 선장이기 때문이다. 선박에 사고가 생기면 선장이 책임을 지듯이 나라에 문제가 생기면 대통령이 책임을 지는 것이다. 어떤가 지금 대통령의 모습이 책임을 지는 모습인가.

현재 망망대해에 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선박은 난파직전에 있다. 불신이 꽉 차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난파가 되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왜 실종자 가족들이 청와대로 가자고 절규를 하는가. 경찰로 철벽 저지를 할 것이 아니라 만나야 한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장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의 모습에서 책임을 느끼는 모습조차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라의 기둥이 내려앉는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가.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다고 자만하는가. 대통령은 결단해야 한다. 책임을 지도록 모두 사표를 받아야 한다. 야당의 공격이 두려우면 대통령은 야당대표를 만나 협조를 호소해야 한다. 대통령이 TV생방송에 나와 눈물로 호소해야 한다. 세월호 침몰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원망을 풀어주고 힘을 모으는데 앞장 서야 한다. 국민이 낸 피 같은 세금으로 월급 받아먹는 공무원들. 기레기라고 불리는 기자들. 당연히 욕먹어야 한다. 고개 푹 숙이고 돌을 맞아라. 그것이 재생의 기회다.

6월4일은 선거다. 모두 그 놈이 그 놈이라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나은 놈이 있다. 조금 나은 놈 뽑는 것이 선거다. 국민 모두가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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