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뒤에 보이는 독재의 망령

인간이 가진 기막힌 재주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망각’이란 재주는 편리하기도 하고 가슴 칠 통탄할 재주이기도 하다. 인간의 망각 병. 그 얘기를 한번 해 보자.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얘기다.

우리 국민은 독재라면 머리를 흔든다.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 전두환 독재, 그리고 지금 이명박 정권을 독재정권이라 부르는 국민도 있고 아니라는 국민도 있지만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데 아니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12월 19일에 대통령 선거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하다. 이명박 정권이 마구 휘저어 놓은 비정상적인 민주주의 질서를 제자리로 다시 돌려놓을 절호의 기회가 된다. 반드시 민주주의 의식이 투철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나름대로 모두들 최고의 경륜이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열심이다. 좋다. 좋은 대통령이 된다는데 마다할 국민이 어디 있으랴. 꼭 그렇게 되기를 국민은 간절히 기도한다.

우리 국민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의 행동 모두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과연 그가 지금 이 어려운 시대에 우리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갈 지도자가 될 것인가 철저하게 검증을 해야 한다.

사람을 검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정확한 것은 그가 어떤 길을 걸어왔느냐 하는 것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다. 인간검증 방법으로는 최고다. 그래서 이력서가 필요한 것이다.

미래는 아무리 약속을 해도 보이지가 않지만 지나 온 과거는 지울 수가 없다.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그것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인생 전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서 자신의 고통을 잊기 위해서는 망각이 필요하지만 지도자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망각이 방해가 된다.

요즘 박근혜 의원이 늘 화제의 중심에 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요지부동인 대선 후보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안에 이런저런 후보들이 있지만 국민들 눈에는 모두가 도토리다. 전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오픈 프라이머리)을 하자고 그들이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건 공허한 메아리다. 박근혜가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왜 요지부동인가. 후보가 안 될까 겁이 나서일까. 아니다. 박근혜의 불통이 바로 여기서도 보인다. 양보가 없다. 내가 결정했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경선 불참을 하겠다는데도 맘대로 하라고 한다. 어디서 이런 비타협 옹고집이 생겼나.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이 박근혜는 지금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성장했다. 어릴 버릇 자랄 버릇이라고 한다. 그는 성장과정에서 어느 것 하나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것이 없었다. 체질화 됐다. 고치기 어렵다.

유신이 시퍼렇게 살아 있을 때 퍼스트레디다. 그 때 보여준 행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머리를 흔든다. 그의 미래를 예측케 한다. MBC와 경향신문이 합병했을 때 박근혜를 겪은 언론계 원로들은 말을 않는다. 너무나 창피해서다.

그는 아버지 박정희가 국가를 통치하는 기술을 옆에서 쭉 지켜보면서 자랐다. 말 한마디로 기계처럼 움직이는 효율성은 독재 이상 가는 것이 없다. 골치 아플 필요가 없다. 용인술도 배웠다. 내가 서울 6군관구에서 군대 생활을 할 때 사령관이 박정희 소장이었다. 6관구는 5.16 쿠데타에 산실답게 반란이 성공한 후에 부대 고급 장교들은 모두 국가재건최고회의로 갔다. 권력의 중심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 내부의 갈등은 대단했다. 쿠데타 주동세력들의 말년은 펑탄하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의 비극적 삶은 그의 정상적이 아닌 사생활도 문제지만 그의 통치술의 결함이 더욱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박근혜의 고집불통은 바꿔 말하면 독재와 다를 것이 없다. 외고집과 불통은 독재자의 특허품이다. 박근혜가 보고 배우고 지금 실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그처럼 편한 것이 어디 있는가. 자신의 말 한마디면 일사천리다. 그리고 그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참모들은 박근혜로 하여금 더욱더 1인 통치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을 것이다.

국민은 더 이상 독재자를 원하지 않는다.

훤하게 뚫린 길은 끝까지 보인다. 요즘 박근혜 의원의 행동을 보면 영락없는 독재자의 길이다. 전혀 소통도 타협도 없다. 세상에 혼자 사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내 맘대로 살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가. 독재자가 아니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설사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그것이 옳은 길이라면 마음을 접고 따라가야 한다. 국민 경선제 도입을 반대하는 박근혜를 보면 과연 지도자의 큰 덕목 중에 하나인 소통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설사 내게 불리하다 해도 과감하게 수용하는 대인다운 태도가 국민에게 감동을 준다. 감동이야 말로 국민을 설득하는 가장 소중한 무기가 아닌가.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내가 아니야 했으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오만한 생각은 그야말로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행동이다.

박지만이 저축은행 관련 부로커를 안다고 하자 동생 박지만이 아니라고 했으니 그것으로 끝이라고 하는 태도 역시 오만불손이다.

오늘날, 저 정도의 위치에서 저런 행동이 다반사로 자행된다면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경우 어떻겠는가. 실로 가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늘 하는 말이지만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 곁에 누가 있는지 살펴보라는 말이 있다. 끼리끼리 놀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도둑과 경찰이 함께 놀 수는 없지 않은가.

요즘 이한구 대표의 행동을 보면 이 또한 해답과 대책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박근혜와 그렇게 같으냐는 것이다. 내가 대표로 있는 한 MBC 파업 관여는 없다. 라는 서릿발 같은 호통, 도대체 뭘 믿고 저러는가.

박근혜 앞에서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당대표라니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 앞에서는 누가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있는가. 이런 상태에서 박근혜의 가는 길은 고삐풀린 망아지의 행보 그 자체다.

이제 다시는 이 나라가 독재의 늪에 빠질 수는 없다. 독재는 지금까지 우리국민이 겪은 독재자로 충분하다. 더 이상 필요 없다. 지금 우리 국민이 갈망하는 지도자는 성실하고 정직하고 소통을 소중히 여기는 민주적 인사다.

독재의 말로가 비참하다는 것은 새삼스럽게 너절하게 나열하고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이 박근혜이고 국민들 역시 너무나 잘 안다.

역사에 남을 지도자. 국민으로부터 진정으로 사랑을 받는 지도자가 되려면 지금부터 민주주의 지도자로서 다시 태어나는 심정으로 끊임없이 민주주의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이제 독재자는 물론이고 독재의 망령조차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12월 19일, 이 나라의 운명이 바로 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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