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도 ‘기레기’도 더 이상 용서 못 해

천재나 인재나 갑자기 닥치는 순간에는 용빼는 재주가 없다. 그래도 재난의 순간이 지나면 바로 비상대책을 세우고 총력을 다 해 재난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재난으로 침몰해 간다. 국란이다. 이보다 더 한 국란이 어디 있는가. 국가와 국민 모두가 일치단결해서 침몰하는 대한민국 호를 구해 내야 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실종자 가족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도 정신 나간 인간들이 국민들을 울리고 있다. 실종자 가족을 모독하는 새누리 한기호, 권은희 의원, 특별석에 앉아 라면이나 먹는 교육부 장관 서남수, 이를 두둔하는 청와대 대변인 민경욱.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 찍겠다는 안행부 감사관, 고급 펜션에서 잠자는 총리나 장관들의 간과 쓸개는 확인할 길 없지만 불타는 국민들 가슴에 끝도 없이 기름을 붓는다. 더군다나 제2의 5·18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만원은 인간인가 짐승인가

▲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8일째인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단원고 희생자들의 임시합동분향소에서 학생들이 헌화하며 세월호 침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갈무리

▲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9일째인 24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구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단원고 희생자들의 임시합동분향소 입구 벽면에 시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쓴 편지와 근조 리본들이 붙어 있다. ⓒ민중의소리 갈무리

대통령 출마를 했고 서울시장 출마를 한다는 정몽준의 아들은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이고 전 국민을 미개인으로 취급했다. 자식교육 잘못 시켰다고 사죄하는 정몽준을 보니 그래도 알기는 아는 모양이다. 집안이 안 돼 먹었다.

가슴에다 국회의원 이름 달고 마라톤 뛰는 야당의원은 뭔가. 술잔 들고 건배하는 세종시장 출마자나 교육감 출마자의 오장은 어떻게 새겼는지 해부라도 해 보고 싶은 게 국민의 마음이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국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무슨 변명이 그렇게도 많은가. 무슨 지시사항이 그렇게도 많단 말인가. 한 마디만 족하다. ‘내가 정치를 잘못해서 그렇다. 모두 내 책임이다. 다 함께 재난부터 극복하자.’ 대통령이 눈물을 보이면 어떤가. 돌처럼 굳은 얼굴로 서슬 퍼런 잔소리를 아무리 늘어놔도 소용이 없다. 감동이 없는데 누가 움직이는가. 면피에만 급급한 공직사회를 국민은 용서 못한다.

지금 국민들은 근본적으로 박근혜 정권이 이 나라를 이끌어 갈 능력과 자세가 되어 있는지 걱정한다. 세월호의 비극을 일개 해양사고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나라의 기둥을 뿌리 채 흔들어 놓은 세월호 침몰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한다. 사고가 발생 후 지금까지를 돌이켜 보면 과연 이 정권의 위기대처 능력은 있기나 한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왕좌왕 허둥대고 입에서 나오고 생각나는 대로 발표하고 취소하고 숨기고 책임전가하고 믿어주고 싶어도 믿을 수가 없다. 얼마나 참담한 정권이고 불쌍한 국민인가.

국민은 나라를 믿고 산다.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은 심판자가 아니라 책임자다. 왜 온 국민이 대통령 한 사람을 뽑는가. 그가 책임을 지고 나라를 잘 이끌어 가고 국민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비원이 담은 것이다.

국정원, 또 움직이는가

끔찍하다. 보도를 보면서 귀를 의심했다. 해양관련 강의를 하는 교수들이 일제히 방송출연을 사양했다고 한다. 갑자기 방송공포증에라도 걸렸단 말인가.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괜히 나가서 이런저런 소리 해가지고 정부 입장 난처하게 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교수들이 겁이 난 것이다. 제자들 얼굴을 어떻게 보는가.

보이지 않는 손은 어떤 손인가.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은 답답한 사람이다. 그런 짓 하지 마라. 교수들이 방송에 나와 말 하지 않아도 알만한 국민들은 다 안다. 무슨 증거가 있느냐 증거를 대라 하면 어리석은 짓이다. 그런 짓 당장 그만둬야 한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하는 사후대책에 화가 나 있는 국민들에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국민들이 맘 놓고 욕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욕이라도 하면 화가 좀 풀린다.

교수들도 그렇다. 무슨 약점이 그렇게 많이 잡혀 있기에 보이지 않는 손에 목이 졸려 말도 못한단 말인가. 제자들 보기가 부끄럽지도 않은가. 그게 편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두고두고 후회가 되고 인생에서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 지난 16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고교생 등이 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가운데 19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세 해경 관계자가 브리핑을 실종자 가족들과 취재진들이 듣고 있다.ⓒ민중의소리 갈무리

간절한 부탁이다. 이제 기자들이라도 국민을 위로해 주자. 위로하는 방법은 진실보도와 공정보도다. 오죽하면 ‘기레기’(기자 쓰레기)라는 영예를 얻었겠는가. 신뢰상실로 뿌리 채 흔들리는 정권과 운명을 함께 할 생각이 아니라면 이제 언론도 각성을 해야 한다. 이미 깨어있는 지식인들은 어디 가서 ‘기레기’들이 쓴 기사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기자로서 얼마나 미칠 노릇인지 잘 알 것이다.

