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天災)는 없다. 인재(人災)가 있을 뿐.

천재(天災)라는 발표가 있었으면 했다. 천재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땅을 칠 인재(人災)였다. 설마 무슨 일이 있으랴는 무사 안일한 생각이 빚어 낸 인재로 망연자실 넋을 잃는다.

비극의 전말을 설명할 기운도 없고 필요도 없다. 온 국민이 알고 하늘도 알고 땅도 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필이면 왜 내 자식이고 내 남편이고 내 형제냐는 운명을 한탄할 수 있지만 인간이 저지른 잘못으로 아무 죄도 없는 생명이 생을 마감했으니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가 없다.

살아 있는 어느 생명이 귀하지 않으랴만 이제 열일곱 살, 피지도 못한 꽃같은 학생들을 생각하면 미칠 것 같다. 허공에 대고 욕이라도 해야 속이 좀 풀릴 것인가. 유족들의 분노가 하늘에 치솟는다. 국무총리에게 물병을 던져 분이 풀린다면 수백 개의 물병인들 던질 수가 없으랴.

원인이 밝혀질수록 인간으로서 차마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수백 명의 생명을 실어 나르는 거대한 선박이 저 정도로 허술한 안전장태였다면 여지껏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기적이 아닌가.

배는 가라앉는데 ‘선실에 그냥 있어라’ 방송하던 선장과 선원들은 제일 먼저 살 길을 찾아 도망을 쳤다. 아무리 내 생명이 귀하다 하더라고 어느 누가 욕을 하지 않을 수가 있는가. 재난이란 언제고 올 수가 있다. 그러기에 예방이란 늘 필요한 것이고 사고가 났다 해도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진도여객선 사고는 안전을 위해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고 한다. 도대체 건조된 지 20년이 된 7천 톤 가까운 선박을 점검하는데 불과 몇 십 분이라니 구경만 하면 점검인가. 세월호 구명뗏목 46개 중 겨우 2개만 작동했다고 한다. 출항 전 안전검사를 선주들 단체인 해운조합이 하고 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선원연수비는 한해 고작 ‘54만원’,이다. 안전교육 불가능이다. 

제발 눈도장 장난들 하지 말라.

국무총리가 현장에 나타나 물병 세례를 받았다. 총리가 사고를 지시 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책임이란 무엇인가. 대통령이 현장에 나타났다. 눈도장 찍기에 눈이 시뻘겋다. 경기도지사 출마했다는 남경필이 대통령이 왔다고 마이크 잡았다가 성난 조난가족에게 빼앗겼다. 대구시장 출마한다는 이재만이란 인간은 메일로 출마메시지를 보냈다.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의 마음인들 오죽이나 아플 것인가. 현장에라도 가고 싶어 달려 왔을 것이다. 그러나 유족들은 대통령 경호 때문에 교통통제해서 구조장비 오는데 지장있다며 아우성이다. 이것은 감안했는가. 대통령 측근들은 이런 것을 다 생각해야 한다.

부모의 생사는 불명인 채 목포 병원에 있다든 6살 권지영이는 왜 진도에 나타나 대통령 앞에 앉아 있는가. 이건 어느 인간의 아이디어인가. 왜 이런 짓으로 비난을 자초하는가. 이건 충성도 아니고 가족들을 위로하는 것도 아니다. 그 그림이 대통령을 위해 그렇게 좋을 것 같은가.

MBC는 보상금이 얼마냐를 따지고 있다. 사람이냐. 변희재라는 인간은 추모문화제를 연다고 선전이다. 사람 탈을 썼으면 사람 노릇을 해야 한다.

부모가 죽었어도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이 정치꾼들이라고 하지만 현장에 몰려든 정치꾼들이 아직 다리 부러졌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 그렇게 마음이 아프면 작업복 입고 조난가족들을 위해 식사라도 날라야 한다. 할 일이 두 눈 멀쩡하게 뜨고 사고 현장에서 얼찐거리며 사진 찍고 방송에 얼굴 비치는 것인가.

책임은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일본에서 배를 들여와 선미 부분을 증축했다는 주장이 있다. 처음부터 배가 좌우로 흔들렸다는 주장도 있다.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두들 잘 알 것이다. 어떤 사고가 나도 시간만 때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같은 사고를 자꾸 부른다.

정권은 정치적 계산을 하지 말라. 이번 조난 비극으로 남재준 사퇴요구가 잠들 것이라는 벼락 맞을 생각을 하는 인간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생각 하면 안 된다. 대통령도 현장에서 책임을 강조했다. 책임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얼마나 가슴 아픈 사연들이 들어 날 것인가. 너무 두렵다. 비극을 당한 본인과 가족들에게 무슨 위로의 말을 한들 소용이 있으랴. 살아 있는 자들이 아무리 땅을 쳐도 떠난 그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위로의 말 뿐이다.

“기운 내십시오. 어떻게 합니까.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눈물로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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