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가 든 독배… 실패하면 마셔야 한다 

“잔을 채우셨습니까.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만약에 우리가 실패해서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이 잔을 마셔야 합니다. 그게 국민과의 약속입니다. 거부하시는 분은 퇴장해 주십시오.”

분위기가 무척 비장하게 느껴질 것이다. 당연하다. 지금 그들이 잔에는 청산가리가 들어 있다. 무슨 토론을 하는가. 야권 단일화에 관한 토론이다. 토론에 실패한다면 그들은 독배를 마시겠다고 국민에게 약속을 한 것이다.

▲ 민주당 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은 천정배 최고위원. ⓒ서프라이즈 갈무리
어떤가. 이런 현실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건 모르겠으나 가상을 해 본 것이다. 가슴이 답답해 온다. 이런 극단적 생각까지 해야 할 우리 야권의 현실이 너무나 실망스럽고 두렵다.

천정배는 민주당의 당 개혁특위 위원장이다. 천정배에 대해서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내 기억 속에 하나만 소개하겠다.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절 어느 방송도 반독재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하지 못했다. 아니 하려는 인물도 없었다. 그때 유일하게 CBS 기독교 방송만이 민주방송이었다. 시국사건은 CBS만이 보도를 했다. 천정배(당시 변호사)는 유일하게 시국사건에 통렬한 비판을 한 인물이었다.

천정배가 민주당의 당 개혁특위 위원장이 되었다. 민주당을 어떻게 개혁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그의 비장한 각오는 도처에서 읽을 수가 있다.

“민주당이 비민주적이어서 안 된다는 말은 나오지 않게 하겠다.”

천정배가 한 말이다. 이 말은 민주당이 비민주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의미도 된다. 그것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마지막 독배를 드는 심정으로

민주당은 제1야당이다. 그러나 단독으로 집권할 수 있다고 믿는 국민은 하나도 없다. 뭉치면 승리다. 실제로 지난 6·2 지방선거와 7·28 선거에서 실증이 됐다. 제1야당이지만 집권이 무망한 민주당이기에 비장한 결심이 필요하고 아니라면 만년야당으로 썩어야 할 각오를 해야 한다. 괜찮은가.

정권교체는 국민의 비원이다. 최우선이다. 여론조사의 53%가 이명박 대통령이 잘한다고 떠들어 대는데 국민은 웃는다. 또 웃는 것이 있다. 민주당이 마치 독자적으로 뭘 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하는데 대한 국민의 냉소다. 솔직하고 겸손해야 민심 얻는다. 오만과 독선이 표로 바뀌는 거 봤는가.

야권이 단합하면 반드시 지지해 준다는 것은 집권을 보장해 준다는 의미다. 민주당이 예뻐서가 아니라 못 된 이명박 정권의 실정으로 얻는 반사이득이다. 민주당의 자세는 어때야 하는가. 같잖은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민주당이 제1야당인데 조무래기 야당들은 모두 기어 들어와라. 잘 보이면 의원 몇 개 정도는 공천해 줄 수 있다. 이런 생각이라면 꿈을 깨야 한다. 민주당 혼자로는 호남 빼고는 얻을 의석이 별로 없다. 호남도 옛날과 다르다.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어느 지역은 물이 좋으니까 당선된다는 착각은 빨리 깰수록 좋다.

방법은 툭툭 털고 발가벗고 나서는 것이다. 아직도 꿈이 덜 깬 사람들이 민주당 안에 많다. 최재천이 말하듯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민주당에 민주가 없다’는 냉소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당 망치려면 무슨 짓은 못하는가. 바로 그 어려운 책임이 천정배에게 있다. 손학규 대표가 다시 전국 일주를 한다. 이것이 단순한 대권행보가 아니기를 바란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천정배와 함께 당을 개혁하는 것이다.

소신 하면 한 가닥 하는 천정배다. 아무도 없던 황무지에서 오직 한 사람, 천정배만이 노무현을 지지했다. 나름대로 직관도 있고 적어도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정치인이라고 믿는다.

검찰은 천정배의 정권을 죽인다는 발언을 수사한다고 한다. 내란죄라던가. 빠르다. 노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관련 조현오 수사는 굼벵인데 천정배 수사는 날쌘 제비다. 천정배는 끄떡없다. 국민들이 파이팅을 외친다.

민주당 개혁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확실한 지름길이다. 명분을 확보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기적 기득권 고수에 군소야당이 등을 돌린다면 천정배 개혁위원장의 약속은 공염불이 된다. 거짓말쟁이가 된다. 거짓말 싫어하는 천정배가 아닌가. 독배를 드는 심정으로 독하게 추진해야 한다. 실패하면 마셔야 할 것이다.

천정배! 두려울 것 없다… 국민이 있다

천정배는 국민의 여론이라는 박달나무 몽둥이로 당 안에 꼴통들을 깨워야 할 것이다. 적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적이 10명 생기면 국민의 지지는 1000명이다. 절대로 패할 수 없는 전쟁이다.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다. 더구나 이것은 구국적 행위가 아닌가.

군소야당들이 지금 짱구 많이 굴리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얻어낼 수가 있을까. 당선은 못 시켜도 낙선은 시킬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노회찬을 보지 않았는가. 민주당도 잘 알 것이니 쎄게 밀어붙이면 많이 내 놓을 것이다. 혹시 이런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따위 망상은 꿈에라도 하지 말기를 빈다. 한나라당이 천정배에게 패륜이라고 비난을 했지만 진짜 패륜이 바로 그것이다. 하늘 같은 국민의 염원을 배신했는데 패륜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 사고는 구제역 감염된 가축처럼 묻어야 한다.

야권이 힘을 모으면 반드시 이긴다. 정권교체가 최선이다. 다른 것은 생각지 말자. 오직 한나라당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 그 이상 중요한 것이 어디 있는가. 없다. 손학규 유시민 이정희, 모두 이 나라의 지도자다.

민주당의 깨어 있는 젊은 당원들은 힘을 모아야 한다. 당을 개혁하는 천정배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천정배의 당 개혁이 실패하면 민주당은 희망이 없다. 국민에게 버림받는다.

구시대적 사고에 푹 젖어 있는 잘난 척하는 당원들은 이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순리라는 것이다. 손학규나 박지원도 당 개혁에 힘을 쏟아야 한다.

손학규가 대권 후보가 되든 안 되든 민주당이 개혁에 실패하고 민심을 얻지 못하면 한나라당에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독배를 말했다.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 비장한 각오로 당 개혁과 야권단일화를 이루어 내야 한다. 다른 무슨 묘책이 있는가. 제갈공명을 모셔 와도 소용이 없다. 해답은 단일화다. 그 이외에는 길이 없다. 길을 두고 산으로 가는 자 누구인가. 길 잃은 미아가 될 것이다.
2011년 01월 04
이 기 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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