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당 대표가 선거를 승리로 이끈다

40여 년 전, 직접 겪은 체험이다. 방송국에 있을 때 어느 고등학교에 취재를 갔다. 그 때는 라디오 밖에 없던 시절이라 아이스케끼 통이라고 불리는 천근 무개의 EMI 녹음기를 메고 낑낑대며 언덕을 올라갔다.

수업시간이라 학교는 조용했다. 헙수룩한 노인 한 분이 운동장에 있기에 물어 봤다. 교장실이 어디냐고. 자신이 안내하겠다고 했다. 그의 손에는 방금 운동장에서 주운 휴지가 들여 있었다.

그 분은 복도 끝에 사무실 문을 열고 여기가 교장실이라고 했다. 아무도 없었다. 교장 선생님은 어디 계시냐고 물으니 자기가 교장이라고 했다. 놀랐다. 운동장에서 휴지를 줍던 중년 노인이 바로 교장 선생님이었다. 그 학교는 신생 명문사립고로 이름이 높았다. 속으로 생각했다. 맞아. 명문고가 된 이유가 있구나.

전쟁터에서 지휘관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전쟁의 승패는 당연한 것이지만 부하들의 생명이 지휘관 손에 쥐어 있다. 명장 아래 약졸 없다고 했다. 6,25전쟁을 겪은 노병들의 말이다. 소대장이 앞장서지 않으면 사병들은 절대로 앞에서 전진하지 않는다고.

지금 민주당의 당 대표 경선은 누가 온 몸을 던져 당을 살리고 국민을 지킬 것인가를 선택하는 중요한 행사다. 그래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절제는 있어야 한다. 왜냐면 그들은 한솥에 밥을 먹고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이다. 죽으면 다 같이 죽게 된다.

한국의 정치는 전쟁인가.

정치를 자꾸 전쟁에 비유해서 안 됐지만 한국의 정치현실이 꼭 전쟁 같다는 느낌이다. 죽기 살기다. 요즘의 현실을 한번 보자. 전쟁도 이런 전쟁은 없다.

새누리당의 경우, 아무리 야당이 밉더라도 정도가 있다. 어떻게 6선의원에다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해찬을 좌익으로 몬단 말인가. 이건 이해찬 후보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전체를 모독하는 행위다.

6선의 경험과 총리를 하면서 알게 된 국가 기밀이 오죽이나 많은가. 그런 사람의 사상을 의심한다면 국가비상사태가 아닐 수 없다. 당장 비상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비정한 정치라 해도 이것은 같은 국민끼리 하는 것이다. 지켜야 할 금도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이해찬이 야당 대표가 되는 것이 두렵다 해도 할 말과 못할 말이 있지 않은가.

새누리와 조중동은 이해찬 후보를 빨갱이로 몰면 국민이 맞아! 맞아! 박수를 칠 줄 알지만 웬만큼 해야 귀라도 기울이지. 이건 개가 다 웃을 소리를 하고 있으니 바로 역풍이 부는 것이다. 바로 그들 자신이 우리 국민을 철저하게 학습시켰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빨갱이 타령이 어제 오늘 일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대통령 선거에서 조선일보는 그 날 아침 ‘정몽준이 노무현을 버렸다’라는 세계 언론사에 길이 남을 명 사설을 썼다. 혹시 오늘 ‘국민이 이해찬을 버렸다’ 하는 사설이 나오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그 바람에 어떤 바람이 불었는지 새누리나 조중동은 잘 알 것이다.

정치에는 분명히 역풍이라는 것이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표의 족보를 꺼내들기 시작하면 얼마나 골치가 아플 것인가. 변명할 여지도 없는 증거천지다. 좌빨의 원조를 캐기 시작하면 새누리당은 감당할 수가 없게 된다. 일이 광주리 만 해도 할 말이 없어진다. 이게 바로 역풍이다.

새누리당과 조중동이 이해찬 후보를 두려워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가 지금까지 벌여 온 반독재 민주화 투쟁은 이미 국민이 다 알고 있다. 그에게는 변절이 없고 일관된 신념과 철학이 있다. 시류에 편승하지도 않았고 요란스럽게 정계은퇴 선언을 하지도 않았다.

그의 일관된 정치 행보는 보기에 따라서는 융통성의 부족이라는 이른바 ‘까칠론’의 평가를 들을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정치처럼 변절이 상표처럼 되어 있는 정치인들 속에서 참으로 귀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과 조중동의 견제가 심하고 모략음해가 극성을 떨면 떨수록 그만큼 믿을 수 있다는 보증이다.

12월 19일은 대통령 선거가 있다. 지긋지긋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날이다. 과연 누가 야당을 제대로 이끌어 가며 박근헤 대표와 싸워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낼 수 있는가. 가장 중요한 것이 불퇴전의 용기며 지략이다. 그리고 그 지략은 바로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만 국민의 믿음을 살 수 있다.

정파와 계파가 수두룩한 민주당 안에서 저마다 함께하는 계파의 대장이 있는데 독자적 행동을 취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러기에 냉정해야 한다. 당을 생각하고 국가의 장래를 생각해야 한다. 누가 진정으로 당을 위해 사리사욕을 버릴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선택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경선에 참여할 일반 국민들은 어디에도 얽메일 필요가 없다. 그야말로 소신 있는 한 표나 홍보는 할 수 있어도 강요는 할 수 없다.

보면 안다. 누가 진짜인가를.
내가 행사하는 한 표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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