한데 묶어서 ‘기레기’라고 매도되는 게 억울한 기자들이 많은 거 잘 안다.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노력하다가 해직이 되고 심지어 감옥까지 간 기자들이 있다. 뉴스타파를 비롯해서 팩트TV와 고발뉴스, 국민방송 등이 대표적인 매체다. 이들을 통해 국민들은 그나마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다. 국민들의 격려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정보도를 위해 노력을 한다면 얼마든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종편을 대표적인 왜곡언론이라고 국민들이 여긴다. 그러나 JTBC 뉴스의 경우를 보면 다른 종편과는 달리 공정보도들 한다는 시청자들의 평가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JTBC 뉴스담당 사장은 손석희 앵커다. 그가 MBC라디오의 ‘시선집중’을 떠나 JTBC로 옮겼을 때 국민들은 ‘손석희 너까지’라면서 장탄식을 했다. 그러나 손석희는 묵묵히 공정방송의 길을 걸었다. 만족하지는 못하더라도 줏대와 사명감으로 방송의 임무를 다 하면 공정방송이 절대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실증했다.

▲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2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가족대책본부에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과 대화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늦어지는 구조작업과 신원확인소에 머물고 있는 시신 인양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당국자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실종 가족 대표단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을 에워싸고 "당신 자식들이면 저렇게 놔두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민중의소리 갈무리

손석희의 공정방송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방통위는 사사건건 손석희를 물고 늘어진다. 밥 먹듯 징계를 들먹인다. 손석희는 끄떡없을 것이다. 분명히 경고한다. 손석희 건드려서 이 볼 거 하나도 없다. 기자들도 손석희에게 배워라. 비록 박해를 받더라도 얼마나 보람이 있는 일인가. 후손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바로 그것이다. 작심을 하고 덤벼들면 안 될 것이 없다. 물론 힘들 것이다. 그러나 노태우 정권시절 언론민주화 투쟁이 벌어졌을 때 일치단결한 기자들의 투쟁으로 언론민주화는 쟁취됐다. MBC와 KBS는 신뢰받는 언론으로 자리 잡고 이제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보라.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언론은 ‘걸레’가 되고 기자는 ‘기레가’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중에서도 JTBC의 보도는 살아 있다는 평가다. 결국 사람이 결심을 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뜨겁게 받아드려야 할 교훈이 아닌가.

국민 앞에서 거짓말 하지 말라

지금 국민들은 자신이 깊은 바닷물 속으로 침몰해 사망한 심정이다. 눈앞에 서 수 백 명 생명이 수장되는 것을 빤히 보면서 속수무책 가슴만 쥐어뜯는 국민들의 절망감은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무력한지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는 다르다.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최선을 다 했다고 뻔뻔하게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사고가 생긴 순간부터 지금까지를 되돌아보면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저런 정부를 믿고 어떻게 국민이 살아 갈 수 있단 말인가. 겁이 나서도 살 수가 없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많이 발생했고 정부가 질타도 많이 받았지만 이번 세월호 침몰같은 무능의 극치는 보지 못했다. 그래서 살인이라고까지 극언을 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구명복을 입은 채 선실에서 숨진 아이들은 선실에서 가만히 기다리라는 말만 듣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게 살인이 아니고 무엇이 살인인가.

▲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8일째인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단원고 희생자들의 임시합동분향소에서 헌화를 마친 아이가 오열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갈무리

자원봉사 잠수부들에게는 구조 활동에 제한을 하고 계약을 맺은 특정업체만 참여토록 한다는 소문은 급기야 자원봉사 잠수부들이 철수를 결의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게 얼마나 야만적인가. 바다 해(海)자도 모르는 경찰이 해경청장으로 부임하고 이런 저런 연결고리로 손잡은 이들은 사고수습은 나중이고 우선 책임부터 면하고 보자는 이기집단이라는 오해를 면하기가 힘들다.

대통령도 참담할 것이다. 그 심정을 왜 모르랴. 그러나 대통령은 전쟁터에 지휘관이 아니다. 전쟁은 작전전문가의 몫이다. 물론 급한 마음이었겠지만 대통령의 ‘특공대라도 투입하라’는 한 마디는 과연 적절했는가. 대통령의 한 마디는 ‘최선을 다하라’로 충분하다.

박근헤 정권 출범 후 최대 위기라고 한다. 위기라고 억지 부리면 안 된다. 어려운 때일수록 순리를 찾아야 한다. 지금 국민들의 마음이 어떤지 알아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실종자 가족들이 청와대로 가자고 나섰겠는가. 정권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난 떠난다. 난 대한민국 국민 아니다” 실종자 가족의 절규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